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정부 대응도 본격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둘러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하고, 국가안보실장이 3성 장군 출신 여당 의원과 ‘북한군 공격’ 문자까지 주고받았다. 그간 대결적·냉전적인 남북관계를 지향해온 여권 인사들의 북한군 러 파병 대응이 즉흥적이고 성급해 ‘군사모험주의’를 우려하게 된다.
정부의 북한군 파병 대응은 이례적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파병 사실을 선제 공개하고, 대표단의 나토 방문 등 관련국들과 협의도 분주하게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이 그 맨 앞에 서 있다. 윤 대통령은 2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북한 전투 역량을 파악·분석하는 데 참관단이 필요하다”며 소위 ‘모니터링단’ 파견 검토도 공식화했다. 참관단은 군사 인력일 수밖에 없다.
이런 마당에 대통령실·여당 핵심 인사들의 언행은 군사모험주의 우려에 불을 붙였다.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에게 “파병 북한군을 미사일로 공격해 대북 심리전에 활용하자”는 문자를 보냈고, 신 실장은 “잘 챙기겠다”는 답을 보냈다. “전쟁을 획책하려는 것이냐”는 야당 비판이 한발 앞서 가 있지만, 전혀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9일 “민주당식 모략”이라고 야당을 비난했다. 하지만 야당의 지적은 여권 일각의 터무니없는 군사모험주의를 일벌백계로 단단히 단속하라고 요구한 걸로 봐야 한다. 국가안보실장의 호전적 행태는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국론 분열만 낳을 뿐이다.
북한이 파병했다고 먼 나라에서의 전쟁을 남북 대결장으로 만들 이유는 없다. 우리 안보에 미치는 직접적 위험은 대부분 파병 대가로 러시아가 북에 제공할 급부에서 온다. 군사적 대응보다는 러시아 움직임에 고삐를 죌 외교적 모색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윤석열 정부는 참관단이든, 무기지원이든 서둘지 말고 신중해야 한다. 국가 운명이 걸린 중요한 결정은 국민과 야당에 설명하고 동의를 얻는 절차도 당연히 필요하다. 한국갤럽이 25일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82%가 살상무기 지원에 ‘부정적’이다. 1주일 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도 변곡점을 맞을 수 있어 중요한 결정은 미 대선 후로 늦춰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