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4일 본회의를 열고 ‘김건희 특검법’을 가결했다. 세 번째다. 이번 특검법은 명품백 수수, 관저 이전,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13가지였던 수사 대상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으로 한정하고, 야당이 가졌던 특검 후보 추천권을 제3자인 대법원장에게 주기로 한 수정안이다. 국민의힘이 독소조항이라고 문제 삼은 부분을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받아들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말아야 한다.
국민의힘은 이번에도 표결에 불참했다. 야당만의 특검 후보 추천은 대통령 임명권 제한이고 수사 범위가 너무 넓어 특검법에 반대한더더니, 야당이 수용하자 “입법 농단”이라고 했다.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반대 또 반대하는 건 스스로 생각해도 구차하지 않나. 여당은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대표가 주도한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는데, 강제수사권 없는 특별감찰관이 특검을 대체할 수 없다는 걸 모르는 국민이 없다. 대다수 국민이 찬성하는 김건희 특검법을 앞장서 막고 나선 한 대표는 이제 ‘국민 눈높이’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
김 여사 의혹은 연일 새로운 얘기가 공개되고 있다. 명태균씨가 김 여사에게 받았다고 인정한 돈봉투의 대가성 여부 수사가 불가피해졌고,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녹취록도 나왔다.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수사가 본격화하던 2020년 9~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 공범과 40차례 연락한 정황도 묻고 갈 일인가.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 부인 김혜경씨가 대선 때 식사 대접한 10만4000원에 법원이 벌금 150만원을 선고하자, 당장 시중에서는 명품백 받고 도이치 주식 투자로 수십억원을 번 ‘김건희는?’이란 말이 부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얼마 전 기자회견에서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민주당은 대통령 거부 시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재표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여사 의혹을 반드시, 낱낱이 규명하라는 건 국민의 요구다. 김 여사 특검법이 여당 반대로 폐기되면 야당은 네 번째 특검법을 발의할 것이다. 특검법 처리, 거부권 행사, 재투표라는 소모적인 일을 반복할 이유가 없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면 통치 불능 상태에서 헤어날 방법이 없다. 국정을 포기하면서까지 김 여사를 지키려 할수록 민심은 떠나갈 것이다. 지난 재표결에선 여당 의원 4명이 찬성했는데 다시 표결할 경우 결과를 장담할 수도 없다. 민심의 분노와 엇가면, 여당도 심판대에 설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