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의 노인 연령의 적절성과 패러다임의 변화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970년 62.3세에서 2022년 82.7세로, 지난 50년간 약 20년이 증가했다. 60세까지 살면 오래 살았다고 여겨 잔치를 벌이던 시절, 평균 수명이 40~50대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마치 인생을 한 번 더 살 수 있는 행운을 얻은 것 같다.
이제 곧 100세 시대가 도래하고 일부 사람들은 기대수명이 120세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는 가운데 우리가 생각하는 노인의 기준은 과연 몇 살부터일까?
사실 노인을 중년과 구분하는 기준은 연금 수급, 복지 혜택의 대상 연령을 지정하는 것과 같은 사회경제적 이유와 더 밀접하게 관련돼 변화해왔다. 독일 비스마르크 때 도입된 연금제도에서 1916년부터 연금수급을 받을 수 있는 나이를 65세로 지정한 이후 1950년 UN이 고령지표로서 65세를 기준으로 사용하면서 이러한 인식은 더욱 확대됐다. 우리나라에서도 1981년 노인복지법에서부터 노인을 65세로 명시한 이래로 이러한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1981년 당시 기대수명이 67세였던 것을 고려하면 기대수명이 82세에 이른 현재에도 이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노인은 65세 이상의 연령에 해당하며 65~75세는 초기 노년기, 75~85세는 중기 노년기, 85세 이상은 후기 노년기로 구분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구분도 계속해서 변해가고 있으며 학자들마다 그 기준은 상이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몇 살부터 자신을 노인이라고 생각할까?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57.5%가 노인의 시작을 70세 이후로 보고 있었다. 65세~70세의 64%는 스스로를 노인으로 여기지 않았다.
65~70세의 대다수가 왜 스스로를 노인으로 여기지 않을까? 건강상의 이유로 ‘아직은 젊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노인이라는 대상에 대한 우리의 뿌리깊은 편견과 차별로 인해 노인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담겨있다. 우리는 늙음과 노화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으며 노인의 이미지는 곧 노쇠·의존·비생산성·낮은 경제력·지적 능력의 감퇴로 연결된다.
최근 들어 노인연령의 기준을 70세로 하자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노인의 연령 기준을 조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복지혜택·근로소득 및 정년 등과 관련되는 심도 깊은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주제이다. 이와 함께 노인이라는 대상에 대한 우리의 뿌리깊은 편견과 차별에도 맞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버틀러라는 학자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노인들에게 가해지는 편견과 차별을 연령주의라고 불렀다. 이는 인종차별,·성차별과 함께 주요한 차별의 한 형태로 이해될 수 있다. 집단주의가 강한 아시아 국가에서 이러한 차별은 더욱 심각할 수 있다. 고령화 사회로 비교적 서서히 진입한 서구 국가에 비해 급속한 고령화를 겪은 우리나라에서는 나이듦에 대해서 더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더 오래 일하고, 더 늦게 연금을 받는 데 대한 법적·사회적 논의와 함께 우리는 노인에 대한 우리의 연령주의적 사고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1986년부터 나이로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해 정년을 완전히 금지했다. 노인이 질병을 가진, 비생산적이고, 지적 능력이 감퇴된 존재로서가 아니라 삶의 지혜와 전문성을 축적한 대상으로서, 건강하고 일하고 싶은 동기가 있다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을 사회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연령주의에서 벗어나 돌봄과 비주류의 대상에서 삶의 지혜와 전문성을 지닌 대상으로서의 관점의 전환, 노인이 가진 삶에 대한 기대와 욕구에 대한 존중 어린 시선이 필요하다.
이제 곧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우리의 삶에서 언젠가는 반드시 마주하게 될 그 시점을 앞두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노인에 대한 생각을 나부터 한 번쯤 되짚어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