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빨갱이’ 유래

양권모 논설실장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은 ‘빨갱이’ 유래를 이렇게 풀이했다. “빨갱이는 북한의 붉은 기나 공산혁명을 상징하는 색깔 빨강 혹은 적화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빨갱이’는 항일 유격대원을 지칭하는 빨치산에서 나왔다. 당시 항일 유격대원 가운데 공산주의 신봉자들이 많았고, 거기서 이어져 한국전쟁 때 공산당 유격대원도 빨치산으로 부르게 됐다. 이 말이 나중에는 공산주의자 전체를 지칭하는 용어로 확장됐다.”(<세상을 바꾸는 언어>) 본래 당원이나 유격대원을 뜻하는 파르티잔(partisan)에서 빨치산과 빨갱이가 연유한다는 것이다.

요즘 같은 의미의 ‘빨갱이’ 단초는 일제강점기 말 이승만의 편지에서 발견된다. 1942년 10월10일 미국 당국에 광복군 편입을 제안한 이승만의 편지는 “호놀룰루에서 얼마 전 이곳에 도착한 재미한족연합위원회의 전경무에 따르면, 그의(한길수 지칭) ‘조직’은 50명이 못 되는 한국 ‘빨갱이들’ 이상은 아니라고 합니다”라고 되어 있다. 자신과 반대되는 조직을 빨갱이로 몰아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길수는 특별히 공산주의와 연관 기록이 파악되지 않는다. 이승만의 이러한 인식이 한국 사회 ‘빨갱이’ 탄생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 상징 언어로 ‘빨갱이’가 대두한 것은 해방정국, 이승만의 등장부터다. ‘빨갱이’는 단순히 공산주의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미 군정과 친일파 반대, 이승만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에 씌우는 주술로 쓰였다. 친일파 청산을 거론해도, 외세 배격을 주장해도 ‘빨갱이’라는 굴레가 씌워져 탄압받고 죽임을 당했다. “중간파나 자유주의자까지도 극우가 아니면 ‘빨갱이’라고 규정짓는 그 자들이 빨갱이 아닌 빨갱이인 것이다. 이 자들이 민족분열을 시키는 건국 범죄자인 것이다.”(독립신보, 1947·9·12) 그래서 ‘이 자들’에게는 백범 김구도 빨갱이가 되었다. “이승만은 국민을 좌와 우로 나누어 비국민을 제거 대상으로 보고 각종 단체와 민주인사까지 빨갱이로 몰아서 정치보복과 학살을 자행했다”(김득중 <빨갱이의 탄생>)

아마도 이런 역사적 자취가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빨갱이 문화’를 “청산해야 할 친일잔재”로 강조한 배경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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