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캐시카우읽음

안호기 논설위원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삼성웰스토리에 사내 급식을 몰아준 삼성그룹 부당지원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삼성웰스토리에 사내 급식을 몰아준 삼성그룹 부당지원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용어인 ‘캐시카우(Cash cow)’는 잘 키워놓기만 하면 평생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다. 위험성이 낮으면서 안정적인 이익을 올린다는 뜻이다. 돈줄 또는 현금창출원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캐시카우는 투자자본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다른 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현금을 창출해내는 품목이나 사업분야를 지칭한다. 대표적인 게 애플의 아이폰이다. 아이폰에서 나오는 이익으로 애플은 다른 프로젝트나 제품 개발에 투자한다. 기업으로서는 야무진 캐시카우가 그야말로 든든한 밑천인 셈이다.

국내 단체급식 업계 매출 1위 삼성웰스토리는 대표적인 캐시카우다. 2013~2019년 영업이익률이 평균 15.5%로 경쟁사의 3.1%를 크게 뛰어넘는다. 삼성 계열사에서 수의계약으로 급식을 따내 경기변동에 관계없이 꾸준하게 이익을 냈다. ‘고수익 저위험’의 전형이다. 그런 웰스토리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과 함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2349억원 부과를 통보받았다. 공정위는 이들 4개사가 웰스토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보도자료 표현을 빌리면 웰스토리는 ‘총수 일가의 핵심 자금조달창구(Cash cow)로서의 역할’을 했다. 그 과정에서 과거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 역할이 컸다. 삼성물산 자회사인 웰스토리는 2015년부터 5년간 당기순이익 3574억원 중 88%인 3158억원을 배당했다. 삼성물산 최대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8.3%)이고, 총수 일가 지분율은 30%를 웃돈다. 식재료비가 늘어나 웰스토리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자 미전실이 이익을 보장하는 계약변경을 추진했다. 삼성전자는 급식업체를 경쟁입찰로 바꾸려다 미전실 지시로 중단했다. 식자재 가격이 적정한지 따져보려던 계열사들의 시도 역시 미전실에 의해 봉쇄됐다.

삼성전자는 “임직원 복리후생을 위한 경영활동이 부당지원으로 호도됐다”며 공정위 결정에 대한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하지만 4개 삼성 계열사 직원 13만여명이 골라먹을 권리를 빼앗겼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캐시카우를 총수 일가의 이익을 뽑아내는 수단쯤으로 여긴 기업문화의 단면이 못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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