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42년 만에 문 닫는 서울극장읽음

도재기 논설위원
단성사, 피카디리 등과 함께 서울을 대표했던 영화관인 서울극장이 오는 8월31일 문을 닫는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경영난 악화에 따른 것이다. 휴일인 4일 서울극장내 휴게실에 전시된 <사자성>(1964),  <저 높은 곳을 향하여>(1977),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1992) 등 극장을 운영해온 영화제작사 합동영화(주)가 그동안 제작한 영화 포스터 앞을 관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 김창길 기자

단성사, 피카디리 등과 함께 서울을 대표했던 영화관인 서울극장이 오는 8월31일 문을 닫는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경영난 악화에 따른 것이다. 휴일인 4일 서울극장내 휴게실에 전시된 <사자성>(1964), <저 높은 곳을 향하여>(1977),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1992) 등 극장을 운영해온 영화제작사 합동영화(주)가 그동안 제작한 영화 포스터 앞을 관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 김창길 기자

단성사, 피카디리 등과 함께 서울을 대표했던 영화관인 서울극장이 오는 8월31일 문을 닫는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경영난 악화에 따른 것이다.  휴일인 4일 한 시민이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 김창길 기자

단성사, 피카디리 등과 함께 서울을 대표했던 영화관인 서울극장이 오는 8월31일 문을 닫는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경영난 악화에 따른 것이다. 휴일인 4일 한 시민이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영화를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 편의 ‘인생 영화’가 있다. 자신만의 ‘시네마 천국’이라 할 ‘인생 극장’도 있다. 그 극장은 영화를 처음 본 곳일 수도, 연인과의 잊을 수 없는 달콤쌉싸름한 추억의 현장일 수도 있다. 영화를 관람하는 물리적 장소를 넘어 저마다의 인생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정신적 공간, 되새김질하는 삶의 흔적이다.

한국 영화는 1990년대 이후 질적·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 헌법재판소의 영화 사전심의 위헌 결정 등으로 표현의 자유가 확장된 것이 큰 몫을 했다. 상업영화는 물론 독립·예술영화 등 작은 영화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극장도 시대 변화를 따랐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극장은 한 극장에서 한 영화만 상영하는 단관극장이 중심이었다. 서울 종로3가 주변의 단성사와 피카디리·서울극장, 충무로 일대의 대한·명보·스카라·국도극장 등이 유명했다. 하지만 1998년 대기업이 참여한 대형 멀티플렉스인 CGV강변 출범 이후 단관극장은 하향길로 접어든다. 관객들은 한 곳의 여러 상영관에서 다종다양한 영화를 골라보는 멀티플렉스에 매료됐다. 영화 관객이 2002년 1억명, 2013년 2억명을 넘어서며 급증했지만 상업성을 앞세운 승자 멀티플렉스의 독식이었다.

서울의 대표적 영화관 서울극장이 개관 42년 만에 8월31일자로 문을 닫는다. 이미 폐관한 단성사, 멀티플렉스로 바뀐 피카디리에 이어 종로 극장문화를 대변하던 서울극장마저 사라지는 것이다. 경영난 누적 속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재정난이 심화된 데 따른 것이다. 서울극장은 영화제작사인 합동영화(주)가 1978년 세기극장을 인수해 상영관을 확충, 굵직한 국내외 영화를 소개하면서 개봉관 서울극장으로 거듭나며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 역사성을 인정받아 2013년에는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멀티플렉스로 향하는 관객들의 발길을 되돌리기는 힘들었다.

서울극장의 폐관은 누군가의 ‘시네마 천국’이 통째 사라짐을 의미한다. 극장 생태계의 다양성에도 깊은 상처다. 더 이상 극장 폐관 소식이 없기를, 나아가 서울극장이 의미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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