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국감장의 조연

윤호우 논설위원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청 국정감사에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양의 탈을 쓴 불도그 인형을 책상에 놓고 질의를 하려고 했다. 국회사진기자단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청 국정감사에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양의 탈을 쓴 불도그 인형을 책상에 놓고 질의를 하려고 했다. 국회사진기자단

2017년 10월19일 국회 법사위의 감사원 국정감사장.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질의 차례가 돌아오자 신문지를 들고 앞으로 나왔다. 구치소 내 수용자 1인당 가용면적 1.06㎡(약 0.3평)인 신문지 2장 반을 기다랗게 붙여 깔더니 그 위에 드러누웠다. 발바닥 끝으로는 살짝 공간이 남았지만, 두 팔은 신문지 끝에 붙었다.

노 의원은 “인권침해로 제소할 사람은 박근혜가 아니라 4만여명의 일반수용자”라고 반박했다. 당시 10.08㎡(약 3평)의 독방에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은 방이 좁다며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신문지 눕감’이란 말로 두고두고 회자되는 장면이다.

하지만 국감장의 이런 소품 사용이 긍정적 반응만 얻은 것은 아니다. 독이 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2018년 정무위 국감에서는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벵갈고양이를 데리고 나왔다가 동물 학대로 비판받았다. 2019년 산자위 국감에서는 이용주 무소속 의원이 리얼돌을 들고 나왔는데, 신중하지 못한 처사였다며 사과까지 해야 했다. 2010년 환경노동위 국감에서는 구렁이가, 2014년 환노위 국감에서는 뉴트리아가 등장했다. 이목을 끌려다 혐오감만 불러일으킨 경우들이다.

올 국감에서도 막판에 소품이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일 국토위의 경기도 국감에서 양의 탈을 쓴 불도그 인형을 들고 나왔다. 대장동 특혜 의혹을 이재명 경기지사의 ‘양두구육(羊頭狗肉)’에 비유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소품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송 의원은 인형을 꺼내자마자 발언을 제지당했다. 국감을 방해하는 물건을 들여오지 못하도록 여야 간사가 합의했기 때문이다. 괜히 국감을 정회시키는 소란만 일었다.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오히려 역공의 빌미만 제공했다. 이 지사는 “재밌는 인형을 보여줬는데 양두구육, 이것이 본인(국민의힘)의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장동 특혜 의혹에 대한 국감이 맹탕으로 끝나면서 진상 규명의 몫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로 넘어갔다. 결국 국감장에서 필요한 것은 반짝 아이디어 소품이 아니다. 진지한 태도와 끈질긴 노력으로 피감 기관의 정책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치열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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