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금강불괴(金剛不壞)

소림사 스님들이 무술시범을 보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소림사 스님들이 무술시범을 보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그 무엇으로도 파괴되지 않는다는 금강불괴는 원래 불교용어다. 원적(圓寂) 후에도 몸이 썩지 않을 정도로 수행의 경지가 최고에 이른 경우를 지칭했다. 그런데 이 말이 무협소설에 도입되면서 무술 수련에 의해 몸이 금강석처럼 단단해진 초절정 고수를 일컫는 말이 됐다. 금강불괴를 성취한 주인공은 그 피부가 쇠보다 단단하고 고무보다 질기며, 칼을 맨몸으로 튕겨내고, 도끼에 찍혀도 상처를 입지 않는다. 실제 금강불괴를 자칭하는 무술가도 있다. 중국 소림사의 금강불괴신공을 익혔다는 이종격투기 선수 일룽은 경기 중 가드를 내린 채 상대 주먹을 받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무협지에 나오는 신묘한 수준의 금강불괴는 아니다. 두들겨 맞으면서도 버텨내는 맷집을 보여준다.

금강불괴는 스포츠 영역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월등한 내구력을 갖춘 선수들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아무래도 동양인보다 타고난 체력이 월등한 서양 선수들 중 금강불괴급 체력을 선보인 이들이 많았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대표적 무쇠팔 투수로 통하는 저스틴 벌랜더(휴스턴 애스트로스)와 NBA의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선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의 아들인 차두리가 선수 시절 피지컬이 우수한 서양 선수들에게도 뒤지지 않는 몸싸움과 폭발적인 드리블을 선보여 금강불괴라는 별칭을 얻었다. 게임에서는 주로 높은 체력과 방어력을 가진 캐릭터들이 금강불괴로 비유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부천의 한 웹툰 제작사를 방문, “만독불침(천하의 어떠한 독도 침범하지 못함) 금강불괴는 내 별명”이라고 말했다. 웹툰 <금강불괴>를 홍보하는 액자 앞에서 “많이 당해도 살아남는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라고 한 것이다. 여러 악조건과 논란을 딛고 집권여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는 자부심을 넘어 야당과 보수언론이 아무리 공격해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결의를 보인 듯하다. 그런데 이 후보는 같은 자리에서 <오피스 누나 이야기>라는 작품을 두고 “제목이 확 끄는데요”라고 말해 선정성 논란에도 휩싸였다. 금강불괴는 무협지의 세계에서나 존재하는 것이다. 뭇사람의 입은 쇠를 녹인다는 말도 있다.

<이용욱 논설위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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