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돈 룩 업’

최민영 논설위원
영화 <돈 룩 업>의 한 장면. 과학자들이 지구와 충돌이 확실시되는 거대혜성을 관측한 사실을 백악관을 방문해 설명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영화 <돈 룩 업>의 한 장면. 과학자들이 지구와 충돌이 확실시되는 거대혜성을 관측한 사실을 백악관을 방문해 설명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전 세계 넷플릭스 1위를 기록 중인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은 6개월 뒤 거대 혜성과 충돌해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궤멸당할 위기라는 과학자들의 경고에도 주판알만 튕기는 정치, 기업, 언론을 풍자한 블랙코미디다. 재선을 노리는 대통령은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현실을 외면한다. 빅테크 기업가에게는 혜성에 매장된 광물 확보가 인류의 안전보다 우선이다. 시청률과 클릭수에 중독된 매체들은 반년 뒤 닥칠 지구 멸망보다 연예인 결별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룬다. 이런 사회 지도층의 어처구니없는 대응에 혜성의 최초 발견자인 대학원생은 절망한다. 결국 혜성이 지구 가까이 접근하면서 모두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이 작품은 ‘하키스틱 곡선’ 모양으로 지난 1000년간 진행돼온 지구온난화와 기후재앙을 혜성 충돌에 빗대고 있다. 느리게 다가오는 위기 앞에 확고한 대응 태세를 유지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지난해 10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1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지만 목표 달성은 어렵다는 우려가 많다. 기후위기 대응을 강조하는 민주당이 미국 중간선거에서 참패하거나 경제사정이 악화되는 중국이 협조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 등이 근거이다. 세계 최대 스웨이츠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최대 65㎝ 넘게 상승할 것이라는 경고에도 “기후변화는 특별한 현상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지구로 돌진해오는 혜성을 두고도 내일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영화 속 인물들과 하등 다를 바 없다.

빌 게이츠의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 따르면 인간 행위 중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것은 역시 시멘트와 철, 플라스틱 등을 제조하는 활동(31%)이다. 이어 전력 생산 27%, 축산·농업 19%, 교통·운송 16%, 냉난방 7% 순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도 그 못지않게 필요하다.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고, 육류를 덜 먹고, 전력 낭비가 없는지 살피는 작은 실천을 모으는 것이다. 2022년 새해 목표로 나만의 소중하지만 작은 ‘탄소중립’ 실천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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