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RE100과 택소노미

윤호우 논설위원
2019년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 공청회’장에서 원자력 발전을 반대하는 환경단체 회원들이 청개구리 탈을 쓰고 기업의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 이행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 공청회’장에서 원자력 발전을 반대하는 환경단체 회원들이 청개구리 탈을 쓰고 기업의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 이행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작계5015가 발동되면 대통령으로 제일 먼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지난해 9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3차 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던진 질문이다. 당황한 윤 후보는 “글쎄요, 한번 설명해주시죠”라고 대답했다. 토론이 끝난 후에도 홍 후보는 “대통령이 될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안보 상식”이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이날 두 시간 동안 이어진 토론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유권자들의 머릿속에 깊이 남은 단어는 ‘작계5015’뿐이었다.

지난 3일 대선 후보 4자 TV토론에서 가장 화제가 된 단어는 ‘RE100’과 ‘EU(유럽연합) 택소노미’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RE100에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라고 물었고, 윤 후보는 “RE100이 뭔가”라며 설명을 부탁했다. 이 후보는 또 “EU 택소노미가 중요 의제인데 원자력 관련 논란이 있다”고 물었고, 윤 후보는 “EU 뭐란 걸 들어본 적이 없으니 좀 가르쳐달라”고 답했다. RE100(Renewable Energy 100%·알이백)은 2050년까지 기업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캠페인이고, EU 택소노미(Taxonomy)는 EU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 기준을 제정한 분류체계를 뜻한다. 토론이 끝난 후 이 후보는 “RE100은 단어 문제가 아니고 국가산업 전환의 핵심 과제”라며 윤 후보를 비판했다. 윤 후보 측은 “토론이 장학퀴즈냐”고 반박했다. 윤 후보에게는 ‘김여정 발언’ ‘블루수소’ ‘주택청약 점수’ 등 장학퀴즈식 문제가 유난히 많이 던져졌는데, 이 문제를 낸 후보들 역시 큰 점수를 따지는 못했다.

재벌기업 오너였던 정몽준 후보에게 ‘시내버스 요금이 얼마냐’고 물어보던 시절과 달리 세상은 더욱 복잡해졌다. 작계5015나 RE100은 이를 몰랐던 시청자들에게도 당혹스러운 단어일 것이다. 그러나 일반 시민은 몰라도 되지만 대선 후보라면 꼭 알아야 하는 것들이 있다. 국가의 안전과 미래에 관련된 안보·경제·글로벌 핵심 이슈다. 토론은 대선 후보가 이런 중요 이슈에 대해 어떤 판단력을 갖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더 많이, 더 치열하게, 더 합리적으로 토론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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