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말로 열고 닫는다. 화살과 방패가 되고, 심금을 울리고, 천냥 빚을 갚기도 한다. 그중에도 대통령의 말은 무게와 힘과 파장이 다르다. 관저에서 나와서 들어갈 때까지 모든 언행이 기록되는 공인이다. 그 대통령과 야당 리더의 험한 말이 도마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건폭(建暴)’의 근절과 단속을 지시했다. 건설현장의 채용비리·갈취·폭력 행위를 조폭(조직폭력)과 학폭(학교폭력), 주폭(酒暴)에 빗댄 것이다. 대통령이 만든 신조어는 바로 검경의 ‘건폭수사단’으로 이어졌고,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건폭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건폭’을 꺼낸 국무회의에서 “옛날 직업 때 생각이 난다”고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각”이나 “사이즈”가 잡힌다거나, “버르장머리” “골로 간다” “조리돌림” 식의 비속어 사용이 많다. 26년 검사 생활 중 피의자를 몰아세우며 몸에 밴 단어들이다.
다음날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깡패’ 발언이 입길에 올랐다. “국가권력을 가지고 장난하면 그게 깡패지 대통령이겠습니까.”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수사권으로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겠습니까”라고 한 말을 빗댄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공안 수사1·2·3부가 모두 야당 수사에 뛰어들고, 그 스스로도 대장동 개발·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1년6개월간 275차례나 압수수색당한 걸 되짚었다. 대통령과 검찰을 향해 응어리 맺힌 말을 토로한 것인데, 뉴스 제목은 이 대표가 던진 ‘깡패’로 덮였다.
역대 대통령의 설화로는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노무현), “참으로 이것이 우리나라 국민인가”(노태우), “머리는 빌려도~”(김영삼)가 있었고, 지난해 6월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에서 말한 “대통령을 처음 해봐서~”도 떠오른다. 감정이 폭발했거나 실언한 것이었다. 그와 달리 건폭과 깡패는 막말에 가깝다. 정치성향이 다르면 41%는 함께 밥과 술을 먹기 싫고, 44%는 본인·자녀의 결혼도 불편해한다는 신년 세태 여론조사가 있었다. ‘정치 내전’이 극심한 나라에서 정치지도자의 험담은 갈등을 키운다.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지 100일이 되어간다. 선을 넘고 품격을 잃은 말이 정치를 사납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