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나는 신이다’

최민영 논설위원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넷플릭스  캡처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넷플릭스 캡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는 사이비 종교의 폐해를 고발한다. 특히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 교주에게 성폭행 피해를 입은 이들의 증언과 세뇌당한 여성 신도들의 영상은 충격적이다. “1만명 여성과의 성관계”가 지상과제라는 자칭 ‘재림 예수’ 정씨를 30여년간 추적해온 김도형 단국대 교수는 1980년대 신촌 대학가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해온 JMS의 신도들이 검찰·국정원 등 각계각층에 포진해 교주를 비호해왔다고 주장한다. 교육수준이 높은 이들도 사이비 종교에 빠진다는 것이다.

한국은 JMS 같은 사이비 종교집단이 발흥하기 쉬운 환경으로 꼽힌다. 교단과 종단 900개 이상이 활동 중인 종교 다원사회인 데다, 주류 종교마저 내면적 깊이보다 샤머니즘과 다름없는 ‘신유은사’(병을 치료하는 초자연적 능력)와 ‘이적’(불가사의한 일)을 중요시해서다. 사이비가 주로 노리는 대상은 심리발달상 정체감이 미숙하고 정서적으로 결핍된 청년들이다. 과외나 취업상담, MBTI 같은 무료 심리검사를 해주겠다며 접근해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뒤 종교활동으로 끌어들여 성, 노동 또는 재산을 착취한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사이비 종교 범죄는 사기·폭행·성범죄·문서위조 등 연간 5000건 이상 발생한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은 왜 벗어나지 못할까.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1950년대 ‘종말의날’을 맞히는 데 실패한 사이비 교주를 신도들이 변함없이 신뢰한 사건에 착안해 ‘인지부조화’ 이론을 만들었다. 헌신했던 대상이 한낱 협잡꾼에 불과하다는 객관적 사실을 인정하기에는 심리적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에 기존의 믿음에 집착하는 편을 택한다는 것이다. JMS의 경우 ‘탈퇴하면 저주받고 부모가 죽을 것’이라며 신도들을 가스라이팅해왔다고 한다.

‘종교의 자유’라는 헌법 원칙은 존중하되, 신앙 공동체 내의 위계를 이용한 사이비 종교나 교주의 범죄는 사실상 조직범죄로 가중처벌해 엄단하고 은닉재산을 철저히 환수할 필요가 있다. ‘나는 신이다’를 외치며 종교의 의미를 능멸하고, 개인의 삶을 짓밟고 가정을 파탄내면서도 호의호식하는 사기꾼들이 활개 치는 세상이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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