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농민 없는 총선

손제민 논설위원

연초부터 과일·채소값이 줄줄이 치솟아 고물가 고통이 길어지고 있다. 도시 소비자들은 아우성치고, 정부가 각종 단기적 대책을 내놓고,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한 단 875원’ 촌극까지 벌어졌다. 정부 대응은 875원 하는 대파를 공급하기 위한 납품단가와 할인 지원에 맞춰져 있다. 이러한 지원은 대체로 유통 부문에 돌아가고 생산자인 농민들에게 도달하기 전에 녹아 없어진다. 농민 입장에선 기후위기와 재배면적 감소 등으로 수확량이 줄어 박스당 출하가격이 올라도 전체 소득은 줄어든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정부의 각종 지원에도 소비자의 불만이 이어지자 정부는 수입 농산물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이미 오렌지·바나나를 수입할 계획을 세웠고, 일각에선 수입금지 품목인 사과도 들여오자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농산물 수입은 신중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가격 안정에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국내 농가의 재배면적을 줄여 장기적으로는 가격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여기서 하나 또렷해지는 게 있다. 지금의 농산물 가격 논의와 처방에서 농민을 고려한 흔적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역대 정권을 초월해 농사를 홀대해왔다는 점에서 그다지 놀랍지는 않다. 다만 지금이 선거 기간임에도 그렇다는 게 뜻밖일 뿐이다.

지난 주말 유권자들에게 배달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공보물을 보며 새삼 이번 선거에 농민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주요 정당의 농업 공약이 없거나 부족하고, 비례대표 후보들에서 농민 출신도 거의 없다. 10대 공약에 농업 관련 공약을 제시한 정당은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녹색정의당뿐이다. 농민을 표방한 유일한 비례 후보는 녹색정의당 5번 김옥임 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이다. 더불어민주연합의 임미애(13번)·조원희(22번) 후보가 농민 출신이지만, 농민임을 내세우지 않았고 현재 지지율이면 당선권 밖에 있다. 그 외 주요 정당들은 농업 공약도 농민 후보도 없다.

전국 농민은 약 246만명으로 전체 유권자(약 4425만명)의 5.6%를 차지한다. 그런데 우리는 22대 국회에서 농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한 명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각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들 중에서 유일하게 ‘농민 후보’를 표방한 녹색정의당 김옥임 후보. 그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을 지냈고, 제주도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출처: 녹색정의당 웹사이트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각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들 중에서 유일하게 ‘농민 후보’를 표방한 녹색정의당 김옥임 후보. 그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을 지냈고, 제주도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출처: 녹색정의당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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