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라인사태 ‘국가의 배임’

서의동 논설실장

[여적] 라인사태 ‘국가의 배임’

9일 오후 라인야후가 입주해 있는 일본 도쿄 지요다구의 도쿄가든테라스기오이타워에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다. 라인야후는 전날 네이버에 모회사의 공동 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요청을 공식화하면서 탈(脫) 네이버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9일 오후 라인야후가 입주해 있는 일본 도쿄 지요다구의 도쿄가든테라스기오이타워에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다. 라인야후는 전날 네이버에 모회사의 공동 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요청을 공식화하면서 탈(脫) 네이버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2011년 3월11일 동일본대지진 발생 직후 도쿄 시내 공중전화 부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순간적인 통신망 과부하 탓에 휴대전화가 먹통이 돼 통화·문자메시지 다 불가능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인터넷 기반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가족·친지 생사를 확인했다. 3개월 뒤 네이버의 일본 법인 NHN재팬이 출시한 메신저 ‘라인(LINE)’은 재난이 잦은 일본에서 절실한 서비스였다. 간 나오토 당시 총리가 한일병합 100년 사죄 담화를 발표하는 등 순탄했던 한·일관계도 라인 탄생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에도 의미가 각별한 ‘라인’에서 네이버가 쫓겨날 처지가 됐다. 라인야후의 이데자와 다케시 대표는 지난 8일 라인 지분 50%를 가진 네이버에 대해 “지분 변경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총무성 행정지도는 자본적 지배관계에 대한 재검토인데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일본 정부의 압력이 작용했음도 확인했다.

기업 간 경영권·지분 거래에 정부가 개입하는 사례도 드물지만, 이처럼 노골적인 사업 방해는 적대국 관계에서나 벌어질 일이다. 지난해 일본에서 개인정보가 100만건 이상 유출된 사례가 8건에 이르는데도 51만건이 유출된 라인야후에만 일본 정부가 두 차례나 행정지도를 한 것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 네이버가 지분을 매각해 라인 운영에서 물러나면 일본뿐 아니라 대만·태국 등에서 구축한 사업 기반까지 잃게 된다.

한국 정부는 수수방관 혹은 일본을 편드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외교부가 ‘한국 내 반일여론이 드세니 전화로라도 한국 언론에 오해라고 말해달라’고 총무성에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본 정부의 선 넘는 태도에 윤석열 대통령의 ‘저자세 외교’ 영향은 없었을까.

윤 대통령은 9일 국정보고에서 “활발한 세일즈 외교를 통해, 우리 기업의 운동장을 넓히기 위해 노력”했으며, 새롭게 구축된 한·미·일 협력체계가 “경제적 기회를 더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 현실은 정반대로, 이미 쓰던 ‘운동장’에서도 쫓겨날 신세가 됐다. 국가 지도자가 자국 기업의 사업 기회가 부당하게 빼앗기는 상황을 보고도 침묵한다면 그야말로 배임 아닌가. 서의동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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