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마리골드

김광호 논설위원
기후 헌법소원 마지막 공개변론일인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제아 아기기후소송 청구인(왼쪽에서 두번째) 등 시민·청소년·어린이들이 종이로 만든 노란색 마리골드를 들고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기후 헌법소원 마지막 공개변론일인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제아 아기기후소송 청구인(왼쪽에서 두번째) 등 시민·청소년·어린이들이 종이로 만든 노란색 마리골드를 들고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반드시 행복은 오고야 만다.’ 21일 헌법재판소 앞에는 노란색 종이꽃들이 피었다. 아시아권 첫 기후소송의 마지막 공개변론이 열린 날이다. 변론에 앞서 아기기후소송 청구인인 12세 한제아양과 기후활동가들은 재판정 밖에서 손수 접은 종이꽃을 손에 들었다. 이들은 “개인 역량만으론 해결될 수 없는 위기 앞에서 안전한 삶을 바라며 헌재 앞에 섰다”면서 헌재의 정의로운 결단을 촉구했다. 마리골드 종이꽃은 세상의 무관심에도 기후와 지구를 지켜내려는 염원을 담았다. 꽃말 ‘반드시 행복은 오고야 만다’처럼, 기후행복은 인류의 존재를 건 희망이라고 했다.

픽사의 장편 애니메이션 <코코>를 보면 오렌지빛 꽃잎들로 만들어진 다리 위를 지나 저승의 조상들이 이승의 가족들을 만나러 오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에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이 ‘Crossing the Marigold Bridge(마리골드 다리를 건너)’이다. 마리골드 꽃말은 그렇게 ‘이별의 슬픔’이면서 생과 사를 이어 오래 묻어둔 그리움을 만나는 간절한 희망이기도 하다. 그래서 멕시코에선 ‘망자의 날’에 제단을 마리골드로 장식하고 길가에도 뿌려 망자를 집으로 인도한다.

국화과에 속하는 마리골드는 멕시코가 원산지로 아프리카·유럽을 거쳐 아시아까지 퍼져 있다. 이름 ‘Marigold(마리골드)’는 ‘마리아(Maria)’와 ‘황금(Gold)’이 합쳐져 ‘성모 마리아에게 바치는 황금의 꽃’ 의미로 흔히 알려져 있다. 오래 피는 마리골드는 생명력이 질긴 꽃이어서 만수국(萬壽菊)·천수국(千壽菊)으로도 불린다. 초봄부터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까지 아침마다 해를 향해 말갛게 얼굴을 내민다. 척박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질긴 생명력을 보면 여러 꽃말 중에서도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 가장 어울린다.

희망을 놓는 순간 세계는 끝난다. 루쉰(魯迅)은 절망도 희망도 모두 허망하다고 했지만, 이왕 허망할 양이면 정신 승리라도 하는 게 낫다. 그래서 희망은 절망보다 끈질기고 힘이 세다. 그런데 정부는 산업적 논리 속에 이 놓을 수 없는 희망을 놓으려 한다. 기후소송은 4년여 전 그래서 시작됐다. 변론에서 최종진술자로도 나선 한제아양의 목소리가 귀를 울린다. “허울뿐인 정책과 말이 아니라, 명확한 책임과 안전을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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