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거리의 변호사’ 권영국

안홍욱 논설위원
권영국 정의당 신임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지도부 이·취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영국 정의당 신임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지도부 이·취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2대 총선을 닷새 앞둔 지난달 5일, 장하나 전 의원이 20년 몸담았던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단 한 사람을 위해, 이 한마디를 하기 위해서’였다.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권영국을 선택해주십시오.” 두 사람은 밥 한 끼 같이 먹어본 적 없는 사이다. 장 전 의원에게 권영국 변호사는 “불의가 있는 곳에, 핍박받는 노동자가 있는 현장에 있는” 사람이었다. 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었던 장 전 의원은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22대 국회) 환노위에 권 변호사가 계신다면,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난다”고 했다. 하지만 녹색정의당은 정당 득표율 2.14%로 한 석도 얻지 못했다. ‘비례대표 후보 4번’ 권 변호사도 낙선했다.

권 변호사는 서울대 공대 졸업 후 경북 경주에 있는 풍산금속에 입사했다. 노조를 만들다 해직됐다. 해직 10년 만인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다. 2002년 민주노총 법률원 설립에 참여했다. 용산 참사 철거민 변호인단, 민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장, 구의역 김군 사망재해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장, 김용균 사망사고 특별노동안전조사위 간사…. 그는 노동자와 인권을 위한 ‘거리의 변호사’였다. 2014년 그가 법률대리인단으로 참여한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에서 노동자들이 대법원에서 패소한 일이 사법 정의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현실 정치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고 한다.

권 변호사가 28일 정의당 신임 대표에 취임했다. 그는 12년 만에 ‘원외정당’이 된 정의당 대표를 맡으려는 이가 없자, “피할 수 없으면 정면으로 마주 서겠다”며 단독 입후보해 사실상 추대됐다.

정의당은 22대 국회가 개원하는 30일 광야로 나간다. ‘원내 0석’은 정의당이 진보정당의 정체성과 지향점으로 국민적 공감을 얻는 데 실패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진보정치의 필요성마저 없어진 건 아닐 게다. 정의당은 바닥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거대 양당이 말하지 않는 걸 이야기하고, 행동함으로써 진보정치에 새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 권 대표는 “원외정당이 된다는 것은 소외당한 많은 사람들 속으로 가라는 엄명”이라며 “다시 노동자 민중 곁에 함께 서겠다”고 했다. 그가 늘 서 있던 길 위에서 진보정치의 새 희망을 틔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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