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자정 무렵, 잠자려고 누운 경기도 주민들은 요란한 사이렌 소리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야 했다. ‘북한 대남전단 추정 미상물체 식별. 야외활동 자제 및 식별 시 군부대 신고. Air raid Preliminary warning’이라는 위급 재난문자였다.
모호한 내용 탓에 문자를 받은 사람들은 불안감과 공포에 휩싸였다. 심야에 경기 지역 경찰청과 소방재난본부에는 수백건의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심지어 ‘대남전단’ 뜻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많아서 인터넷에는 “대남전단이 도대체 뭔가요”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대남·대북 전단 살포에는 통상 풍선이 이용된다. 원래 전단을 주로 날린 쪽은 남한이었다. 2004년 국내 민간단체가 처음 날린 대북전단은 문구점에서 파는 풍선에 헬륨을 넣어 A4 용지 3~4장을 매달아 날린 게 전부였지만, 풍선이 북한에 도착하기도 전에 터져버리자 헬륨 대신 수소를 넣어 띄우기 시작했다. 풍선 안에는 북한 주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1달러나 작은 먹을거리를 동봉하기도 했다.
반면 이번에 북한이 날린 대남전단에는 악취를 풍기는 거름과 담배꽁초, 낡은 신발 등 오물이 담겨 있었다. 풍선에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터지도록 ‘타이머’와 기폭장치까지 설치돼 있었다. 200여개 풍선은 바람을 타고 경상·전라·충청도까지 전국으로 퍼졌다.
재난문자의 ‘미상물체’가 오물풍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과잉조치 논란이 불거졌다. 북한이 대남전단을 보낸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닌데 요란하게 재난경보를 울려야 했느냐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 거주 외국인들은 재난문자에 영어로 적힌 ‘Air raid Preliminary’를 공습 예비경보로 받아들여, 미사일이 날아오는 줄 알고 패닉에 휩싸였다고 한다.
정부는 “Air raid(공습)는 미상물체 등을 경고하는 경우에 사용하는 문구”라며 “재난문자를 보낼 당시만 해도 풍선 안에 위험물질이 들어 있을지 전혀 판단이 안 됐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I(인공지능) 첨단 기술 시대의 ‘Air raid’가 오물풍선 공격이라니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지만, 험한 말이 오가고 있는 분단 한반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태라 웃을 수만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