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19일 호우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채모 상병 어머니가 12일 해병대를 통해 편지를 배포했다. 편지는 절절하고 단호하다. 어머니는 “아들이 이 세상 어디엔가 숨을 쉬고 있는 것만 같아 미친 사람처럼 살고 있다”고 했다. 아들 잃은 슬픔은 책임 규명 요구로 이어진다. “유속이 빠른 흙탕물 속에 들어가라는 지시로 아들이 희생됐다. 그 진실이 밝혀져야 제가 살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아들 사망사고를 조사하시다 고통을 받고 계신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님의 군인으로서의 명예를 회복시켜주시고 과감하게 선처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국방부 장관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부하 장교들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지난 10일 경북경찰청에 보냈다. 탄원서는 졸렬하고 비겁하다. 임 전 사단장은 포11대대장이 작전 대상 지역을 자의적으로 확대한 것, 포7대대장이 무리하게 수중 수색을 지시한 것을 채 상병 순직 원인으로 꼽았다. 임 전 사단장은 해병대 수사단이 삿된 공명심에 눈이 멀어 무리한 수중 수색을 지시한 걸로 지목한 인물이다. 그에 반해 모든 게 부하 장교들 탓이라는 임 전 사단장의 탄원서는 부하들을 위한 탄원서가 아니라 그 자신을 위한 탄원서라고 봐야 할 것이다.
임 전 사단장은 군 작전의 특수성을 감안해 부하들을 선처해 달라면서 “군인은 국가가 필요할 때 군말 없이 죽어주도록 훈련되는 존재”라고 했다. 채 상병 어머니는 편지에서 “남원과 서울 신사동에 있는 산부인과를 왕복 8시간 다니며 어렵게 가진”, “휴가 한 번 나오지 못하고 수료식 때 부대 근처 펜션에서 점심식사 했던 것이 마지막 날이 되어버린”, “아토피가 있어 수영도 못하고 해병대 훈련받을 때 몇번 강습받은 게 전부인” 아들을 말했다. 이렇게 피와 살과 일상의 표정을 가진 아들, 딸들이 이 나라를 지키고 있다.
군인 목숨을 국가의 소모품 취급하는 임 전 사단장 말과 아들을 그리는 채 상병 어머니 말은 아득히 떨어져 있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격노와 ‘해병대원의 억울한 죽음과 억울한 항명죄를 규명하라’는 상식적 요구의 거리가 그러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