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변희수 하사 현충원 안장

이명희 논설위원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강제 전역 당한 변희수 하사가 2020년 1월2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힌 뒤 눈물을 흘리며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강제 전역 당한 변희수 하사가 2020년 1월2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힌 뒤 눈물을 흘리며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업튼 선생님은 최근 인생을 바꿀 중대한 결심을 하고, 트랜지션(성전환)해서 여성으로 살기로 하셨습니다. 크리스마스 휴가 이후에는, 메도스 선생님으로서 학교로 돌아오실 예정입니다.”

2012년, 영국 세인트 메리 맥덜린 학교의 가정통신문이 나간 후 메도스라는 이름이 언론에 앞다퉈 보도됐다. 그로부터 석 달이 지나지 않아 그는 자살했다. 학교 측이 메도스를 위해 넣은 이 문구가 그의 죽음을 불러올 거라곤 당시엔 몰랐다.

2021년 영국에서 출간된 <트랜스젠더 이슈>에 소개된 이 사례는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는 당사자들이 마주해야 하는 참담한 현실을 조명한다. 트랜스 여성인 저자 숀 페이는 다음해 출간된 한국어판 머리말에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군에서 강제 전역을 당한 뒤 목숨을 끊은 변희수 하사의 1주기를 기리기 위해 한국어판을 출간했다고 썼다.

변 하사 사건은 기억되지만 그 직전 두 명의 성소수자가 목숨을 끊은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2021년 2월8일 이은용 작가, 같은 달 24일 인권활동가였던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이 세상을 등졌다. 변 하사는 3월3일 그 뒤를 이었다. 모두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숨어 있던 사람들이 아니었다.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원했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냈을 뿐이었다. 변 하사는 천직으로 여기던 군에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현실이 아득히 높은 벽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성전환 후에도 직분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면서 거수경례를 올리던 그의 모습이, 그 울부짖음이 잊혀지지 않는다.

너무나도 늦게 군은 지난 4월 변 하사의 순직을 인정했다. 24일 대전현충원 안장을 하루 앞두고 서울 용산역 광장에 추모의 마음이 모였다. 현충원 안장만으로 변 하사의 영혼을 위로할 수 없건만, 이것조차 순탄치 않다. 일부 단체가 안장 반대 집회를 신고한 것이다. 저세상으로 떠난 이에게까지 혐오의 칼날을 들이미는 이들 앞에서 명복을 빌기가 참담하다.

묻지 않을 수 없다. 성소수자들이 얼마나 더 목숨을 잃어야 혐오를 멈출까. ‘차별금지법’은 ‘사회적 합의’라는 비겁함 뒤에 언제까지 감춰둘 것인가. 이 법 제정에 힘을 모으는 것이 떠난 이들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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