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서울대 스티커

정유진 논설위원

서울대학교 발전재단이 학부모들에게 ‘서울대 학생 가족’임을 나타낼 수 있는 ‘SNU Family’ 스티커를 배포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들이 학교 로고·이름을 넣은 각종 굿즈를 만드는 건 흔하지만, 국내에서 재학생 가족임을 표시해주는 굿즈를 만든 건 전례를 찾기 힘들다. 차량 뒷유리 등에 붙일 수 있는 이 스티커엔 서울대 로고와 함께 “I’M MOM(나는 엄마)” “I’M DAD(나는 아빠)” “PROUD FAMILY(자랑스러운 가족)”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해석하자면 “저는 서울대생 엄마(아빠)입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서울대생 가족”이란 뜻이 되겠다.

미국 대학에서는 이런 굿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버드의 공식 굿즈숍에서는 ‘하버드 아빠(엄마)’는 물론 ‘하버드생 할아버지(할머니)’ ‘하버드생 여동생(남동생)’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23~27달러에 팔고 있다. 서울대도 미국 대학의 이런 마케팅을 영어 표기 그대로 베껴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측은 “우월주의 차원이 아니라 학교 구성원과 가족들이 학교에 대해 공동체 의식을 갖고, 기부금 모금 등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길 기대하는 취지”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소속감과 공동체의식이란 말 자체는 아름답지만 그것은 누구에 의한, 무엇에 대한 것이냐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를 낳기도 한다. 내가 응원하는 스포츠팀에 대한 소속감이라거나 내가 활동하는 지역 봉사단체에 대한 공동체의식이라면 모를까, 내가 공부한 대학도 아니고 ‘내 자녀’가 다니는 대학에 대한 소속감은 어색함이 앞선다.

이러한 스티커가 노리는 건 명확하다. 학벌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서울대의 ‘아우라’를 이용해 가족들까지 함께 ‘서울대 브랜딩’ 효과를 누리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우월주의가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기득권층의 ‘끼리끼리’ 소속감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서울대의 의도와 무관하다. 만약 ‘우리는 자랑스러운 강남 ○○팰리스 가족’이란 스티커가 나온다면, 이를 지역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으로 느낄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학벌만능사회의 최대 수혜자인 ‘국립대학’ 서울대가 던진 돌 하나가 사회에 어떤 파장을 만들지 고민과 성찰이 부족한 것 같아 유감이다.

[여적] 서울대 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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