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꿈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이명희 논설위원
덴마크의 노보 노디스크사에서 개발한 비만치료제 위고비. AP연합뉴스

덴마크의 노보 노디스크사에서 개발한 비만치료제 위고비. AP연합뉴스

“몸이 굉장히 좋아 보인다. 비결이 무엇인가.” 2022년 10월 ‘X(옛 트위터)’에 질문이 올라오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두 단어로 답했다. “단식. 그리고 위고비.”

후덕한 몸매였던 머스크가 13.6㎏을 감량했다고 밝히면서 위고비는 비만치료제로 명성을 얻었다.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모델 킴 카다시안 등도 이 약으로 감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최형진 서울대 교수가 설명한 위고비의 원리는 이렇다. 음식을 먹으면 장에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라는 호르몬이 나오는데, 이 호르몬이 ‘배불러, 그만 먹어야지’라는 브레이크 신호를 준다. 이 호르몬을 흉내 낸 위고비를 주사로 투여해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 약을 만든 덴마크의 노보 노디스크는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아우구스트 크로그가 1923년 동료 의사이자 당뇨병 환자였던 부인과 함께 설립한 회사다. 위고비는 식욕 억제를 위해 만든 약은 아니었다. 당뇨 치료제로 개발됐는데, 의도치 않은 체중 감량 효과를 알게 돼 비만 치료제로 둔갑했다.

위고비가 이달 한국에 출시된다. 임상 결과 매주 한 번만 주사해도 68주 뒤 몸무게가 평균 15% 줄었다니, 귀가 쫑긋해진다. 그런데 비용을 듣고 나면 헛웃음이 나온다. 보험 적용이 안 돼 환자 부담 비용은 월 80만원 안팎이다. 15% 감량을 위해 1년5개월간 위고비 투약 시 약 1400만원이 들어간다. 비만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인가.

비만 양극화라는 말이 이래서 나온다. 위고비는 고사하고 식단관리라도 하려면 과일·채소는 비싸서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운동도 비용 부담으로 망설여지기 일쑤다. 실제로 저소득층 비만율이 높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다. 고도비만은 살을 빼야 한다. 그러나 정상체중 사람들까지 연예인처럼 날씬한 몸으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뱃살이 좀 있으면 어떤가. 건강을 해칠 정도만 아니면 괜찮다. 위고비는 끊으면 다시 살이 찌고, 속이 메슥거리고, 근육도 빠지는 부작용도 있다고 한다. 역시 동네라도 걸으면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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