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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적] ‘탈벅’ 운동
    [여적] ‘탈벅’ 운동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 ‘세이렌’은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해 배를 난파시키고 죽게 했다. 위험을 알리는 경보장치 사이렌은 1819년 프랑스 물리학자 샤를 카냐르 드 라 투르가 세이렌에 착안해 붙인 이름이다.1971년 미국 시애틀에 매장을 처음 연 스타벅스의 로고도 세이렌이다. 세이렌이 선원들을 홀렸듯이 사람들을 매료시켜 스타벅스에 자주 발걸음을 하도록 만들겠다는 바람이 담겼다. 그 유혹은 전 세계에 통했다. 1999년 한국에 진출한 스타벅스는 믹스커피에 익숙했던 대중의 입맛을 바꾸었고, 스타벅스가 입점한 상가는 ‘스세권’으로 불릴 정도로, 한국 사회에서 독보적인 문화적 지위를 확립했다. 텀블러와 머그잔 등 다양한 굿즈 역시 충성 고객을 묶어두는 무기였을 것이다.영원할 것 같던 스타벅스의 영광은 예전 같지 않다.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당시 미국 본사가 이스라엘 정부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불매운동이 촉발됐고, 국내 소비자...

    4시간 전

  • [여적] ‘관계맺기’의 두려움
    [여적] ‘관계맺기’의 두려움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21일 부부의날을 앞두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결혼을 주제로 올라온 글을 조사했다. 2만2095건 가운데 결혼을 행복하게 이야기한 글은 9.3%로 10건 중 1건도 되지 않았다. 결혼을 둘러싼 감정은 ‘두려움’(24.24%)이 가장 많았으며, ‘슬픔’ 비중은 최근 3년 새 9.5%에서 16.1%로 높아졌다. 혼인 건수 반등에 결혼 기피 흐름이 바뀐 것이라며 좋아하기엔, 결혼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불안’이 적잖다.결혼을 막는 가장 큰 벽은 경제적 문제였다. 많은 젊은이가 월급은 쥐꼬리인데,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과 양육 부담 등에 짓눌려 결혼을 포기했다. 직장인들의 게시글 절반 이상이 직장·연봉·대출·주거 등 돈 문제인 것만 봐도, 결혼을 꺼리는 배경엔 여전히 경제적 부담이 자리한다. 그런데 이번 조사 결과 젊은이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짐이 더 늘었다. 소개팅·매칭 앱 활용(9.7%)이나 이성 관계·연애 현황(9.4%) 같은 주제의 ...

    2026.05.20 18:15

  • [여적] 펍과 극우
    [여적] 펍과 극우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의 올드 오크>(2023)는 영국 북동부의 쇠락한 탄광마을에 시리아 난민들이 이주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1980년대 대처 정부의 민영화 정책으로 삶의 기반을 잃은 주민들은 ‘아랍의 봄’ 당시 집을 잃고 쫓겨온 난민들을 향해 욕설과 혐오를 쏟아낸다. 폐광으로 삶의 기반을 잃은 약자들(주민)의 박탈과 결핍이 또 다른 약자들(난민)을 향한 편견으로 폭발한 것이다. 비극은 펍 ‘올드 오크’의 주인 TJ 발란타인이 펍 뒷방을 주민과 난민들의 무료 급식소로 개방하려 하자 더욱 깊어진다. “우리가 추락할 땐 닫아뒀던 방을 왜 이민자들에겐 내주느냐”며 분노를 쏟아낸다. 가난의 고통이 고립을 낳고, 그 고립이 타자에 대한 의심을 불러 공동체를 파괴하는 분열로 이어진 것이다. 잠시 진통을 겪지만 ‘올드 오크’는 연대와 존엄의 광장으로 부활한다. 결국 약자의 삶을 무너뜨린 진짜 주범은 따로 있고, 그들이 약자의 분노를 이용한다는 것이 감독의 경고 아닐까....

    2026.05.19 18:34

  • [여적]협상 칩 된 대만
    [여적]협상 칩 된 대만

    지미 카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미국 세계경영전략의 책사로 꼽힌 인물이다. 그는 1997년 펴낸 <거대한 체스판>에서 유라시아 대륙을 체스판에 비유하며 소련 붕괴 후 유일 초강대국이 된 미국이 어떻게 헤게모니를 유지할지 훈수를 둔다. 그때만 해도 중국의 굴기를 예상하지 못했던 브레진스키는 “잠재적으로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중국, 러시아, 그리고 아마도 이란이 합세한 거대한 동맹이 형성되는 일일 것”이라고 했는데, 그의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세계를 열강의 체스판에 비유하는 건 다른 나라는 체스판의 말과 같다는 뜻을 함축한다. 그런 나라들이 열강의 세계전략 변화나 거래의 제물이 된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의 필리핀 지배와 일본의 조선 지배를 교환한 가쓰라·태프트 밀약(1905년)이 한 예다. 미국이 대만과 국교를 단절한 것도 그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잠재력이 큰 중국 시장 진출과 소련 견제 목적으로...

    2026.05.18 18:10

  • [여적]마가와 중국몽
    [여적]마가와 중국몽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특히 보수 포퓰리스트들은 중산층과 노동자 계층의 쪼그라든 경제적 현실이 이민자와 자유무역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흐름에 올라탄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내걸고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반이민, 제조업 부흥, 고립주의를 통해 미국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것이다.시진핑은 2012년 11월 국가주석에 처음 선출되자마자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웠다.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림) 노선에서 벗어나 중화인민공화국(신중국) 수립 100년인 2049년까지 세계 최강대국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몽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고 했다. 마가와 중국몽은 서로가 세계 질서를 주도하겠다는 점에서 닮았다. 마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

    2026.05.17 19:03

  • [여적]렌티어 자본주의
    [여적]렌티어 자본주의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주인공 김낙수 부장은 아들에게 소주를 따라주며 한 달에 월세로 3000만원을 받는 건물주 친구가 부럽지 않다고 했다. “아빠가 걔 부러워할 거 같아? 그래봐야 백수거든, 백수.” 아들이 “건물주면 임대사업자잖아요. 그게 왜 백수예요?”라고 묻자 김 부장은 “불로소득으로 먹고사는 놈이 백수지, 그럼 뭐야?”라고 되묻는다. 허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김 부장은 퇴직금 전액을 부동산 사기범에 속아 상가에 투자했다가 날리고 만다. 상가 임대료로 월 1000만원을 버는 ‘월천낙수’가 되겠다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이 드라마가 공감을 얻은 것은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갖는 욕망을 실감 나게 그렸기 때문일 것이다.자산소득 축적은 한국인들의 지상목표가 됐다. 지난해 노동자 1인당 실질임금 인상률이 0.9%에 그친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송파·강남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20% 이상 올랐고, 코스피 지...

    2026.05.14 18:15

  • [여적] 사회적 고립 전담 차관
    [여적] 사회적 고립 전담 차관

    소설 <모나코>의 주인공은 “철 안 든 노인”이다. 은퇴한 사업가인 그는 멋진 서재와 홈시어터가 있는 집에 산다. 체력이 좋고, 요리를 잘하고, 쿨한 유머감각도 갖췄다. 그러나 인간적 관계를 맺는 사람은 가사도우미 ‘덕’뿐이다.“언제부턴가 사는 것도 습관처럼 여겨졌다. 먹고, 자고, 걷고, 먹고, 걷고, 또 걷고. 어떤 날은 사는 이유를 생각해 냈다. 다음 날엔 또 잊어버렸다. 이제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먹는 것의, 사는 것의 의미는 조난당한 선원의 수영복처럼 부질없었다.”어느 날 그의 앞에 젊은 미혼모 ‘진’이 나타난다. 불꽃같은 사랑이 시작되지만 결말은 예상대로다. 진이 떠나고, 노인은 덕이 휴가 간 사이 심장마비로 죽는다. 두 달 후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노인의 집을 찾은 이는 좀도둑뿐이었다.고독은 반드시 빈곤이나 질병과 함께 오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을 나눌 사람, 함께 웃고 울 인연이 없다면 누구에게나 내려앉는다. 국가데이터처의 ...

    2026.05.13 18:05

  • [여적]단팥빵 5개
    [여적]단팥빵 5개

    지난달 초 경기 고양에서 80대 할머니가 단팥빵 5개를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할머니는 “남편이 좋아하는 단팥빵을 먹이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병을 앓는 남편을 20년째 홀로 수발해오고 있었다. 한 푼이 아쉬운 궁색한 처지에 단팥빵은 언감생심이었을 테다. 사정을 딱하게 여긴 경찰은 처벌 대신 지자체의 긴급 생계비 지원을 알선했다. 이 사연에 먹먹해진 사람들이 많았는지 ‘할머니를 돕고 싶다’ ‘법보다 배려와 인정이 좋다’는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이다.그러나 단팥빵에 양심을 팔아야 했던 할머니의 심정을 헤아리면 마음이 무겁다. 그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혹시라도 남편이 알게 돼 충격을 받을까 봐 전전긍긍했다고 한다. 빵집 주인의 선처로 처벌은 면했지만, 할머니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이처럼 생존을 위해 수치를 무릅쓰고 범죄를 저지르는 ‘노인 장발장’들이 줄을 잇고 있다. 고령층의 절도 범죄 증가는 단순...

    2026.05.12 18:15

  • [여적]‘일하다 죽지 않을 직장’ 식별법
    [여적]‘일하다 죽지 않을 직장’ 식별법

    올 1분기 산업재해 사고사망자가 113명으로 2022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었다. 하지만 마냥 반가워만 하기엔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 한국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산재 사망률 1위’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작가 김훈은 산재가 줄지 않는 한국 사회를 “단순하고 원시적이며 동일한 유형의 사고에 의한 떼죽음이 장기간에 걸쳐 계속”되는 킬링필드로 표현했다.이런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커지면서 산재 정보공개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렸다. 산재 다발 기업의 이름이 공개되면 부담을 느낀 사업주가 산재 예방에 나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직자로선 취업하려는 기업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미리 알아볼 수 있다.그간 고용노동부는 매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재판에서 확정된 사업장 명단을 공표해오긴 했다. 사망재해자가 2명 이상 발생했거나 화재·폭발 등 중대산업사고가 발생한 곳 등이 공표 대상이었다...

    2026.05.11 18:55

  • [여적]한타 바이러스
    [여적]한타 바이러스

    한국전쟁 당시 중부전선에 주둔한 유엔군 약 3200명이 원인을 모르는 고열·출혈 등 증상으로 고통을 겪었다. 수백명은 목숨까지 잃었다. 중공군과 인민군에게도 이 괴질이 돌자 이들은 미국이 벌인 세균전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한국형 출혈열’(신증후군출혈열) 원인은 20여년이 지나서야 규명됐다. 고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가 1976년 한탄강 유역에서 채집한 등줄쥐 폐조직에서 원인 바이러스를 확인한 것이다. 이 바이러스는 한탄강 이름을 따서 ‘한탄 바이러스’로 명명됐다. 이후 관련 바이러스군 전체가 ‘한타 바이러스’라는 학술용어로 불리게 됐다.한타 바이러스의 어원은 한탄강이지만 종류가 다양해 감염증 양상도 다르다. 아시아에서 발견된 한탄 바이러스는 신증후군출혈열(치명률 1~15%)을, 남미의 안데스 바이러스는 한타 바이러스 심폐증후군(치명률 20~35%)을 유발한다. 한타 바이러스는 설치류를 통해 사람에 전파되지만, 안데스 바이러스는 매우 드물게 사람 간 전파도 보고...

    2026.05.10 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