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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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적]한·중·일, 한·일·중
    [여적]한·중·일, 한·일·중

    여러 나라가 모이면 불리는 순서가 있다. 올림픽 개·폐회식에선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가 가장 먼저, 개최국은 맨 마지막에 입장한다. 다른 참가국 순서는 개최국이 정하기 나름이다. 영문 알파벳 순서가 일반적이지만 개최국 언어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베이징 올림픽 때는 중국어 간체자 획수가 적은 나라 순이었다. 외교 관계에선 여러 나라를 병렬할 때 자국과의 친소, 중요도, 역사적 배경, 정치적 고려 등을 두루 감안해 순서가 정해진다. 그래서 한국 바로 뒤에는 유일한 동맹인 미국이 위치한다. ‘한·미·일’ ‘한·미·중’ 식이다. 그런 미국도 ‘헌법상 대한민국 영토’인 북한이 끼면 그 뒤로 밀려 ‘남·북·미’로 표기됐다. 보수 정당·언론에선 ‘북·미’ 대신 ‘미·북’을 주로 쓴다.동북아 3국인 한국·일본·중국을 표기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일본은 ‘일·중·한’, 중국은 ‘중·일·한’으로 쓴다. 한국은 관행적으로 ‘한·중·일’이라고 했는데, 오래 기간 써와서...

    15시간 전

  • [여적] 국어 불수능
    [여적] 국어 불수능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올 입시의 주요 변수 중 하나는 지난해보다 국어가 어렵게 출제됐다는 점이다. 작년보다 두 문제 정도를 더 틀려도 1등급(상위 4%)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대형 입시학원들은 올해 국어(언어와 매체) 표준점수 최고점이 140대 중후반으로 상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엔 139점이었고, 역대급으로 어려웠던 재작년엔 150점이었다. ‘불수능’과 ‘물수능’의 기준은 통상 140점이다. 국어는 1교시 과목이다. 국어가 어려우면 수능 전체에 대한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가 확 올라간다. 1교시를 잘 치렀다고 생각하면 다음 시험에도 자신감이 생기지만, 망쳤다고 생각하면 불안감이 커진다. 올해도 1교시 뒤 ‘멘붕’에 빠졌다는 수험생이 적지 않았다. ‘국어 불수능’ 때마다 나오는 게 1교시를 한국사로 바꾸자는 아이디어다. 한국사는 절대평가이고 문제도 상대적으로 쉽다. 국어보다 수험생들의 부담과 압박감이 덜하다. 다음 시간 시험에 미치는 악영향도 최소화할 수 ...

    2025.11.16 18:10

  • [여적]민주노총 30년, 여전한 ‘전태일들’
    [여적]민주노총 30년, 여전한 ‘전태일들’

    권영길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13일 전태일 추도식이 열린 마석 모란공원을 찾았다. 55년 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몸을 불살랐던 전태일, 세상은 ‘산업화의 그늘에 가려진 노동자를 드러낸 불꽃’으로 전태일을 기억한다. 권 지도위원은 올해만큼은 전태일을 다르게 추모하고 싶다고 했다. 먼지 속에서 하루 15시간 일하는 어린 노동자를 애처로워하고 버스비를 털어서 산 풀빵을 여성 시다(여공)들에게 나눠줬던 그 청년 재단사를 소환했고, “가장 아프고 낮은 곳을 향했던 그 마음이 지금 우리가 실천해야 할 전태일 정신”이라고 했다. 그렇게 산 전태일의 분신 이후 어린 ‘여성’들은 더 이상 전태일의 ‘불쌍한 여공’에 머물지 않았다. 동일방직·반도상사·YH무역 노조운동은 ‘0번 여공’으로 불리던 이들을 자존감 넘치는 노동자로 만든 사건이었다.55년 전 전태일이 낸 길이 새로운 세상을 열었지만, 현실은 지금도 참혹하다. 법 밖의 노동자들이 잇딴 과로사로 쓰러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

    2025.11.13 19:06

  • [여적] ‘요지경’ 감사원
    [여적] ‘요지경’ 감사원

    지난 11일 최재해 감사원장의 퇴임식에 뒷말이 무성하다. 기념사진을 찍으러 감사원 지휘부가 이동할 때 유병호 감사위원(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휴대전화로 유행가 ‘세상은 요지경’을 틀었다. 그러곤 “영혼 없는 것들”이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는 노래 가사처럼, 요지경 감사원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날이다.최 원장은 퇴임사에서 “감사원장으로서 맨 앞에서 외풍을 맞으면서도 감사원의 독립성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심사숙고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했다. 유체이탈의 극치다. 국회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기관”이라며 독립성을 부인한 인물이 그 아니었던가. 윤석열 임기 내내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이나 이태원 참사는 깔아뭉개기 감사를 했고,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나 탈원전같이 문재인 정부 정책은 먼지털이식 감사를 벌였다. ‘정권의 사냥개’라는 비아냥이 이어지며 감사원 위상을 추락시킨 장본인이다...

    2025.11.12 19:08

  • [여적] ‘AI 커닝’ 비상벨
    [여적] ‘AI 커닝’ 비상벨

    대학가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부정행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연세대에선 지난달 15일 대형강의실에서 치러진 ‘자연어처리(NLP)와 챗GPT’ 과목의 중간고사에서 600명 중 50여명이 AI를 활용한 것으로 지목됐다. 고려대에선 1400여명이 수강하는 온라인 교양과목 중간고사에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집단 커닝 의혹이 일어 시험 결과를 전면 무효 처리했다. ‘AI 커닝’의 두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무엇보다 성적만 잘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의 윤리 의식이 문제이겠으나, 책임을 학생들에게만 돌릴 일은 아니다. 먼저 수강생 숫자가 ‘상상 초월’이다. 이래서야 교수 한 사람이 과제를 제출받거나 시험을 통해 평가하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연세대에서는 수강생 201명 이상 강의가 2020년 75개에서 지난해 104개로 늘었고, 2023년 2학기 기준 34개였던 원격(비대면) 강좌는 올해 2학기엔 321개로 증가했다. 게다가 대학들이 ‘강의의 외...

    2025.11.11 18:29

  • [여적] ‘잠재적 뇌물’과 ‘의례적 선물’
    [여적] ‘잠재적 뇌물’과 ‘의례적 선물’

    2016년 시행된 청탁금지법은 우리 법 중 드물게 허용되는 ‘선물’의 법적 성격과 한도를 담고 있다.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부조 목적’에 해당해야 하고, 100만원을 넘어선 안 된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공직은 물론 우리 사회의 선물을 고리로 한 일상적 부패 관행을 제대로 인식하고 근절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회적 상례’에 맞는 선물과 ‘잠재적 뇌물’ 사이의 경계가 흐릿했기 때문이다. 2023년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당대표 당선 며칠 뒤 그의 부인이 김건희씨에게 명품백을 선물한 사실이 드러났다. 선물은 “당선을 도와줘 감사하다”는 편지와 함께 발견됐다. 당시 3·8 전당대회에서 ‘윤심 개입’ 논란 속에 대역전한 김 의원의 석연찮은 당선 과정을 감안하면 뇌물인지 선물인지 모를 행태도 문제지만, 해명이 더욱 심각하다. 김 의원은 “신임 여당 대표 배우자로서 대통령 부인에게 사회적 예의 차원에서 선물한 것”이라고 했다. “여당 대표와...

    2025.11.10 18:50

  • [여적] 피지컬 AI
    [여적] 피지컬 AI

    오픈AI의 챗GPT, 구글 제미나이,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등은 자연어 문장을 한꺼번에 인식하고 단어 사이의 관계를 계산해내는 트랜스포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거대언어모델(LLM)이다. ‘생성형 AI(인공지능)’라는 이름처럼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텍스트·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 AI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AI 기술이 초기 인식형, 생성형을 거쳐 사람 대신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 종국에는 ‘피지컬 AI’로 발전한다고 설명한다. 피지컬 AI는 현실(물리적) 세계를 인식하고, 반응하고, 행동하는 AI다. 한마디로 생각하는 뇌를 장착한 로봇이라 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대표적이고 물건을 정리하거나 배달하는 로봇도 등장했다. 인간처럼 생긴 로봇(휴머노이드)이 로봇을 조작하고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는 광경도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젠슨 황이 각국으로부터 주문이 쇄도하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한국에 ...

    2025.11.09 18:56

  • [여적] 유치원 아닌 ‘영어유치원’
    [여적] 유치원 아닌 ‘영어유치원’

    유아 대상 영어 사교육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교육당국이 단골로 내놓는 정책이 있다. ‘영어유치원’ 사용 금지령이다. 유아 영어학원이 유치원 명칭을 사용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시설 폐쇄까지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교육부는 유아교육 정보가 유통되는 온라인 카페와 언론 등에도 영어유치원이라는 표현이 나오면 정정하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유치원은 공교육 기관이다. 유아교육법에 따르면 학교가 아닌 기관에 유치원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 영어유치원이라는 단어는 사교육인 영어학원이 공교육처럼 오인될 소지가 다분하다. 서울 대치동 입시학원 이름에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붙이면 어떻게 되겠는가. 언어는 의사소통 수단이지만 인간의 사고와 현실 인식을 형성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어유치원은 이미 유아 대상 영어학원을 지칭하는 보통명사로 굳어졌다. 언중(言衆)에게는 유아 영어학원이라는 정부 공식 명칭이 오히려 어색하고 번거롭다. 지난 9월 교육부는 전국의 유아...

    2025.11.06 18:15

  • [여적]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
    [여적]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불패’ 속설은 정책 실패의 다른 얼굴이다. 정권을 불문하고 부동산은 교육과 함께 ‘손대지 않는 게 상책’으로 여겨질 만큼, 정부 정책을 시장이 신뢰하지 않는 대표적 영역이다. 정권 바뀔 때마다 표변한 일관성 부재 탓이 크지만, 정책결정권자들의 도덕성에 대한 불신도 작용했다. 자식들 필요에 맞춘 전두환 정권의 졸업정원제나 사회지도층이 대거 연루된 과거 부동산 투기 광풍은 시민들의 열패감과 정책 불신을 불러왔다. 오죽하면 “정부 정책 반대로 가면 성공한다”는 냉소까지 나오겠는가.부동산 정책 입법의 열쇠를 쥔 국회의원 5명 중 1명은 다주택자라는 결과가 지난 4일 공개됐다. 이들의 주택 5채 중 1채는 서울 강남에 있고, 평균 19억5000만원인 부동산 자산은 국민들(평균 4억2000만원)의 5배에 가까웠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억원 금융위원장·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 등 고위공직자들도 다주택 소유나 아파트 갭투자가 드러나 10·15 부동산 대책...

    2025.11.05 18:43

  • [여적]“한동훈 쏴죽이겠다”
    [여적]“한동훈 쏴죽이겠다”

    전쟁범죄·쿠데타 같은 한 국가의 역사적 과오나 유혈 사태는 대부분 ‘군의 이름’으로 행해졌다. 그때 군의 진술은 국가폭력의 진상을 밝히는 무게 있는 증언일 수밖에 없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계엄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한 목격 군인들의 진술은 군 발포 명령을 추적하는 결정적 근거가 됐다. 나치 전쟁범죄를 단죄한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 증인으로 선 독일군 고위 장성들은 “나는 명령을 받았지만 그 명령이 범죄인 줄 알았다”고 했다. 국제형사재판소가 “상명하복이라도 불법 명령은 거부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문화한 데도 이들의 증언이 결정적이었다.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법정에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굳은 표정으로 섰다. 지난해 10월1일 국군의날 행사 후 김용현·이진우·여인형 등이 모인 관저 만찬이 단순한 술자리였다고 한 윤석열의 말에 곽 전 사령관은 작심 발언을 토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일부 정치인들을 호명하면서 (...

    2025.11.04 1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