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경향신문

오피니언

  • [여적]최강록의 ‘나를 위한 요리’
    [여적]최강록의 ‘나를 위한 요리’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2> 결승에 오른 두 사람 모두 간절했다. 인생과 자존심을 건 경연이었을 것이다. 식당 개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하성(‘요리괴물’) 셰프는 “지금까지 한 게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꼭 이기고 싶었다. 시즌1 팀전 탈락의 아픔을 딛고 ‘히든 백수저’로 재도전한 최강록 셰프 역시 마찬가지다.승자는 최 셰프였다. ‘나를 위한 요리’라는 주제로 펼친 대결에서 그는 깨두부와 자신이 좋아하는 재료들을 넣은 국물 요리를 냈다. 마지막 요리는 모두의 예상을 깼다. ‘조림인간’ ‘조림핑’이란 별명이 붙은 그이기에 당연히 조림으로 겨룰 줄 알았던 것이다. 그는 “조림을 잘 못하면서도 잘하는 척 살아온 시간들이 있었다. 나를 위한 요리에서만큼은 조림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요리 이름도 최 셰프다웠다. “깨두부를 넣은 국물 요리, 그런데 제 마음대로 만든”이라는 이름은 ‘○○를 곁들인’이라는 표현을 즐겨쓰는 그의...

    11시간 전

  • [여적] 트럼프의 연준 때리기
    [여적] 트럼프의 연준 때리기

    중앙은행은 “파티가 무르익을 때 펀치볼(술과 음료를 담는 그릇)을 치우는 사람”으로 비유된다. 1951년부터 19년 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었던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이 남긴 말이다. 경제가 호황을 누릴 때(파티) 조심히 술그릇을 치워(금리 인상) 경기과열을 막아야 한다는 의미다. 파티가 이어지기를 원하는 정부나 시장에 중앙은행이 ‘욕받이’의 대상이 되는 건 어쩌면 숙명적이다.‘중앙은행의 독립성’은 통화정책의 상식이고, 그래서 미국 연준 의장은 ‘경제 대통령’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우리가 알던 미국’이 사라지는 트럼프 시대에는 이 상식마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수사 중인 연방 검찰이 지난 9일 파월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대배심 소환장을 발부한 것이다. 트럼프가 취임 직후부터 금리 인하를 압박했지만 말을 듣지 않자 “멍청한 사람” “너무 늦은 사람(Mr. Too late)”이라며 겁박하더니 결국 강제로 쫓아내려는 ...

    2026.01.14 18:53

  • [여적]독립기념관장이란 자리
    [여적]독립기념관장이란 자리

    뉴라이트 역사관과 기관 사유화 논란을 빚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해임 수순을 밟게 됐다. 국가보훈부 감사에서 비위 사실이 확인돼 김 관장이 이의 신청을 했지만, 보훈부는 감사 결과를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확인된 비위는 기관 사유화, 업무추진비 부당사용 등 14건이다.보고서를 보면 그가 공직자 자질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예배에 기념관 강당을 내주는가 하면, 수장고 유물을 꺼내 교인들에게 관람케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11월 시정 권고를 내린 사안이다. 하지만 김 관장은 같은 내용으로 보훈부 감사 결과(12월5일)를 통보받고도, 다음날 또 예배 행사를 열었다. 자신의 ROTC 동기회 행사에 기념관 컨벤션홀을 무단으로 대여해주기도 했다. 한국의 국가정체성이 담긴 독립기념관을 공사 구분 없이 사적으로 전용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참담할 일인데 법인카드 부정 사용 등 다수의 위법·부당 행위가 확인됐다.감사로 새롭게 드러난 사실도 있다. 김 관장은 지난해 ...

    2026.01.13 18:36

  • [여적]그린란드와 미네소타
    [여적]그린란드와 미네소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사고 싶다고 했을 때, 다들 농담인 줄 알았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멍청한 소리”, 정치인들은 “만우절 농담이냐”고 비아냥거렸다. 주권 국가를 사겠다는 황당한 발상에 흥분할 만도 했다.미국은 과거에 땅을 사들인 이력이 있긴 하다. 1803년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이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 지역을 사들였고, 1867년엔 러시아의 알래스카를 샀다. 1917년엔 덴마크에 2500만달러를 주고 버진아일랜드를 샀다. 그린란드 역시 미국이 오래전부터 탐내던 땅이다. 1946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덴마크에 1억달러를 주고 사려다 퇴짜를 맞은 바 있다. 그린란드에 관심을 보였던 트럼프는 2024년 대선 승리 직후에도 매입을 추진했었다.그 이유는 짐작할 만하다.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북극권 안에 있어 국토의 85%가 얼음으로 덮여있지만, 그 밑에는 막대한 원유와 광물이 묻혀 있다. 지구...

    2026.01.12 19:02

  • [여적]위장 미혼
    [여적]위장 미혼

    한때 청약통장은 무주택자들의 꿈이었다. 청약통장을 만들어 아파트를 분양받고, 이를 기반으로 넓은 평수로 옮겨가는 것이 국민들의 일반적인 자산증식 방법이었다. 아파트 청약은 온 국민의 관심사였다. 1977년 도입된 주택 청약제도는 시행 초기엔 인구 증가 억제 차원에서 ‘영구불임 시술자’에게 우선적으로 분양권을 줬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불임수술자 우선 적용은 1997년에야 사라졌다. 2006년 8월에는 반대로 다자녀 우대정책이 등장했다. 청약제도는 우대 조항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누더기가 됐다.청약제도는 2007년 가점제가 도입되면서 달라졌다. 부양가족 수(35점), 무주택기간(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당첨자를 가리게 된 것이다. 이 중 부양가족 수가 가장 어려운 조건이다. 부양가족 수가 변수가 되자 편법도 비일비재해졌다. 대표적인 것이 ‘가족 수 뻥튀기’다. ‘로또 청약’으로 불렸던 서울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아파트 청약에서...

    2026.01.11 19:17

  • [여적]보수의 당명 개정
    [여적]보수의 당명 개정

    1990년 2월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이 합당한 민주자유당은 보수 정당의 뿌리였다. 그러나 1992년 집권한 김영삼 정부는 하나회 철폐 등으로 3당 합당의 과오를 딛고 1995년 12월 민자당에서 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신한국당은 1996년 15대 총선에서 139석을 차지해 당명 변경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1997년 대선 한달 전인 11월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 문제, 이인제 후보 탈당으로 위기에 몰린 신한국당은 한나라당으로 탈바꿈했다. 비록 1997년 대선 패배로 사상 처음 야당의 길을 걷게 됐지만, 이회창 총재의 ‘강력한 야당’ 선언에 힘입어 한나라당은 15년간 장수했다.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디도스 사건과 돈봉투 사태가 터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변신했다. ‘2004년 천막당사 정신’을 외친 새누리당은 그해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돼 보수의 재탄생을 알렸다. 하지만 친박·비박 내분, 최순실 국정농단 후 국회 탄핵소추안 통과로...

    2026.01.08 18:54

  • [여적]전장연 시위 멈추게 한 ‘정치’
    [여적]전장연 시위 멈추게 한 ‘정치’

    내 삶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갖지 못할 때 누구나 약자가 된다. 약자의 언어가 빈약할수록 약자들 권리에 무심한 사회일 수밖에 없다. 특히 장애인들은 다른 약자들에 견줘 정상·표준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세상의 턱에 부딪히는 존재들이다. “세상이 알아들으려면 창문을 깨고 불을 질러야 한다”(서프러제트)는 말처럼 장애인운동이 거칠고 치열한 것도 이런 이유를 무시할 수 없다. 소수자운동이 당사자 운동으로 자리 잡기 전인 2001년 오이도역 장애인 추락 사고부터 이들은 이동권 보장, 권리 예산, 탈시설 운동처럼 실질적 권리를 확보하는 투쟁을 벌이며 ‘내가 누구인지’ 입증해야 했다. 이들의 보편적인 시민권을 박탈한 대표적 장소가 지하철역이다. 시민들의 출근을 방해했다고, “퇴거 불응 시 ‘역사 밖’으로 퇴거당하는” 경멸 대상에서 그들은 벗어나지 못했다. 정확한 속도로 정시에 출발해야 하는 곳, ‘시간이 돈’이라는 자본주의 상징 공간에서 장애인들은 사회의 속도를 지연시...

    2026.01.07 18:46

  • [여적]벽란도
    [여적]벽란도

    예성강은 황해도 곡산군 고달산(868m)에서 발원해 서해로 흘러들어간다. 고려 시대 예성강 하류에 ‘푸른 물결의 나루’ 벽란도(碧瀾渡)가 있었다. 수심이 깊어 밀물 때는 큰 배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 수도 개경과 12㎞ 거리로 가까워 외국에서 고려로 들어오는 관문이었다. 송(중국), 왜(일본), 교지국(베트남), 섬라곡국(태국), 마팔국(인도), 대식국(아라비아) 상인들이 벽란도에서 교역을 했다. 벽란도는 국제 무역항이자 해상 실크로드 종착지였다. 고려가 ‘코리아’로 세계에 알려진 것도 이때다.벽란도를 찾는 외국 상인의 대부분은 중국인이었다. 고려는 종이·인삼·나전칠기 등을 수출했고, 비단·약재·서적을 주로 수입했다. 특히 닥나무 껍질로 만든 고려의 종이 ‘고려지(高麗紙)’는 희고 매끄럽고 질기고 잘 변질되지 않아 중국 문인들이 중요한 서적을 만들 때 애용했다고 한다. 그렇...

    2026.01.06 18:34

  • [여적]하늘의 별 된 안성기
    [여적]하늘의 별 된 안성기

    “얼굴이 심하게 구겨진 인간이 밤이면 밤마다 영월 시내에 나타나 미인을 찾아 헤맨다고 합니다. 밤길 조심하시구요.”영화 <라디오 스타>에서 한물간 가수 최곤(박중훈)이 DJ 박스에서 매니저 박민수(안성기)를 타박하며 내뱉는 멘트다. 늘 투덜대는 최곤을 살뜰히 챙기는 ‘박민수’는 배우 안성기가 그의 실제 성격과 가장 닮은 인물로 꼽은 캐릭터이다. 2006년 9월 개봉된 이 영화는 비만 오면 생각나는 명작이다. 자신의 어깨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아랑곳하지 않고 박중훈에게 말없이 우산을 씌워주는 마지막 컷은 지금도 먹먹하다. 이 장면은 안성기의 애드리브로 탄생했다는데, 인간 안성기를 보는 듯해서 더 설득력 있다.안성기는 국민배우다. 연기를 64년이나 오래해서, 잘해서만은 아니다. 입 양 끝에는 늘 선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밭고랑처럼 갈라진 눈가 주름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거절도 잘 못했다. 다양한 감투도 그래서 썼다. 2000년부터 스크린쿼터 ...

    2026.01.05 18:40

  • [여적] 시니어 경계병
    [여적] 시니어 경계병

    나이가 들수록 강인해지고 기백을 잃지 않는다는 ‘노익장’은 중국 <후한서(後漢書)> ‘마원전(馬援傳)’에 나오는 말이다. 후한의 ‘개국공신’ 마원은 젊을 때부터 “대장부위자 궁당익견 노당익장(大丈夫爲者 窮當益堅 老當益壯)”을 소신으로 삼았다. 대장부라는 사람은 뜻을 품었으면 궁할수록 굳세야 하고 늙을수록 건장해야 한다는 뜻이다.실제로 62세 마원은 광무제가 파견한 군대가 동정호 일대에서 전멸했다는 소식을 듣고, 왕에게 출전을 간청했다. 왕이 그의 나이 때문에 주저하자 “두꺼운 갑옷을 명주처럼 걸치고 젊은이보다 말을 잘 타는데 어찌 늙었다고 하십니까”라며 안장에 올라 기량을 과시해 출전을 허락받았고, 큰 전공을 세웠다....

    2026.01.04 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