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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적]영치주의
    [여적]영치주의

    국회가 법을 만들면 행정부는 시행한다. 그러나 법에 구체적인 시행 방법까지 시시콜콜 담기는 어렵다. 그래서 제헌헌법부터 법 시행에 필요한 세부 규정을 행정부가 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시행령·시행규칙이 그런 규정이다. 대통령·총리·장관 등이 제정할 수 있다. 이를 행정입법이라고도 한다. 이명박 정부 때 3762건, 박근혜 정부 때 3667건, 문재인 정부 때 4602건의 시행령이 공포됐다.헌법 75조는 “법률에서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만들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법률 취지를 거스를 수 없다고 한계를 둔 것이다. 그러나 역대 정부는 국회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행정입법을 활용해왔다. 국회에서 법을 만드는 데 오래 걸리고, 특히 여소야대에서 야당이 반대하면 법 자체를 만들 수 없으니 시행령·시행규칙을 통해 입법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이것이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는 지적은 제헌헌법 논의 때부터 있었다. 2015년 여당 ...

    18시간 전

  • [여적]태극마크 단 조엘진·비웨사
    [여적]태극마크 단 조엘진·비웨사

    한국 육상은 오랫동안 변방에 머물렀다. 마라톤의 황영조·이봉주 선수, 높이뛰기의 우상혁 선수 등을 제외하곤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하지만 대표적 불모지이던 트랙 단거리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중심에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태극마크를 단 나마디 조엘진(20·예천군청)과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23·안산시청)가 있다.지난해 7월 독일 보훔에서 열린 2025 라인-루르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U대회) 남자 계주 400m에서 한국 대표팀은 38초50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육상이 U대회 남자 400m 계주에서 우승한 건 사상 최초다.2번 주자였던 조엘진은 한국인 어머니와 나이지리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멀리뛰기 선수였던 아버지의 DNA를 물려받은 조엘진은 고교 시절부터 고등부 100m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한국 육상 단거리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지난 9일에는 일본에서 열린 후지호쿠로쿠 월드 트라이얼 육상대회 남자 10...

    2026.08.12 18:31

  • [여적]메가프로젝트 전격전
    [여적]메가프로젝트 전격전

    주나라 무왕이 군사 정벌에 사용하는 무기의 종류와 등급에 대해 태공망에게 물었다. 태공망은 어떤 무기들이 있으며,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 효과적인지 자세히 답한다. 그중 이런 대목이 있다. “전차는 행동이 번개처럼 빠르다 하여 이를 이용한 전술을 전격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적의 견고한 진지를 함락하고, 보병과 기병을 격파하는 데 큰 효과가 있습니다.” 태공망은 무왕의 책사였던 강태공을 일컫는다. 중국 고대 병법서인 <육도>에 나오는 내용이다.‘전격전’은 신속한 기동력과 기습 작전으로 적의 약한 고리를 끊고 단시일에 적진을 돌파하는 기동작전이다. 2차 대전 때 독일군이 폴란드·프랑스를 침공할 때 구사했다는 게 통설이었다. 독일연방군 육군 대령 칼 하인츠 프리저는 1995년 <전격전의 전설>이라는 책을 썼다. 2차 대전 때 독일군 전술이나 교리체계에 전격전은 없었으며, 프랑스 조기 함락은 여러 우연이 겹친 결과였다는 내용이다. 독일군의 전격전은 사...

    2026.08.11 18:10

  • [여적]‘건대항쟁’ 40주년
    [여적]‘건대항쟁’ 40주년

    전두환 정권이 막바지로 치닫던 1986년 10월28일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3학년이던 박영일씨는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건국대에 갔다. 당시 건국대에는 학생운동 대중조직인 ‘전국반외세반독재애국학생투쟁연합’ 결성식을 위해 전국 26개 대학에서 학생 2000여명이 모여 있었다. 결성식이 끝나자 경찰 수천명이 최루탄을 쏘며 학내로 진입했고 학생들은 대학 내 건물 5곳으로 쫓겨 들어갔다. 박씨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점거농성을 할 수밖에 없었다. 10월31일 헬기까지 동원한 경찰의 대대적인 진압 작전으로 학생 1525명이 연행돼 1288명이 구속됐다. 단일 사건으론 역대 가장 많은 구속자 수다. 당시 언론에 ‘건대 사태’로 소개된 ‘10·28건대항쟁’이다.군사독재에 반대해 민주화를 주장하기 위해 모였던 학생들에게는 ‘공산혁명분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구속된 박씨는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불법체포·감금과 구타, 잠 안 재우기 고문 ...

    2026.08.10 18:10

  • [여적]폐버스는 집이 아니다
    [여적]폐버스는 집이 아니다

    1990년 미국 에머리대를 졸업한 크리스토퍼 매캔들리스는 문명사회를 벗어나 다른 삶을 살겠다며 홀연히 떠났다. 미국 전역을 떠돌던 그는 1992년 4월 알래스카의 오지에 정착했다. 이곳에서 1960년대까지 운행되다 폐기된 ‘142번’ 시내버스를 발견했다. 사냥과 채집으로 대자연을 누비던 그에게 ‘142번 폐버스’는 안식처였다. 하지만 굶주림과 고립 속에서 그의 모험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해 9월 사냥꾼들이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린 듯한 구조 요청 메모와 함께 이미 두 달 전 숨진 매캔들리스를 폐버스 안에서 발견했다. 2007년 숀 펜 감독의 영화 <인투 더 와일드>가 다룬 실화다. 영화를 계기로 ‘142번 폐버스’는 모험가들이 찾는 곳이 됐지만, 죽음 앞에 절망했던 20대 청년에게 그곳은 폐허이자 비극의 현장이었다.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3선)이 지난 7일 네덜란드 ‘보트하우스’를 본떠 폐버스를 개조해 대학가와 역세권에 제공하는 청년 주거 대책을 제안했다....

    2026.08.09 19:33

  • [여적] “그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여적] “그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미국 정치의 지각을 흔들고 있는 민주사회주의(DSA)의 강력한 우군은 밀레니얼들과 Z세대들이다. 이들이 DSA 돌풍의 진원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4일 치러진 미시간주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선 DSA의 지원을 받은 압둘 엘사예드 후보가 4선 현역 하원의원을 꺾고 승리했다. 민주당 텃밭에 이은 경합주에서의 승리는 지지층을 넘어 대중을 향해 나아가는 증거인 만큼 더는 이례적 현상으로 넘길 수도 없게 됐다. 미국 사회의 금기였던 ‘사회주의’를 다시 정치의 언어로 끌어낸 DSA는 어떻게 젊은 세대를 파고들며 약진하고 있는 것일까.“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DSA 현상은 미국에서 ‘자유주의 주류 정치’의 퇴조를 예감하게 한다. 민주·공화 양당의 정책적 차이가 희미해져 금권 아니면 추문뿐인 미국 정치판에서 민주당 주류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젊은 세대에게 이들의 이미지는 위선과 무기력이다. 압둘 엘사예드는 “민주당의 문제는 ...

    2026.08.06 18:12

  • [여적]결혼이란 지렛대
    [여적]결혼이란 지렛대

    솔로 인생을 즐기며 살던 한 후배가 얼마 전 결혼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한국에서 집을 구할 방법은 결혼밖에 없다는 것이 이유다. 집값은 치솟는데 대출은 제한돼 있고, 혼자만의 자산이나 소득으로는 도저히 집을 장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혼을 해서 정부가 신혼부부에게 제공하는 각종 대출·청약·세제 혜택을 활용해야 간신히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과거에는 결혼할 때 남자가 살 집을 마련하고 여자는 세간살이를 준비하는 것이 통례였다. 당시만 해도 수년간 직장 생활로 모은 돈에 부모님의 일부 지원과 대출 등을 더하면 작은 집이나 전세금을 마련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남자가 벌어들이는 소득이 가계의 주 수입원이던 가부장적 시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집값이나 전셋값이 너무 높고 맞벌이도 많다 보니 남녀가 공동 부담으로 신혼집을 장만하는 경우가 흔하다.급감하던 결혼이 몇년 전부터 다시 늘어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통계를 보면 인구...

    2026.08.05 18:10

  • [여적]소상공인 육아 지원금
    [여적]소상공인 육아 지원금

    “제가 없으면 일이 돌아가지 않으니까 출산한 뒤 산후조리원에서 일했습니다.”“임신 8개월 때 배가 많이 나와 있는 상황에서 주방에 들어가서 그날 음식을 아침부터 밤까지 했어요.”지난 5월12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마련한 ‘여성·청년 소상공인 출산·육아 관련 간담회’에서 나온 하소연들이다.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출산·육아기의 소득 단절과 돌봄 부담을 호소했다.극히 일부의 사례가 아니다. 지난 6월 고용동향을 보면, 사람을 쓸 형편이 안 되는 ‘나홀로 사장’이 429만7000명에 달한다. 전체 자영업자 583만6000명의 73.6%(무급가족종사자 제외)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홀로 일하지만 대개 몇년을 못 버틴다. 지난해 소상공인 주요 6대 업종의 폐업률은 11.08%로 전체 사업자 폐업률(8.64%)을 웃돌고 있다.1인 소상공인이나 가족경영 점포 운영자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가게를 대신 운영할 사람이 없어 고달프다. 출산과 육아는 더 감당하기 힘들...

    2026.08.04 18:30

  • [여적] 공대 기자실
    [여적] 공대 기자실

    대학에 입학하던 1980년대 후반 서울대에서 가장 가기 힘든 학과는 이름도 생소한 공대 제어계측학과였다. 천재들만 간다는 물리학과와 함께 늘 입시학원 배치표의 최상단을 차지했다. 성적에 따른 서열화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양상은 달랐다. 의대 역시 최상위권 ‘빅4’ 중 하나였지만 광풍은커녕 쏠림조차 없었다. 대입학력고사 시절인 1982~1993년 수석 17명(공동수석 포함)을 보면 물리학과가 5명으로 가장 많고 공대·법대가 각 4명, 의대는 1명에 불과했다. 공학도를 꿈꾸는 젊음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1970년대 산업 발전과 함께 최고 인재들이 몰린 ‘공학의 시대’가 2000년대 이후 한국 경제 도약에 밑거름이 됐음은 물론이다.서울대 공대에 지난달 31일 ‘독자’적인 기자실이 생겼다. 단과대 차원 기자실은 서울대에선 처음이고 국내를 봐도 이례적이다. 인공지능(AI) 쇼크와 반도체 열풍으로 대중의 주목이 높아진 상황에서 공학의 성과를 사회에 직접 전하려는 의...

    2026.08.03 18:10

  • [여적]이별폭력
    [여적]이별폭력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는 여성폭력 사건을 보면 관계의 시작부터 유지, 이별 전후까지 친밀한 파트너의 위협에 노출돼 있는 것이 여성의 삶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2023~2025년 8월)에 따르면 이 기간 발생한 살인 및 살인미수 사건의 경우 5명 중 1명이 친밀관계 폭력 피해자이고, 이 중 61.3%가 가정폭력이었다. 치사 범죄 가해자의 75%가 배우자라는 사실(성평등가족부, 2025년 여성폭력 통계)은 지속적인 가정폭력이 끝내 살해로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사랑의 끝이 삶의 공포가 되는 현실은 비극 중 비극이다. 이별을 고했다는 이유로 나를 가장 잘 아는 상대가 가하는 위협은 물리적 폭행에 그치지 않는다. 직장과 학교를 공포의 공간으로 만들고, 친구와 지인 등 사회적 관계를 무너뜨리는 심리적 폭행을 동반한다. 상대를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발생하는 극단적인 여성혐오 범죄는 ‘이별폭력’이라는 이름이 어울린다.성평등가족부가...

    2026.08.02 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