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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적]장수하고 싶은 ‘시진핑과 푸틴’
    [여적]장수하고 싶은 ‘시진핑과 푸틴’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죽음이 예정돼 있다. 유전·환경·생활습관 등에 따라 죽음의 시기가 저마다 다르고 의학 발전으로 수명도 늘고 있지만, 죽음 자체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순리다. 신체·정신 건강을 관리하며 삶의 질을 오래 유지하는 ‘저속 노화’와 ‘100세 시대’가 인류의 꿈이 됐다.가진 게 많으면 내려놓는 게 쉽지 않다. 권력과 부귀영화를 다 누리는 철권 통치자들은 오죽 더할까. 기원전 3세기 중국을 처음 통일한 진나라 시황제의 “불로초를 찾으라”는 특명에, 신하들은 한반도 남쪽까지 내려와 불로초를 뒤졌다고 한다. 하지만 49세에 사망해 불로장생은 이룰 수 없었다. 김일성 북한 주석도 120세까지 무병장수하겠다며 ‘만수무강연구소’를 세웠지만 1994년 82세로 생이 끝났다. 당시 기준엔 장수한 편이지만, 북한 주민들에겐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영생탑의 문구로만 남았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일 중국 전승...

    2025.09.04 18:37

  • [여적]백두혈통 ‘4대 세습’
    [여적]백두혈통 ‘4대 세습’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생전에 비행기 타는 걸 꺼렸다. 2001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초청으로 1만㎞ 떨어진 모스크바를 갈 때도 열흘 넘게 열차를 탔다. 김정일이 유일하게 비행기를 탄 건 1965년 4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반둥회의 10주년 기념행사 참석 때로 알려져 있다. 김일성종합대를 갓 졸업한 김정일이 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동행한 것이다. 김정일이 김일성의 후계자로 내정된 것은 1974년이지만, 중요한 후계 수업일 외교 무대엔 9년 먼저 등장했다.북한은 백두혈통을 이을 후계자를 점찍어 두고도 신원을 알리지 않았다. 김정일은 노동당 선전선동부에서 활동을 시작했지만 북한 매체는 내정 발표 전에는 그를 ‘당중앙’으로 지칭했다. 김정남·김정철을 제치고 3대 세습 바통을 이어받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0년 9월 매체에 공식 등장하기 전에는 ‘청년대장’으로 불렸다. 김정일이 사망하기 1년3개월 전이었다.김정은이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다자...

    2025.09.03 18:26

  • [여적] 가자 ‘제노사이드’
    [여적] 가자 ‘제노사이드’

    맨부커상을 수상한 이스라엘 작가 다비드 그로스만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수년간 금기어로 삼았던 ‘제노사이드’(집단학살) 단어를 “더는 피할 수 없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봉쇄·공격으로 기근 상태로까지 들어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상황을 제노사이드로 지칭했다. 그는 “우리 역사를 생각할 때, 인간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자처해온 우리 정체성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며 참담해했다.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를 경험한 이스라엘인들에게 제노사이드는 ‘원혼의 기억’이 서린 아픈 말이다. 그로스만의 토로는 이스라엘의 타락을 지적한 양심의 비명이었다.세계적 집단학살 전문 연구자들의 모임인 ‘국제집단학살학자협회’(IAGS)가 1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자행하는 정책과 행위가 유엔 ‘집단학살 방지·처벌에 관한 협약’의 집단학살 법적 정의에 부합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아동 5만명을 포함해 죽거나 다친 팔레스타인인이 20만명(사망 5만9000명)을 넘고, 이제 ...

    2025.09.02 19:24

  • [여적]중국·인도의 용상공무
    [여적]중국·인도의 용상공무

    인도는 1947년 영국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났고, 중국은 1949년 내전 끝에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웠다. 인도 초대 총리 네루는 저서 <인도의 발견>에서 중국과의 우애를 강조하며 두 문명이 주도하는 아시아의 미래를 꿈꿨다. 두 나라는 1954년 ‘평화공존 원칙’을 담은 판츠실 조약을 맺을 때만 해도 관계가 좋았다. 인도는 “힌디 치니 바이바이(인도와 중국은 형제)”라고 했다.양국 관계에 금이 간 것은 1951년 티베트를 병합한 중국과 인도의 국경이 맞닿게 되면서다. 급기야 1962년 10월 히말라야산맥 국경지대에서 중·인 전쟁이 벌어졌다. 이후 적대적 긴장감이 흘렀던 두 나라는 1990년대 인도가 시장을 개방하면서 주요 교역 상대국이 됐다. 세계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두 나라의 합성어인 ‘친디아(Chindia)’가 세계 경제를 주도할 것이란 말도 나왔다. 하지만 국경은 여전히 화약고였다. 2020년 갈완 계곡에서 군대가 충돌해 인도군 20명, 중국군 4명이 ...

    2025.09.01 18:43

  • [여적] 교육의 사법화
    [여적] 교육의 사법화

    내년 3월부터 초중고 학생들은 수업 중 스마트폰을 쓸 수 없다. 지금도 상당수 학교가 교육부 고시를 근거로 시행 중이지만, 아예 국회가 ‘법’으로 대못을 박았다. 이제 소위 ‘몰폰’(몰래 스마트폰 하기)이나, 스마트폰 수거에 대한 ‘인권 침해’라는 학생들의 저항은 가능하지 않게 됐다. 그만큼 교실을 파고든 스마트폰 중독의 폐해와 학습권·교권 침해를 엄중하게 본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를 법으로까지 할 일인가 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학교에서의 스마트폰 사용 제한은 그간 첨예하게 입장이 부딪치는 논쟁 대상이었다. 지난 10년간 국가인권위원회에는 학교 측의 휴대폰 수거가 ‘인권 침해’라는 진정이 300여건이나 접수됐다. 줄곧 ‘인권 침해’ 의견을 내던 인권위는 지난해 10월 돌연 입장을 바꿨다.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 입법이 시작된 계기다.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 규제는 실상 전 세계가 골머리를 앓는 문제다. ‘숏폼’ ‘SNS’의 부정적 현상들이 갈수록 심각한 ...

    2025.08.31 18:09

  • [여적]보이스피싱과의 전쟁
    [여적]보이스피싱과의 전쟁

    “서울중앙지검 김민석 검사입니다. 박성주님 명의 통장이 범죄에 이용된 사실이 확인돼서 연락드린 겁니다.”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취임식 도중 걸려온 한 통의 전화, 계좌가 범죄에 이용돼 지급정지된다는 내용이다. 실제는 아니다. 경찰청이 28일 공개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예방 홍보를 위한 영상에 박 본부장이 출연해 전화를 받는 상황을 연출했다. 범행 대상이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는 취지다.알면서도 당하는 게 보이스피싱이다. “왜 속느냐”고 하겠지만, 적잖은 이가 범죄조직의 협박에 정신을 차리기 어렵다. 시키는 대로 안 하면 구속된다고 을러대는 통에 송금하고야 만다. 수법은 더 정교해졌다. 2000년대 중후반엔 ‘가족을 납치했다’거나 교통사고 합의금 등 현금을 유도하는 범죄가 많았다. 그러다가 기관 사칭으로 진화했다. 이들의 태연한 연기에 전문직 종사자들과 디지털에 익숙한 청년들까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보이스피싱은 전 세계적인 골칫거리다. 일본에...

    2025.08.28 18:17

  • [여적]단계적 개헌론
    [여적]단계적 개헌론

    한국의 헌법은 1987년 후 38년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개헌 필요성이 차고 넘치지만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 까다로운 개정 절차가 개헌을 막아왔다. 일부 개헌론자들은 2차 세계대전 후 60번 헌법을 고친 독일 사례를 들며 국회 의결만으로도 개헌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한다. 하지만 역대 정권에서 개헌이 무산된 이유는 또 있다. 여야의 이해 다툼 외에도 대선 직전엔 ‘권력연장론’, 대선 직후엔 ‘정권안정 우선론’ 등 정치적 타산이 작용했다.이재명 정부 초반부터 개헌 시간표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7일 “9월 정기국회에서 1단계 개헌부터 논의하자”고 했다. 1단계 개헌에는 국민 공감대가 넓은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계엄에 대한 국회 승인권 도입, 감사원의 국회 이관 등 큰 이견이 없는 내용을 넣자는 것이다. ‘최소 수준의 개헌’이라도 해서 첫발을 떼자는, ‘단계적 개헌론’이다. 2단계 개헌 때 4년 연임...

    2025.08.27 19:17

  • [여적] 조세이 탄광의 유골
    [여적] 조세이 탄광의 유골

    조세이(長生) 탄광은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도코나미 해안에 있던 중소 규모의 탄광이다. 군국주의 일본은 1941년 태평양전쟁으로 더 많은 지하자원이 필요해지자 석유를 대신할 자원인 석탄 채굴에 몰두했다. 조세이 탄광은 해저갱도의 위험성이 높고 노동환경이 열악해 일본인들이 기피하는 곳이었고, 이를 메우기 위해 조선인들을 강제동원했다.1942년 2월3일 새벽 갱도 천장이 무너져 내리며 바닷물이 흘러들어 183명의 광부가 수몰됐다. 희생자 중 136명이 조선인이었다. 사고 다음날 간단히 보도된 이후 진상은 묻혀 있었다. 탄광을 운영하던 회사는 시신 수습이나 보상은커녕 사고를 은폐하기 급급해 소나무로 갱도를 막은 뒤 콘크리트를 부어 덮어버렸다.이 사고는 역사 교사였던 야마구치 다케노부(2015년 사망)가 1976년 지역 학술지에 ‘조세이 광산 재해에 관한 노트’라는 글을 발표하며 재조명됐다. 뜻있는 지역 시민들이 1991년 ‘혹시나’ 하고 수몰자 명...

    2025.08.26 19:17

  • [여적]가자지구의 지옥도
    [여적]가자지구의 지옥도

    찰리 채플린이 주연한 영화 <황금광 시대>는 미국 알래스카까지 밀려든 ‘골드러시’의 시대상을 다뤘다. 황금을 찾아 동토에 발을 디딘 찰리가 굶주림 끝에 구두를 삶아 먹고, 구두끈을 스파게티처럼 돌돌 말아 먹는 장면으로 유명하다. 이 영화의 모티브로 삼았다는 소재는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얘기다. 금광을 찾다 폭설에 갇힌 사람들이 죽은 동료를 먹었다는 실화는 끔찍하다. 이 장면이 현실이 된다고 생각해보라. 그곳이 바로 지옥도가 아닐까.2023년 10월7일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전쟁 이후 가자지구는 지옥도 그 자체였다. 가자 보건부는 24일 현재 최소 6만2686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전쟁의 참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으로 숨지는 이들이 많았다면, 얼마 전부터는 사람들이 굶어 죽기 시작했다. 굶주림 등으로 사망한 사람은 289명이며, 이 중 115명이 어린아이다. 이스라엘이 구호품 유입을 차단해 벌어진 비극이다. 이...

    2025.08.25 19:03

  • [여적]도시 관찰법
    [여적]도시 관찰법

    도시를 알기엔 ‘산책’만 한 게 없다. 이런 행위를 뜻하는 원조 단어는 프랑스어 ‘플라뇌르(flaneur)’다. 시인 샤를 보들레르가 그 개념을 정의한 이래, 산책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소재였다. 일본에도 비슷한 개념의 ‘긴부라’(銀ブラ)란 말이 있다. 1920년대 부유층들이 도쿄의 번화가 긴자에서 커피를 마시고 세련된 도심 골목을 어슬렁거리던 행태에서 나온 단어다. 도시를 둘러보며 사유하는 산책자 개념은 도시에 대한 애정과 닿아 있다.과거 산책자들은 도시를 관찰하고 글로 기록했다. 오늘날의 도시 산책자들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포착한 경험을 SNS에 남긴다.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놀이문화처럼 번지는 ‘도시 관찰’법이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망이(SNS 활동명)가 엑스에 올린 사진엔 “사랑은 마침표를 반드시 붙여서 내놓으세요”란 글이 적혀 있다. ‘폐기물’과 ‘스티커’라는 단어가 지워진 재활용분리수거 안내문에 누군가 ‘사랑’과 ...

    2025.08.24 1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