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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적] 디지털·AI 양극화
    [여적] 디지털·AI 양극화

    197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인간은 자기 운명의 주인이 아니며, 결코 그리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인간 이성이 항상 새롭고 예기치 못한 곳으로 인간을 이끌 거란 이유에서였다. 현기증 나는 속도로 변하는 ‘디지털 문명’만큼 이 예언이 잘 들어맞는 대상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문명에 적응하는 인간의 힘은 천차만별이다.교육부가 19일 ‘제1차 성인디지털문해능력조사’를 발표했다. 성인 4명 중 1명은 기차표 예매나 음식 주문을 위한 휴대폰·키오스크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걸로 나타났다. 디지털 기기 조작조차 어려워하는 ‘수준1’이 8.2%(350만명), 기기 조작은 가능하지만 일상생활 활용엔 미흡한 ‘수준2’가 25.9%(759만명)에 달했다. 특히 60세 이상의 23.3%, 가구소득 월 300만원 이하의 25.9%, 중졸 이하 학력자의 36.4%가 ‘수준1’로 고령·저소득·저학력일수록 디지털 문해력이 크게 부족했다.한국은행의 지난...

    2025.08.19 18:11

  • [여적]돈바스
    [여적]돈바스

    우크라이나 동쪽 끝에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가 있다.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7% 크기인 두 곳을 묶어 ‘돈바스’라 부른다. 돈바스는 석탄과 철광석이 풍부해 철강·기계·화학 산업이 발달했다. 소련의 근대화를 주도한 상징적 공업지대이다.소련은 1930년대 중공업 드라이브를 걸며 러시아계 주민들을 돈바스에 대거 이주시켰다. 소련 붕괴 직전인 1989년 당시 조사에서 돈바스 인구의 45%가 러시아계였다. 우크라이나가 소련에서 독립한 후 돈바스는 이미 중공업이 쇠락했고 우크라이나 정부도 이곳을 홀대했다. 러시아계 주민들의 불만이 커졌다.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름반도를 합병하자 돈바스 친러 주민들은 분리 독립을 요구했다. 그해 4월 친러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 간 내전인 ‘돈바스 전쟁’이 시작됐다. 이듬해 독일과 프랑스 중재로 ‘민스크 협정’을 체결해 휴전과 자치를 보장했지만, 전쟁은 8년간 이어졌다. 그러다 2022년 2월24일 러시...

    2025.08.18 18:29

  • [여적] 고준위 방폐물 URL
    [여적] 고준위 방폐물 URL

    흔히 웹사이트 주소로 알고 있는 URL(Uniform Resource Locator)은 컴퓨터 네트워크 상에서 정보 자원의 위치와 종류를 표시하는 일련의 규칙을 말한다. 예컨대, 경향신문 홈페이지는 ‘http://www.khan.co.kr’로 표시된다. 이 URL이 없는 네트워크는 그냥 정보 더미일 뿐이다.원자력 분야에서 URL은 지하연구시설(Underground Research Laboratory)를 말한다.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시설인데, 최대한 방폐장과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지하 500m 지점에 짓는다. 한국에선 지난해 12월 강원 태백시가 URL 부지로 선정됐고, 내년 착공해 2032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URL 건설은 부지 선정부터 쉽지 않았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공고 후 유치 지원서를 낸 곳은 태백시가 유일했다. 부지로 확정된 후에도 이 부지에 퇴적암층이 포함돼 있어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이 나왔다. 공단이 ...

    2025.08.17 18:44

  • [여적]원폭 피해자 2·3세들
    [여적]원폭 피해자 2·3세들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80년 전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 2세대 피해자들을 위해 온 삶을 바친 고 김형률씨의 말이다. 자신의 잦은 병치레가 전쟁과 핵의 야만 때문임을 알게 된 그는 2002년 3월 “원폭 피해 2세”임을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원폭 피해자들의 고통이 ‘전쟁’이라며, 전쟁 같은 삶을 끝내겠다던 김씨의 호소는 원폭 2세 환우회 결성과 원폭피해자지원특별법 제정의 불씨가 됐다.피부병, 심장질환, 관절괴사 같은 몸의 통증에 유전병, 사회적 편견, 무관심까지 더해진 정신적 고통은 대를 이어가는 ‘원폭의 저주’였다. 장애를 갖게 된 자식을 보며 막연히 “나 때문”이라 생각했지만 어디서도 딱 부러지게 설명해주지 않았다. 병마와 싸우는 자식을 눈물로 지켜볼 수밖에 없던 부모들은 평생을 원폭 피해 1세대라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 했다.한정순 환우회장은 14일 “1300명의 원폭 피해 2·3세들이 유전자 검사·수술비 등 관련 지원을 받아본 적 없다”고 했다. 이런 참담...

    2025.08.14 18:20

  • [여적]미프진 합법화
    [여적]미프진 합법화

    1971년 4월5일 프랑스 주간지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 ‘나도 낙태했다’는 선언문이 실렸다.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가 대표로 쓴 이 글에서 343명의 여성이 자신의 임신중지 경험을 고백했다. 프랑스에서 임신중지를 합법화한 ‘베유법’ 제정으로 이어진 결정적 사건이었다. 프랑스 의회는 1974년 11월26일, 보건부 장관 시몬 베유의 이름을 딴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일찍이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보장해온 프랑스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여성의 낙태할 자유’를 헌법에 명문화했다. 미국은 1973년 대법원이 임신중지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내렸다가 2022년 폐기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임신중지 관련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신장시킨 ‘위대한 판결’로 꼽힌다. 그러나 반세기 만에 역사를 거꾸로 되돌린 법안 폐기 후 미국에선 임신중지권 갈등과 쟁론이 재연됐다.한국은 법의 사각지대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임신중지 처벌은 위헌이라며 2...

    2025.08.13 18:19

  • [여적] 빌보드 1위, ‘케데헌’
    [여적] 빌보드 1위, ‘케데헌’

    “오래 기다렸어 이 벽들을 허물기까지/ 깨어나 진짜 나를 느끼기까지// 더 이상 숨지 않아, 원래 그리 태어난 것처럼 난 빛날 거야/ 함께일 때 우리는 빛나고 있어/ 반드시 황금처럼 빛날 거야”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골든’은 불안한 미래 앞에서도 움츠러들지 않는 세 소녀의 꿈과 용기·연대의 노래다. 실상 영화 자체가 이들의 성장 서사를 뼈대로 하고 있다.‘골든’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빌보드 차트 ‘핫100’ 정상에 올랐다. 지난 1일 영국 ‘톱100’ 1위까지, 영·미 양대 차트를 석권한 첫 K팝이 됐다. ‘골든’은 아홉번째 핫100 1위 K팝이지만 여성 가수 노래로는 처음이다. 지난달 초 81위로 데뷔한 후 ‘케데헌 현상’이라 할 영화 흥행에 힘입어 1위까지 질주했다. 특유의 ‘빛나는’ 고음구간으로 국내외 실력파 가수들이 커버 영상을 올리는 ‘천하제일 골든대회’가 온라인상에서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2025.08.12 18:51

  • [여적]장애인 인권운동가 ‘지혜씨’
    [여적]장애인 인권운동가 ‘지혜씨’

    국가 지폐에는 대개 인물의 초상화가 등장한다. 미국 1달러 지폐에 나오는 인물은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다. 그의 초상은 25센트 동전(쿼터)에도 있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5달러 지폐와 1센트 동전에 새겨진다. 현재 미국의 화폐 속 인물은 모두 정치인이고 남성들이다. 여성 인권운동가 수전 앤서니와 루이스-클라크 서부탐험대를 안내한 인디언 여성 사카가위아를 모델로 한 1달러 동전이 발행된 적이 있긴 하다. 하지만 1달러 지폐에 밀려 곧 제조가 중단됐다.미 연방의회는 2020년 역사상 중요한 여성들이 등장하는 특별 주화를 제작·유통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조폐국이 2025년까지 사회 발전에 공헌한 여성 20명을 선정해 특별 주화를 제작하는 ‘미국 여성 쿼터(AWQ)’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이번에 한국계 장애인 인권운동가인 스테이시 박 밀번(한국 이름 박지혜)이 19번째 헌정 대상자가 됐다. 특별 주화로 선택된 25센트 동전은 미국인이...

    2025.08.11 18:47

  • [여적]노상원의 ‘입’
    [여적]노상원의 ‘입’

    ‘자백은 증거의 왕’이라는 말이 있다. 피의자가 범죄를 인정하는 것만큼 명백한 유죄 증거가 있겠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백이 곧 유죄는 아니다. 자백을 뒷받침하는 물증·정황이 있어야 한다. 수사기관의 강압 때문이건 다른 이유로건 허위 자백을 할 수도 있어서다. 자백은 혐의를 완결성 있게 입증하기 위해 찍는 ‘마지막 점’에 가깝다는 뜻이다. 증거·정황이 충분하면 자백 없이도 유죄가 선고된다.수사기관이 자백이나 협조적 진술을 받아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독재정권 때 주로 사용한 수법은 고문이었다. 인간을 정신적·신체적 한계의 극단까지 몰아붙여 사건을 조작하고, 없는 죄도 만들어냈다. 민주화 이후 검찰은 별건·가족·지인 수사로 피의자를 압박해 자백을 받아내는 일이 적지 않았다. 오래전 얘기지만, 사무실에 ‘자백만이 살길이다’라는 문구를 걸어놓은 검사도 있었다고 들었다. 미국에는 유죄를 인정하거나 협조적 증언을 하면 형량을 줄여주는 플리바게닝(사전형량조정제도)이 있다. 한국에는 이 제...

    2025.08.10 18:22

  • [여적] 귀족 학교·입시 홍보하는 ‘방송 예능’
    [여적] 귀족 학교·입시 홍보하는 ‘방송 예능’

    욕하면서도 보는 게 막장 드라마다. 그 인기 비결 하나가 황당하기 짝이 없는 비현실적 인물의 악행을 보면서 ‘나는 저 정도로 망가지지는 않았다’고 도덕적 우월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대로 우리가 사는 시대상이나 부조리한 현실을 투영해 사회적 공감을 일으키는 드라마는 호평을 받으며 화제작이 되기도 한다.2019년 JTBC에서 방영된 <스카이 캐슬>이 대표적이다. 고급 주택 단지에 사는 부모들의 대학 입시 집착과 그걸 숙주로 하는 사교육의 작동 시스템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시청률을 올렸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입시 코디네이터, 새벽 2시가 넘도록 유명 학원으로 내몰리는 아이들, 어린 그들을 기다리며 늘어선 고급 세단을 보면서 ‘계층 이동 사다리’라고 여겼던 교육이 부의 대물림 수단이 됐다는 문제의식도 높아졌다. 드라마를 집필한 유현미 작가는 “자식을 명문대에 보내고픈 부모의 욕망은 어떤 욕망보다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아주 생생한 욕망이기 때문에 입시를 소재로 한 ...

    2025.08.07 18:12

  • [여적]권익위 국장의 ‘절절한 유서’
    [여적]권익위 국장의 ‘절절한 유서’

    역대 국민권익위원장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은 김영란 전 위원장일 것이다. 그가 입안한 청탁금지법은 ‘김영란법’으로 불렸다. 이 법 8조4항은 ‘공직자 등의 배우자는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하여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으면 안 된다’고 규정한다. 공직자는 배우자가 이런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된 즉시 소속 기관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청탁금지법 9조).재미교포인 최재영 목사가 2022년 6~9월 김건희씨에게 국정자문위원 임명 등의 청탁과 함께 300만원 상당 디올백과 179만원 상당 샤넬 화장품 세트 등을 선물했다. 대통령 윤석열 부부가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에 머물 때다. 김씨가 받은 청탁은 국정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무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고, 윤석열이 청탁금지법상 신고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권익위 전원위원회는 지난해 6월10일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2025.08.06 1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