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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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9
  • [여적]국민주권정부
    [여적]국민주권정부

    전두환이 11대 대통령에 취임한 건 1980년 8월이다. 이후 개헌으로 제5공화국 체제가 됐고 ‘체육관 선거’로 1981년 2월 12대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1979년 12·12 군사반란부터 1988년 2월 물러날 때까지 그가 권력을 휘두른 시기는 ‘5공’ 시절로 통칭된다. 흔히 ‘6공’이라고 하면 노태우 정부 때를 말한다. 1987년 개헌으로 제6공화국이 수립된 후 9명의 대통령이 등장했지만 6공화국의 첫 대통령이어서 그렇게 불린다.김영삼 정부는 ‘문민정부’였다. 공식 명칭은 아니었지만,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진 32년간의 군 출신 대통령이 끝나고 첫 민간인 대통령이란 의미가 담겼다. 김대중 정부는 ‘국민의정부’라고 공식 명명했다. 헌정사상 첫 여야 정권교체로 집권했고, 새 정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뜻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시민의 폭넓은 참여를 바탕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미로 ‘참여정부’란 별칭을 썼다. 이처럼 별칭에는 정부의 국정기조, 시대정신이 압...

    2025.06.05 18:15

  • [여적]진보정치 ‘종잣돈 0.98%’
    [여적]진보정치 ‘종잣돈 0.98%’

    선거철만 되면 진보정당 후보들은 사표론에 시달린다. 소수 정당 후보의 낙선자 표는 주권자 의사가 반영되지 못하는 ‘죽은 표’라는 의미다. 사표론은 ‘거대 정당의 인질극’이라 불릴 정도로 양당제 폐해를 상징하는 한국 정치의 대명사나 다름없다. 다당제를 가로막고 진보층의 주권 행사를 침해하는 정치가 사표론이라는 비판도 되풀이된다. 반면 결선투표제, 연동형 비례대표제처럼 사표를 제도적으로 제거하는 정치 개혁은 더디기만 하다.노회찬 진보신당 후보(득표율 3.6%)가 나섰던 2010년 서울시장 지방선거, 심상정 정의당 후보(득표율 2.7%)가 완주한 2022년 대선은 ‘0%대’ 격차로 보수 정당 후보들이 신승한 박빙 승부였다. 당시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거부하고 완주한 노·심 후보 때문에 석패했다며 일부 민주당 지지층이 쏘아 붙인 것도 사표론이다. 사표 방지 심리를 활용한 진보 표심 흔들기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지못미’(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를 외치며 이들을 응원하는 시민들도...

    2025.06.04 18:39

  • [여적] ‘김용균’이 또 죽었다
    [여적] ‘김용균’이 또 죽었다

    한국서부발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지난 2일 50대 하청업체 노동자 김충현씨가 작업 중 기계에 끼여 숨졌다. 2018년 스물네 살 김용균씨가 새벽에 혼자 일하다 석탄을 운송하는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바로 그 발전소다. 또 한 명의 ‘비정규직 김용균’이 또 혼자 일하다 죽은 것이다. 안타깝고 황망하다.2인1조 원칙은 이번에도 지켜지지 않았다. ‘도와줄 동료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던 죽음’이라는 뉴스 문장이 또 등장했다. 김씨 빈소를 찾은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바뀌지 않은 근무 환경에 분통을 터뜨렸다. 기본 작업 원칙부터 어긋나니 하청·재하청 구조 개선이나 비정규직 처우 개선 문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발전소 연료와 환경 설비 운전·정비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6년 전 국무총리실 산하 김용균특조위 권고에는 발전회사들이 난색을 보이고 있다. 사고 후 ‘임의 작업’ 등을 언급하며 회사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도 ‘김용균 참사’ 당시와 다르지 않다.김용균씨 죽음을...

    2025.06.03 20:17

  • [여적] 투표 못하는 사람들
    [여적] 투표 못하는 사람들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재외국민 선거지만, 한때 해외에 체류하는 국민은 투표할 수 없었다. 1967년 파독 광부와 간호사 등 해외에 나간 국민들을 위해 ‘해외 부재자 투표 제도’가 도입됐다가 1972년 유신체제 선포와 함께 폐지됐다. 그러곤 32년의 긴 세월이 흘러서야 재외국민 참정권이 2004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되살아났다. 공직선거법의 재외선거 배제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후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이라면 어디에 있든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헌법 정신이 다시 자리 잡았다. 2009년 재외국민 선거 제도가 정식 도입됐고, 2012년 제19대 총선부터 시행됐다.머나먼 타국에서도 6·3 대선에 한 표를 행사한 이들이 있는 반면, 정작 국내에 있으면서도 투표를 못하는 유권자가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교대 근무나 건설현장 등에서 일해 선거일에 쉬지 못하는 이들은 생계를 위해 투표를 포기해야만 한다. 이번 대선은 사전투표일조차 평일이...

    2025.06.02 18:20

  • [여적]낯 두꺼운 ‘파면 대통령들’
    [여적]낯 두꺼운 ‘파면 대통령들’

    독단에 사로잡힌 국정 최고 지도자가 공동체의 미래를 생각할 리 없다. 권력기관을 손아귀에 쥐고, 인재풀이 좁고, 실정 원인은 야당·언론 탓으로 돌린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의 국정농단, 윤석열의 12·3 내란은 그렇게 잉태됐다. “거짓말로 쌓아 올린 커다란 산이다.”(박근혜)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윤석열) 파면 후의 두 말도 똑같이 민심의 분노를 불렀다.2022년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은 박근혜 파면·단죄 후에 꿈꾼 새 세상의 기대가 환멸로 바뀐 악몽이나 다름없다. ‘거대한 사건과 인물은 역사에 두 번 등장한다’는 헤겔의 경고처럼, 결국 윤석열 내란이라는 더 큰 비극이 재현됐다. 정권에 반대·비판하는 사회 구성원과 정치세력은 절멸·추방 대상으로 규정하고, 헌법기관을 총칼로 짓밟으려 한 내란은 박근혜를 탄핵할 땐 생각도 못했던 반국가적·몰역사적 망동이었다. 자숙하고 속죄하며 살아도 모자랄 전직 대통령 윤석열·박근혜가 내란까지 비호하는 보수세력 후보 김문수를 돕자고, 대선판을 ...

    2025.06.01 19:40

  • [여적] 김문수표 ‘인천상륙작전’
    [여적] 김문수표 ‘인천상륙작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3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인천 계양구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이곳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역구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은 ‘인천상륙작전’이라 했다.선거 유세에 전략과 의미가 실리듯, 후보들은 투표 장소도 고심해서 고른다. 한 명의 지지자라도 더 투표장으로 이끌 메시지를 담으려는 의도다. 이를 두고 ‘투표의 정치학’이라고도 한다. 이재명 후보는 청년들과 서울 신촌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지역구 경기 동탄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전남 여수 주암마을회관에서 투표했다. 각각 ‘청년 시대’ ‘대역전’ ‘기후위기 극복’의 의미를 담았다.그리 보면 김 후보의 계양 선택은 몹시 도발적이다. 아예 경쟁자의 ‘정치 근거지’에 상륙해 무너트리겠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투표 후 맥아더 동상을 찾아 “인천상륙작전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이) 완전 적화가 됐을 것”이라며 “1번(이재명 후보)을 찍으면 자유가 없어진다”고 했다. 한...

    2025.05.29 18:48

  • [여적] 드라마는 넷플릭스, 음악은 텐센트
    [여적] 드라마는 넷플릭스, 음악은 텐센트

    언론사가 네이버·다음 같은 포털사이트에 뉴스 유통을 의존하게 된 것은 전재료라는 ‘독이 든 사과’ 때문이었다. 뉴스를 돈 주고 사가는 포털로부터 안정적 수익을 올리게 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포털은 거대한 ‘뉴스 플랫폼’이자 ‘검색 기지’가 됐다.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획을 그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한 드라마·영화 콘텐츠의 유통이 K콘텐츠 세계화를 촉진했다. 하지만 점점 그늘도 드러나고 있다. 넷플릭스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제작비가 상승하고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해 드라마 제작이 줄고 있다. 지난해 주요 OTT와 방송국에서 방영한 드라마 편수는 2022년 대비 25%나 급감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드라마·영화 제작사 11곳 중 6곳이 지난해 영업적자였다. TV 드라마의 시청률·광고수익 감소로 인해 중소 제작사는 문을 닫고, 작가·연출자·카메라·음향 등 현업 종사자들이 갈 곳을 잃게 된 것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올 1분기에도 <중증외상센터...

    2025.05.28 19:05

  • [여적] 세계문화유산 ‘금강산’
    [여적] 세계문화유산 ‘금강산’

    ‘정선아리랑’의 첫 대목은 ‘금강산 일만이천봉 팔만구암자’로 시작한다. 신의 솜씨 같은 자연의 신묘함과 불교 유적 가득한 믿음의 영산 ‘금강’의 진면목이 담긴 것이다. 지옥에 가지 않으려 살아 금강산 가보길 소원하는 ‘버킷리스트’였다 하니, 민초들 영혼의 이상향 같은 곳이다.금강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확실시된다.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와 세계자연보전연맹이 금강산에 대해 ‘등재’ 권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27일 전해졌다. 이변이 없으면 7월 초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확정되는데, 자연유산·문화유산 성격을 모두 지닌 ‘복합유산’으로 등재될 거라고 한다. 복합유산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해동 명산 금강은 중국의 소동파가 “고려에 태어나 금강산을 한 번 보는 게 소원”이라 했을 정도로 예로부터 이름이 높았다. 오죽하면 중국 사신이 오면 금강산 가길 청해 조정이 골치를 앓았다는 <조선왕조실록> 기록까지 남았을까. 왕세자 시절인 1926...

    2025.05.27 18:46

  • [여적]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 부활
    [여적]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 부활

    서울대에서 지난해 사라진 ‘마르크스 경제학’ 강좌가 시민 강의로 부활한다. 학점을 인정받지 못하는 제도권 밖 강의지만, 자본주의 주류 경제학의 어두운 이면을 비출 학문의 명맥은 이어지게 됐다.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기반으로 한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 부활은 학생들의 자생적 노력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8월 폐강 당시 ‘수요와 교수진 부족’을 이유로 든 대학 측은, 학생들이 연서명으로 수요를 증명하고 강성윤 서울대 경제학부 강사가 강의 의사를 밝혔음에도 꿈적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이 ‘불온한’ 경제학을 말려 죽여 퇴출시키고 싶었던 것이다.‘서울대 마르크스 경제학 개설을 요구하는 학생들’과 강 강사가 여름학기에 무료로 여는 ‘정치경제학 입문’ 강좌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지난 22일부터 온라인 수강신청을 받은 결과, 26일 오전까지 재학생 160여명을 포함해 1500명이 넘는 수강인원이 모였다. 학문의 다양성을 소중히 여기고 자본과 시장 논리만이 판쳐서는...

    2025.05.26 18:31

  • [여적] 트럼프와 하버드대
    [여적] 트럼프와 하버드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기간 내내 언론을 적대시했다. 뉴욕타임스나 CNN 등을 “국민의 적”으로 낙인찍고 백악관 비공식 브리핑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특히 리버럴 성향이 강한 뉴욕타임스에 대해서는 “망해가는 회사”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트럼프는 집권 2기 들어 공격 대상을 대학에 맞추고, 그중에서도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하버드대를 정조준하고 있다.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지난 22일 하버드의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 철회를 밝히며 하버드대의 외국인 학생 등록 자격을 박탈하는 초강수를 뒀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22억달러(약 3조원)에 이르는 보조금 지급계획을 취소했고, 하버드대의 면세 지위 박탈도 추진하고 있다.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해온 ‘반유대주의 근절’,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프로그램 축소 등을 미국 대학 중 하버드대가 처음으로 공식 거부한 데 대한 대응이다. 하버드대는 지난달 “우리는 독립성과 헌법상 권리, 학...

    2025.05.25 1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