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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적] 보물 되는 ‘열하일기’
    [여적] 보물 되는 ‘열하일기’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발칙한’ 책이다. 지적인 인문 군주 정조가 “<열하일기>가 유행하더니 문체가 이따위로 (경박하게) 변했다”고 연암을 질책하며 반성문을 쓰게 할 정도였다. 조선 사대부들을 ‘우물 안 개구리’로 비꼬고, 해학·풍자 가득한 소설·수필 같은 ‘잡스러운(?)’ 글들로 ‘문체반정’에 도전했으니 미운털이 박힐 만도 하다. 한마디로 ‘문체와 사상의 혁명’을 일으킨 당대의 문제작이었다.연암이 직접 쓴 <열하일기> 초고본이 31일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열하일기>는 연암이 청나라 건륭제의 만수절(칠순 잔치) 사신으로 가는 8촌형 박명원을 따라 북경과 열하 일대 3000리 길을 여행하고 정리한 ‘연행록’이다. 기행문이나 소설·시·평론·수필 등 여러 형식에 정치·경제·학문·예술·과학기술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담았다. 국가유산청은 “<열하일기>가 조선 후기 대표 실학서로 조선 사회에 끼친 ...

    2025.12.31 18:02

  • [여적]이혜훈의 사과
    [여적]이혜훈의 사과

    인사는 보직 임명을 넘어 정권의 국정 철학과 정책 지향점을 드러내는 메시지다. 특히 반대 진영 인물을 중용할 경우 더 엄격하고 까다로운 질문을 받게 된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 문제가 그렇다. 이재명 정부의 노선과 180도 다른 입장의 국민의힘 중진 정치인이, 그것도 요직인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지명된 게 어떤 의미이고 무슨 맥락인지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정치적으로 보면 이재명 대통령이 비교적 ‘얘기가 통하는’ 이 후보자 영입을 통해 국민의힘을 극우 정당으로 고립시키고, ‘탄핵 다수파 연합’을 구축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이혜훈 차출’이 유승민·조경태 등 합리적 보수인사의 추가 영입을 위한 빌드업이란 해석도 있다. 국회 예결위 간사·KDI 연구위원을 거친 경제통이라는 전문성은 이 후보자 지명의 정책적 효과로 꼽힌다. 보수 인사인 이 후보자를 앞세워 이재명 정부의 민생경제 영역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실용적 구상이라는 것이다.그러나 ...

    2025.12.30 18:51

  • [여적]대통령 정무특보
    [여적]대통령 정무특보

    대통령 특별보좌관(특보)은 대통령의 국정을 자문하는 ‘무보수 명예직’ 고위 참모다. 1970년 박정희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의 ‘스페셜 어시스턴트’(Special Assistant)를 참고해 처음 도입한 제도다. 정치인·학자·외교관 등이 선임된 스페셜 어시스턴트는 정책 자문, 연설문 작성 같은 대통령 핵심 업무를 보좌한다. 상원과 대통령의 가교 역할처럼 실무조직이 접근하기 어려운 일이나 대통령의 특별한 관심사를 처리할 때는 대통령 최측근이나 거물급 인사가 그 자리를 맡있다.한국 현대사에서 ‘특별보좌관’으로는 박정희 정부 시절의 최규하·김용환(정책)과 이용희(정치), 전두환 정부에서 올림픽 유치 활동을 한 노태우, 김대중 정부 햇볕 정책을 일군 임동원(외교안보) 등이 세인의 기억에 남아 있다.특보 정치의 핵심은 정무특보였다. 대통령 중심 권력구조에서 당·청 갈등이 상존하고, 여야 대립도 첨예한 한국 정치 특성 때문이다. 처음엔 정무1장관이 그 역할을 했다. 초대...

    2025.12.29 19:55

  • [여적]73년 만의 해외입양 중단
    [여적]73년 만의 해외입양 중단

    한국전쟁 직후 가난한 대한민국은 아이들을 다른 나라로 입양 보냈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혼혈아동을 ‘아버지의 나라’로 보낸다는 명목하에 해외입양을 추진했다. 휴전 첫해인 1953년 혼혈아동 4명을 미국으로 보낸 게 시작이었다. 이듬해 ‘한국아동양호회’(대한사회복지회 전신)라는 입양기관이 만들어졌고, 미국 농부였던 해리 홀트가 1956년 ‘홀트양자회’를 설립해 해외입양을 이끌었다.1980년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의 아이를 입양시켰다. 1985년 한 해에만 8837명을 보냈다. 많은 아이들이 해외로 갈 수 있었던 데는 ‘대리 입양’ 제도가 있었다. 입양 부모가 한국에 오지 않고도 대리인을 통해 입양이 가능했다. 입양 절차가 깐깐한 서구 국가들에 한국은 손쉽게 아이를 구할 수 있는 나라였던 것이다.그저 가난이 미안했던 부모들은 ‘부자 나라로 가면 잘 살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차별과 학대에 부닥친 입양아들이 적지 않았다. 입양을 보내는 데 급급하다보...

    2025.12.28 18:47

  • [여적]극장 구독권
    [여적]극장 구독권

    집집마다 배달돼 소비되는 구독 서비스의 원조는 신문과 우유다. 매달 꼬박꼬박 돈 내고 유·무형 상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구독 서비스는 이제 생활 곳곳으로 스며들고 있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넘어 음식이나 생필품뿐 아니라 택시·가전제품, 심지어 가구나 자동차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바야흐로 돈만 내면 뭐든지 구독할 수 있는 세상이다.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월 발표한 ‘소비자 구독 서비스 이용 실태’를 보면, 1인당 3~4개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 중인 사람이 39.8%에 달했다. 가장 많이 경험한 구독 서비스는 단연 동영상 스트리밍(60.8%)이었다. 올해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국내외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9월 기준 누적 시청 수는 3억1420만회이다.<케데헌>으로 새 역사를 쓴 넷플릭스는 영화 제작·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WB) 디스커버리 인수까지 넘보고 있다. 전 세계 영화계에는 OTT에 종...

    2025.12.25 18:27

  • [여적] ‘집값 조작’이라는 범죄
    [여적] ‘집값 조작’이라는 범죄

    한국인에게 아파트는 평생의 목표이자 재산 목록 1호다. 가족과 생활하는 안식처일 뿐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평판까지 드러낸다. 사람들이 아파트를 사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아파트 시장은 공정하지 않다. 중고차 시장처럼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매수자가 턱없이 불리하다. 파는 사람은 물건의 시세와 장단점 등을 속속들이 알지만 사는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아파트 매매에서 기준 역할을 하는 것이 직전 거래 가격이다. 하지만 이것도 매도자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꿀 수 있다. 실제로는 거래하지 않았으면서 높은 가격에 판 것처럼 꾸미는 식이다. 최근엔 이런 수법이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어떤 이는 자신이 이사로 있는 법인에 아파트를 종전 가격보다 높게 판 것처럼 신고한 뒤 다른 사람에게 되팔아 앉은 자리에서 수억원을 챙겼다. 가족끼리 짬짜미로 고가에 거래한 뒤 제3자에게 매도한 사례도 있다. 가격 상승기엔 이런 집값 조작이 한두 건만 생...

    2025.12.24 18:10

  • [여적]‘다시 청와대’ 시대
    [여적]‘다시 청와대’ 시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 싣고 30리 시골길 시인의 집 놀러가는 대통령, 사람 상처 내는 탱크 기지가 들어올 수 없는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신동엽, <산문시>에서). 전쟁 같은 일상을 보내야 했던 1968년, 신동엽은 평화로운 나라를 꿈꾸며 이 시를 썼다. 하지만 당시는 시인의 기대처럼 ‘황톳길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을 가질 수 없었다. 대한민국은 이념·빈부·지역 갈등으로 바람 잘 날 없었고, ‘김신조 사태’ 후 박정희 정부는 하루가 멀다하고 멸사봉공을 강요했던 시절이었다. 그때 청와대는 국민 위에 군림한 정치, 민주주의를 위협한 독재의 온상이었다.1987년 민주화 후 청와대는 권력의 빗장을 풀고 공포·폐쇄의 공간을 벗어났다. 그랬던 청와대가 ‘용산 시대’를 선언한 윤석열 정부 때 다시 암흑기를 맞았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결별하려면 단 하루도 청와대에서 살 수 없다”고 한 윤석열이 2022년 5월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졸속 이전한 것이다. 윤석...

    2025.12.23 18:57

  • [여적] 79년 만의 무죄
    [여적] 79년 만의 무죄

    해방정국 좌우익의 정치적 분수령이었던 1946년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이 재소환되고 있다. 당시 주범으로 몰려 처형된 독립운동가 이관술 선생이 22일 재심에서 79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선생은 1930년대 경성트로이카(조선공산당 경성재건그룹)-경성콤그룹의 핵심으로 활동한 대중적 지도자이자 혁명가였다. 해방 직후 잡지 ‘선구’의 여론조사에서 여운형·이승만·김구·박헌영에 이어 ‘정치지도자’ 5위에 선정될 정도였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이날 무죄를 선고하면서 “유죄 증거는 적법절차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는 일반적 법질서가 (당시) 형성된 상태”라고 했다. 지금 사법적 잣대가 아닌 당시 기준에서도 장기간 불법구금과 고문으로 얼룩진 이 사건에 의문이 많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이 사건은 조선공산당(조공) 간부들이 1945년 10월부터 서울 소공동 근택빌딩의 조선정판사에서 1200만원의 위폐를 발행했다는 사건이다. 이 선생은 이듬해 7월 주모자로...

    2025.12.22 18:40

  • [여적]국민 노래 된 ‘나는 반딧불’
    [여적]국민 노래 된 ‘나는 반딧불’

    노래의 힘은 막강하다. 한 소절이면 그 옛날의 나로 돌아갈 수 있다. 문득 옛 연인의 안부가 궁금해지기도 하고, 그 노래를 들었던 특정한 장소가 떠오르기도 한다. “아, 그땐 그랬지.” 그렇게 우리는 노래를 들을 때마다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며 오늘을 살아간다.한국인은 듣는 것만큼 부르기도 좋아한다. 덕분에 골목마다 노래방이 넘쳐났었다. 한때 회식 2차는 노래방이 필수이던 시절이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노래방 문화는 쇠퇴했지만, 눈치 안 보고 노래 부르기엔 노래방이 제격이다. 누구나 즐겨 부르는 애창곡이 한두 곡은 있기 마련이다. 직장에선 곡명만 봐도 누가 부를지 다들 알았다. 트로트나 철 지난 발라드는 임원급이나 중간 간부 차지였다. 젊은 사원들이 부르는 최신곡이나 리메이크곡은 새로움·변화·재발견 같은 거였다. 잘은 못 불러도 서로 따라 부르다 보면 세대가 연결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목청껏 내지르다 보면 스트레스 해소는 덤이었다.노래는 ...

    2025.12.21 18:58

  • [여적]김대중 공항
    [여적]김대중 공항

    정부·광주·전남 등 ‘광주 군 공항 이전 6자협의체’가 지난 17일 “2027년 광주 공항을 전남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하고 명칭을 김대중 공항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방안이 현실화하면 무안국제공항은 ‘김대중 공항’으로 이름이 바뀐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과 서남권 관문 공항의 위상을 결합해 세계적인 공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명칭 변경의 배경인 듯하다.‘김대중 공항’은 공공물 명칭 기준, 김대중 정신 계승, 지역주의까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질문을 꺼내들었다. 공공시설에 특정 인물 이름을 붙이는 일은 명명을 넘어 한 사회가 그 인물을 공공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정치적 결정이기 때문이다.김 전 대통령이 평생을 걸고 지켰던 민주·평화·인권 정신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래서 ‘김대중 공항’은 그가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중심이라는 자부심을 국가가 인정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홍준표 전 대구지사가 동대구역에 추진한 ‘박...

    2025.12.18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