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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적] 한국판 ‘M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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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판 ‘MAGA’

    2021년 1월6일, ‘마가’(MAGA)라 불리는 극렬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인증을 막기 위해 국회의사당에 난입하는 폭동을 일으켰다. 국회를 지키려고 자발적으로 달려간 경찰관은 폭도들에게 의식을 잃을 때까지 집단구타당했고, “어린 자식이 있다”고 애원한 끝에 겨우 풀려났다. 폭동 이후 정신적·신체적 트라우마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만 4명에 달한다.부정선거 음모론으로 마가를 선동해 폭동을 부추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20일 백악관으로 돌아온다. 그의 귀환과 함께 1000여명의 폭도들이 대거 사면될 예정이다. 트럼프와 마가는 역사를 재구성하려 한다. 폭도는 ‘애국자’로, 의사당 폭동이 일어난 날은 ‘사랑의 날’로 명명한다. ‘트럼프 친위대’로 꼽히는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의원은 심지어 그날을 국경일로 지정하자고 주장한다. 목숨 걸고 국회를 지켰던 경찰과 유족들은 아직도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는데 말이다.대통령 윤석열과 그의 관저로 달려간 ...
  •  [여적] 한남동의 ‘키세스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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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남동의 ‘키세스 시민들’

    지난 4일 밤 서울 한남동 관저 앞 도로. 자정 가까운 시각에도 많은 이들이 도로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아 무대에 올라온 참가자들 연설에 귀 기울이며 구호를 외치거나 응원봉을 흔들었다. 노숙 채비를 든든히 한 듯 두툼한 깔개들이 보였고, 대열을 오가며 도시락을 나눠주는 자원봉사자들도 눈에 띄었다. 일행과 무대 가까이 비어 있는 곳에 자리 잡자 집회장을 떠나는 이가 은박담요를 건네줬다. ‘수고하라’ ‘이제부터 내가 지킨다’는 무언의 바통터치가 곳곳에서 이뤄졌다.은박담요를 휘감은 시민들의 몸은 야간 조명을 받아 반짝거렸다. 물방울 모양의 내용물을 은박지로 포장한 초콜릿처럼 보여 ‘키세스 시위대’란 별명이 붙는다. 새벽 눈발에도 꿈쩍 않고 자리 지키는 모습은 등신불(等身佛)과도 닮았다.물리학자 김상욱에 따르면 은박담요는 NASA가 우주인들의 보온을 위해 개발했다고 한다. 진공의 우주에서는 복사(輻射)가 열손실의 주된...
  •  [여적]건강수명 9년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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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수명 9년 격차

    조선 실학자 이익이 <성호사설>에 ‘노인십요’(老人十拗)라는 글을 썼다. 그가 묘사한 노인이 겪는 열 가지 좌절은 이렇다. 대낮에 꾸벅꾸벅 졸음이 오고 밤에는 잠이 오지 않으며, 울 때는 눈물이 없고, 웃을 때는 눈물이 흐른다. 30년 전 일은 기억해도 눈앞의 일은 문득 잊어버리며, 고기를 먹으면 뱃속에 들어가는 것이 없어도 모두 이 사이에 낀다. 흰 얼굴은 도리어 검어지고 검은 머리는 도리어 희어진다.이익은 노화로 인한 신체 변화를 재치 있게 적었다. 지금 나이 든 사람들의 한탄과 어찌 그리 똑같은지 웃음이 난다. 새해가 된 이맘때쯤 나오는 “이렇게 또 한 살 먹는구나”란 흔한 푸념도 결국 노화에 대한 두려움이 스며든 반성일 것이다.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20년 기준 84.55세다. 건강수명은 이에 크게 못 미치는 71.82세다. 건강수명은 기대수명에서 질병 또는 장애를 가진 기간을 제외한 수명이다. 그러니까 ...
  •  [여적] 경호와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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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호와 권력

    경호는 권력이나 지위의 상징이다. 사설 경호든 공적 경호든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보호막이다. 대통령 경호는 그중 가장 규모가 크고 전문적이다. 대통령경호처는 법률에 따라 대통령과 가족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임무를 띤 국가기관이다. 직원들이 자기 목숨을 걸고 일하기 때문에 직급에 비해 좋은 처우를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경호처는 지극히 기능적 업무를 수행하기에 정치 과정에서 독립적 변수가 아니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대통령을 아우라처럼 둘러싸고 있어서 그 권력을 더 위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장치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권력에 근접해 있어 스스로 권력화하기도 한다. 군부독재 시절인 박정희·전두환 정권의 경호실장 차지철과 장세동, 12·3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용현이 그랬다. 김용현은 경호처장 시절 대통령 경호구역 내 군경 지휘권을 경호처가 갖겠다는 초법적 시행령을 입법 시도해 군과 경찰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경호처의 위력이 일반 시민들을 짓누르기도 ...
  •  [여적] 희망의 을사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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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의 을사년

    ‘을씨년스럽다’는 뭔가 어감부터 스산함이 느껴지는 말이다. 사전적 의미도 ‘날씨나 분위기가 몹시 스산하고 쓸쓸한 데가 있다’이다. ‘을사(乙巳)년’에 나라에 좋지 않은 일이 있었고, 그 뒤로 사람들이 ‘을사년스럽다’고 한 데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을씨년스럽다는 말은 결국 민중의 관점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좋지 않은 일이 외침이나 자연재해로 인한 것이든, 위정자의 실정으로 벌어졌든 그 고통과 치욕은 대부분 민중의 몫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우리 기억에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을사년은 1905년이다. 조선이 일본 제국주의 세력에 외교권을 빼앗긴 을사조약(제2차 한일협약)이 있었던 해이다. 고종이 일본의 강압에 억지로 조약에 서명했다는 점에서 을사늑약(勒約)이라고도 한다. 일본은 1904년 시작한 러일전쟁의 우세 속에 미국, 영국, 러시아 등 열강의 승인을 얻어 결국 조선을 보호국화하려 했다. 그해 11월17일 어전회의에서 한...
  •  [여적] 항공 재난 가족 지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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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 재난 가족 지원법

    1996년 7월, 미국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을 출발해 프랑스 샤를 드골 국제공항으로 향하던 트랜스월드항공 800편이 이륙 12분 만에 공중분해돼 탑승자 230명이 전원 사망했다. 사고 원인은 중앙 연료탱크 폭발이다. 4년여에 걸친 조사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이 사고 후 미국에서는 ‘항공 재난 가족 지원법’이 제정됐다.항공 사고는 대규모 인명 피해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추락 원인 파악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과정에서 유가족들은 뉴스 등을 통해 추락 영상에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희생자 신원 확인과 사고 원인 조사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는 와중에도 언론사·보험사 등의 연락에 시달린다. 이들이 겪는 사고 후유증과 트라우마는 항공 사고의 직접적 피해자 못지않게 심각하다고 한다.지원법은 이들의 트라우마를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지원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놓았다. 교통당국과 항공사는 희생자 명단 공개 전 반드시 가족들에게 먼저 알려야 한다. 유족과의 원활한 소통을 도울 비영...
  •  [여적] 가장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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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1924~2024)이 마지막으로 한국을 찾은 것은 2011년 4월, 세계 원로들의 모임 ‘디엘더스’의 대표단장으로서였다. 평양에 이어 서울을 찾은 그는 남북한 중재를 시도했지만 양측 지도자로부터 모두 외면받았다. 카터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당신은 박정희 정권의 인권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번에 북한에 인권 문제를 제기했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북한 정부 정책에 인권과 관련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인권 문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먹을 권리인데, 한국과 미국 정부는 의도적으로 북한에 갈 식량 지원을 억제하고 있다. 이는 군사·정치적으로 볼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명백한 인권 침해라고 본다.”이명박 정권 당시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있은 뒤라 그의 발언은 한국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의 접근은 일관됐다. ‘가치외교’의 원조인 카터는 미국 외교정책에서 인권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미국이 많은 지원을 했던 동...
  •  [여적] 세밑의 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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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밑의 주술

    요즘에는 신년 운세 보기가 아주 간편해졌다. 사주 사이트에 가서 30초당 1000~1500원을 내면, 무슨무슨 도령·선사·선녀·보살 같은 이름을 내걸고 신점을 봐주는 무속인들과 전화 연결이 된다. 젊은이들은 사주·타로 카페도 즐겨 찾는다. 타로 카페에서는 질문 1개당 1만원씩 받고 답을 해주고, 인스타그램에 ‘사주팔자’를 검색하면 유형에 따른 성격과 성향을 분석해주는 콘텐츠가 쏟아진다.새해 운세를 점치는 것은 흔한 세밑 풍경이지만, 올해는 유독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용하기로 소문났거나, 방송 출연으로 이름을 알린 무속인들은 벌써 5월까지 예약이 꽉 찼다는 말도 들린다. 대한민국이 ‘샤머니즘의 나라’가 됐다는 한탄이 나올 만큼 정치인들의 ‘주술 스캔들’이 연일 뉴스를 뒤덮고, 무속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 여파일 수 있다.돌이켜보면, 대선 토론에 나온 유력 대통령 후보 손바닥에 선명하게 그려진 ‘王’자는 지금 이 사태의 확실한 전조였다. 정권 초기부...
  •  [여적] 희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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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년

    희년(禧年)은 ‘복된 해’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구약의 이사야 61장 1-2절을 인용하며 자신이 세상에 온 것은 ‘주의 은혜의 해’, 즉 희년을 선포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고대 이스라엘에서 7년마다 가진 안식년을 일곱 번 맞은 뒤 50년째 되는 해에는 나팔을 크게 불어 희년을 선포했다고 한다. 희년에는 “모든 노예들이 자동으로 해방되었으며, 모든 빚이 조건 없이 탕감되었고, 모든 땅이 값 없이 원래 주인에게 되돌려졌다”(장진광 <희년과 복음>). 그 의미를 새긴다면 희년은 억압받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해방의 해’로 이해하게 된다.로마 가톨릭교회가 50년마다 희년을 기념한 것은 1300년부터다. 1475년부터는 누구나 한번은 그 은총을 누릴 수 있도록 주기를 25년으로 줄였다. 2000년 대희년 후 다음 정기 희년은 2025년이다.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4일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성문을 여는 걸로 희년의 시작을 알렸다. 교황이 관심을...
  •  [여적]한덕수의 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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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덕수의 처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관운(官運)의 대명사로 불린다. 1970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그는 김영삼 정부부터 윤석열 정부까지 진보·보수를 넘나들며 6개 정부에 걸쳐 고위 공직을 맡았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국무총리만 노무현 정부에 이어 두번째다. 모두 합쳐 3년5개월째인 총리 재임 기간은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길다. 그러다 윤석열이 위헌적 계엄 사태로 국회에서 탄핵소추되며 고건·황교안에 이어 역대 3번째 대통령 권한대행직까지 맡게 됐다.한 대행은 윤석열 국정의 오만·독선·퇴행을 바로잡지 않았고, 이태원 참사 등 국가적 재난이 발생해도 책임지지 않았다. 진퇴가 굵은 국무총리 상과 처신이 아니었다. 그는 여당이 4·10 총선에서 참패한 직후에야 윤석열에게 사의를 표명했지만, 지난 8월 재신임을 받은 후 “(윤석열은) 대인이시다. 제일 개혁적 대통령”이라는 낯 뜨거운 발언을 했다. 윤석열 임기 5년을 같이하는 ‘오(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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