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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적] ‘집값 조작’이라는 범죄
    [여적] ‘집값 조작’이라는 범죄

    한국인에게 아파트는 평생의 목표이자 재산 목록 1호다. 가족과 생활하는 안식처일 뿐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평판까지 드러낸다. 사람들이 아파트를 사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아파트 시장은 공정하지 않다. 중고차 시장처럼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매수자가 턱없이 불리하다. 파는 사람은 물건의 시세와 장단점 등을 속속들이 알지만 사는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아파트 매매에서 기준 역할을 하는 것이 직전 거래 가격이다. 하지만 이것도 매도자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꿀 수 있다. 실제로는 거래하지 않았으면서 높은 가격에 판 것처럼 꾸미는 식이다. 최근엔 이런 수법이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어떤 이는 자신이 이사로 있는 법인에 아파트를 종전 가격보다 높게 판 것처럼 신고한 뒤 다른 사람에게 되팔아 앉은 자리에서 수억원을 챙겼다. 가족끼리 짬짜미로 고가에 거래한 뒤 제3자에게 매도한 사례도 있다. 가격 상승기엔 이런 집값 조작이 한두 건만 생...

    2025.12.24 18:10

  • [여적]‘다시 청와대’ 시대
    [여적]‘다시 청와대’ 시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 싣고 30리 시골길 시인의 집 놀러가는 대통령, 사람 상처 내는 탱크 기지가 들어올 수 없는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신동엽, <산문시>에서). 전쟁 같은 일상을 보내야 했던 1968년, 신동엽은 평화로운 나라를 꿈꾸며 이 시를 썼다. 하지만 당시는 시인의 기대처럼 ‘황톳길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을 가질 수 없었다. 대한민국은 이념·빈부·지역 갈등으로 바람 잘 날 없었고, ‘김신조 사태’ 후 박정희 정부는 하루가 멀다하고 멸사봉공을 강요했던 시절이었다. 그때 청와대는 국민 위에 군림한 정치, 민주주의를 위협한 독재의 온상이었다.1987년 민주화 후 청와대는 권력의 빗장을 풀고 공포·폐쇄의 공간을 벗어났다. 그랬던 청와대가 ‘용산 시대’를 선언한 윤석열 정부 때 다시 암흑기를 맞았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결별하려면 단 하루도 청와대에서 살 수 없다”고 한 윤석열이 2022년 5월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졸속 이전한 것이다. 윤석...

    2025.12.23 18:57

  • [여적] 79년 만의 무죄
    [여적] 79년 만의 무죄

    해방정국 좌우익의 정치적 분수령이었던 1946년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이 재소환되고 있다. 당시 주범으로 몰려 처형된 독립운동가 이관술 선생이 22일 재심에서 79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선생은 1930년대 경성트로이카(조선공산당 경성재건그룹)-경성콤그룹의 핵심으로 활동한 대중적 지도자이자 혁명가였다. 해방 직후 잡지 ‘선구’의 여론조사에서 여운형·이승만·김구·박헌영에 이어 ‘정치지도자’ 5위에 선정될 정도였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이날 무죄를 선고하면서 “유죄 증거는 적법절차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는 일반적 법질서가 (당시) 형성된 상태”라고 했다. 지금 사법적 잣대가 아닌 당시 기준에서도 장기간 불법구금과 고문으로 얼룩진 이 사건에 의문이 많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이 사건은 조선공산당(조공) 간부들이 1945년 10월부터 서울 소공동 근택빌딩의 조선정판사에서 1200만원의 위폐를 발행했다는 사건이다. 이 선생은 이듬해 7월 주모자로...

    2025.12.22 18:40

  • [여적]국민 노래 된 ‘나는 반딧불’
    [여적]국민 노래 된 ‘나는 반딧불’

    노래의 힘은 막강하다. 한 소절이면 그 옛날의 나로 돌아갈 수 있다. 문득 옛 연인의 안부가 궁금해지기도 하고, 그 노래를 들었던 특정한 장소가 떠오르기도 한다. “아, 그땐 그랬지.” 그렇게 우리는 노래를 들을 때마다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며 오늘을 살아간다.한국인은 듣는 것만큼 부르기도 좋아한다. 덕분에 골목마다 노래방이 넘쳐났었다. 한때 회식 2차는 노래방이 필수이던 시절이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노래방 문화는 쇠퇴했지만, 눈치 안 보고 노래 부르기엔 노래방이 제격이다. 누구나 즐겨 부르는 애창곡이 한두 곡은 있기 마련이다. 직장에선 곡명만 봐도 누가 부를지 다들 알았다. 트로트나 철 지난 발라드는 임원급이나 중간 간부 차지였다. 젊은 사원들이 부르는 최신곡이나 리메이크곡은 새로움·변화·재발견 같은 거였다. 잘은 못 불러도 서로 따라 부르다 보면 세대가 연결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목청껏 내지르다 보면 스트레스 해소는 덤이었다.노래는 ...

    2025.12.21 18:58

  • [여적]김대중 공항
    [여적]김대중 공항

    정부·광주·전남 등 ‘광주 군 공항 이전 6자협의체’가 지난 17일 “2027년 광주 공항을 전남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하고 명칭을 김대중 공항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방안이 현실화하면 무안국제공항은 ‘김대중 공항’으로 이름이 바뀐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과 서남권 관문 공항의 위상을 결합해 세계적인 공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명칭 변경의 배경인 듯하다.‘김대중 공항’은 공공물 명칭 기준, 김대중 정신 계승, 지역주의까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질문을 꺼내들었다. 공공시설에 특정 인물 이름을 붙이는 일은 명명을 넘어 한 사회가 그 인물을 공공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정치적 결정이기 때문이다.김 전 대통령이 평생을 걸고 지켰던 민주·평화·인권 정신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래서 ‘김대중 공항’은 그가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중심이라는 자부심을 국가가 인정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홍준표 전 대구지사가 동대구역에 추진한 ‘박...

    2025.12.18 20:09

  • [여적] 유엔사의 ‘애매한’ 지위와 역할
    [여적] 유엔사의 ‘애매한’ 지위와 역할

    1950년 7월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한국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회원국이 군대를 ‘미국 주도의 통합사령부’에 배속시킬 것 등을 요구하는 안보리 제84호 결의를 채택했다. 결의에 따라 일본 도쿄의 미 극동사령부에 ‘유엔군사령부(United Nations Command)’가 창설됐다.안보리 결의로 설립되긴 했으나 유엔사는 안보리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않고 유엔 예산으로 운영되지도 않는다. 유엔사는 유엔 기관이 아니라 ‘미국 지휘를 받는 다국적군’에 가깝다. 그런 유엔사가 ‘유엔’ 이름을 쓰는 것에 비동맹·제3세계 국가들이 문제를 제기해 1975년 11월18일 유엔총회에서 유엔사 해체 권고 결의안(제3390호 A, B)이 채택됐다. 이에 대응해 미국은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를 창설한 뒤 유엔사가 갖고 있던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연합사로 넘겼다. 1994년 6월 부트로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가 ‘통합사령부’를 보조기관으로 구성한 바 없다고 재확인했다.유엔...

    2025.12.17 18:45

  • [여적] “너 때문에 다 망쳤다”
    [여적] “너 때문에 다 망쳤다”

    “너 때문에 다 망쳤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분노한 김건희가 윤석열에게 했다는 말이다. 김건희가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게 많았는데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모두 망가졌다는 취지라고 한다. 조은석 내란특검은 김건희의 비상계엄 연루 의혹을 부정했다. 그 근거 중 하나가 이 발언이다. 특검은 김건희가 계엄에 가담했다면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봤다. 김건희는 그날 계엄과 관련된 모임에 참석한 사실도 없다고 한다. 성형외과에 가는 등 행적도 계엄과는 동떨어졌다. 박지영 특검보는 “김건희를 보좌한 행정관과 성형외과, 관저 모임에 참석한 군인들도 조사했으나 김건희가 계엄에 관여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그러나 윤석열 머리 위에서 놀았던 김건희가 유독 계엄 사실만 몰랐다는 게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다. 윤석열은 2023년 10월부터 계엄을 준비했다. 평소 말이 많고 술 마시면 횡설수설하는 윤석열이 김건희에게 계엄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김...

    2025.12.16 18:36

  • [여적] 파리협정 10년
    [여적] 파리협정 10년

    인류 공동체의 첫 보편적 기후 합의인 파리협정이 지난 12일 10주년을 맞았다. 파리협정의 상징 수치와도 같은 ‘1.5도’는 이제 인류에게 ‘생존선’의 상징이다. 그 목표를 향한 열망과 실망은 다시 인류에게 묻는다. ‘10년 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파리협정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인류가 함께 노력하기로 한 국제협약이다. 2015년 12월 파리 유엔기후변화회의에서 195개 당사국 모두가 동의했다. 이 역사적 회의를 주재한 이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었다. 이듬해 11월4일 기후협정으론 최초로 구속력 있는 국제법으로 발효됐다. 하지만 각국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자발적’이란 수식어대로 국제법적 구속에서 제외됐다.파리협정 후 10년 동안 뜨거운 지구가 가속화하고 이상기후는 일상이 됐다. 그럼에도 치솟기만 하던 탄소배출 곡선이 고개를 떨구고 인류 공존 가능성도 확인한 10년이었다. 영국 에너...

    2025.12.15 18:52

  • [여적]팍스 실리카
    [여적]팍스 실리카

    평화를 뜻하는 영어 ‘피스(peace)’는 라틴어 ‘팍스(Pax)’가 어원이다. 팍스에 나라나 세력이 더해지면 ‘장기간의 안정·번영’ 체제가 된다. 기원전 27년부터 기원후 180년까지 로마의 최전성기인 ‘팍스 로마나’가 있었고, 19세기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팍스 브리타니카’ 시대를 구가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를 주도한 ‘팍스 아메리카나’를 시작했고, 1990년대 소련 붕괴로 확고해졌다. 한 세력이 압도적 힘으로 세계 질서를 주도하고 강제하는 ‘팍스의 시대’도 실상은 패권의 시대였다.역사에 영원한 제국은 없듯 팍스 아메리카나도 쇠퇴하고 있다. 여전히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이지만 미국 뜻대로 모든 게 좌지우지되는 시기가 아니다. 당장 중국의 부상과 맞서야 하는 처지가 됐다.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주도로 8개국이 참여하는 경제안보협력체 ‘팍스 실리카(Pax Silica)’가 출범했다. 모래의 주성분인 규소(실리콘)의 산화물인 실리카는...

    2025.12.14 19:31

  • [여적] 좁고 화나는 ‘미국 가는 길’
    [여적] 좁고 화나는 ‘미국 가는 길’

    십수년 전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에는 비자를 받으려는 줄이 담장을 두르고 길게 늘어섰다. 약속을 잡아도 몇시간씩 기다리기가 예사였다. 내라는 서류는 왜 그렇게 많은지… 절차도 번거로웠다. 한참을 기다리다 마주한 영사의 질문에 조심스레 답하고 나서야 비자가 나왔다. 한국이 2008년 미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VWP)에 가입하기 전까진 그랬다.한국인은 관광과 상용 목적이라면 90일간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해 비자 없이 미국에 갈 수 있다. 줄을 안 서도 되고 비자 수수료도 아낄 수 있으니 약소국의 설움은 옛이야기가 된 것일까.미국 입국 심사는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에는 입국 심사에서 곤욕을 치른 경험담이 넘쳐난다. 어디 가는지, 며칠 머무는지, 일행은 있는지 등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도 실전은 어렵다. 어설픈 영어에 공항 보안요원들이 인상을 찌푸리면, 괜한 모멸감이 느껴진다. 내 돈 쓰러 오면서 이런 대접...

    2025.12.11 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