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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적]쿠팡, 탈팡, 갈팡
    [여적]쿠팡, 탈팡, 갈팡

    정말 화가 난다. 이번에야말로 쿠팡을 끊으려 했건만, 절차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소셜미디어 약자로 ‘탈팡’, 즉 쿠팡 탈퇴는 PC에서만 가능하다. 모바일 앱에선 ‘마이쿠팡’의 ‘회원정보 수정’을 눌러 PC 버전을 선택한 뒤 ‘본인 인증’ ‘이용내역 확인’ ‘설문조사’ 등 총 6단계 과정을 거친다. 설문은 ‘쿠팡에 바라는 점’을 주관식으로 적어야 한다. 여기까지 왔어도, 다시 마우스를 위아래로 여러 번 이동하다, 페이지 맨 아래에 있는 ‘탈퇴’ 버튼을 찾아내야 끝이다. 이 정도면 미로찾기에 가깝다. 오죽하면 온갖 커뮤니티에서 ‘쿠팡 탈퇴’ 방법을 공유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까지 긴급 사실조사에 착수했을까.업계 1위 쿠팡의 정보 유출은 국민들에겐 날벼락이나 다름없다. 계정 탈퇴가 잇따르고, 동종 플랫폼으로 갈아타는 ‘갈팡’ 이용자도 늘고 있다. 소비자단체는 불매 선언을 하고, 집단소송도 본격화됐다.급한 대로 사람들이 등록된 카드·계좌,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지워도...

    2025.12.04 18:42

  • [여적] 징역 15년 구형된 ‘V0 김건희’
    [여적] 징역 15년 구형된 ‘V0 김건희’

    ‘V0 김건희’의 1심 결심 공판이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민중기 특별검사는 “헌법 질서 내에서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고 누구도 법 밖에 존재할 수 없는데 김건희만은 대한민국 법 밖에 존재해왔고 대한민국 법 위에 서 있었다”며 징역 15년과 벌금 20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김건희는 일반 국민은 상상하기 어려운 특권적 행태를 보여왔다고 했다. 이날 언론 카메라에 잡힌 김건희 모습은 초췌했지만, 변호인과 소통할 때 보인 그의 눈빛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아니었다. 검은색 상·하의에 흰 마스크·뿔테 안경을 착용한 그는 법정에 들어서면서 잠시 휘청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 역시 세인의 동정심을 사기 위한 연출이라는 의심을 갖게 했다. 김건희는 최후진술에서 “저로 인해 국민께 큰 실례를 끼친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도 “특검이 말하는 것처럼 그건 좀 다툴 여지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특검의 이날 구형은 현재까지 재판에 넘겨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

    2025.12.03 20:01

  • [여적]분노 미끼
    [여적]분노 미끼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매년 사회적 변화나 사람들의 관심사를 포착한 단어를 신조어로 정한다. 올해의 단어는 ‘분노 미끼’(rage bait)다. 이 말은 소셜 미디어에서 사용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단계를 넘어 분노나 불쾌감을 의도적으로 유도해 클릭·댓글 참여를 높이는 콘텐츠 전략이다. 지난해보다 사용 빈도가 3배 늘어난 ‘분노 미끼’가 소셜 미디어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가장 잘 표현했다는 것이 선정 배경이라고 한다.지난해 ‘메타 플랫폼’의 연구에 따르면, 분노·공포 같이 부정적 감정을 유발하는 콘텐츠 공유율이 긍정적 콘텐츠보다 평균 32% 더 높았다. 분노를 미끼로 삼은 콘텐츠가 사용자 참여도를 높이고 더 많이 공유된다는 결론인 셈이다. 빠르고 통쾌한 말일수록 ‘좋아요’가 많아지고, 상대 비난에 가담하면 소속감이 커지는 것이 SNS가 분노를 키우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분노→반응→확산→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분노 미끼 콘텐츠의...

    2025.12.02 18:51

  • [여적]백악관 ‘수치의 전당’
    [여적]백악관 ‘수치의 전당’

    미국은 1791년 12월 채택한 수정헌법 1조에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 언론의 자유는 연방대법원 판례로도 몇 가지 원칙이 정립됐다. 그중에 ‘실질적 악의’ 원칙이 있다. 명예훼손 입증 책임은 권력을 가진 공직자에게 있다는 것으로, 1964년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사건’ 판결로 확립됐다. 공직자가 소송 남발로 언론 자유를 위축시켜선 안 된다는 취지다. 언론을 증오하고 불신하는 대통령들은 많았겠지만, 언론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로 결국 자진 사퇴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도 마찬가지다.그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과의 전쟁’을 하고 있다. 집권 1기 때는 걸핏하면 ‘가짜뉴스 CNN’ ‘망해가는 뉴욕타임스’라고 하더니, 집권 2기에선 천문학적 금액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은 ‘끝까지 가겠다’는 입장이지만, ABC 방송과 CBS 방송은 트럼프에게 1500만달러(22...

    2025.12.01 18:19

  • [여적]홍콩의 애도
    [여적]홍콩의 애도

    홍콩은 마천루 사이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도시다. 그 독특함에 한몫 톡톡히 하는 게 건물 외관을 에워싼 ‘대나무 비계’(작업용 발판), 곧 ‘죽팡(竹棚·광둥어 발음)’이다. 홍콩영화에서도 아슬아슬한 대결을 펼치는 무대로 자주 등장한다.그 죽팡이 이번 홍콩 아파트 화재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 걸로 전해진다. 지난 26일 화재가 발생한 홍콩 타이포의 32층짜리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는 보수공사를 위해 설치한 대나무 비계와 공사용 안전망이 불길을 키웠다고 한다. 30일 기준 146명이 사망했다. 실종자도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안전 등을 이유로 진즉에 금속 비계로 대체된 중국 본토와 달리, 홍콩에서는 죽팡이 여전히 널리 쓰인다. 작은 아파트와 건물이 밀집해 있는 홍콩의 특성상 유연한 대나무가 더 적합하고 가격이 저렴해서다. 하지만 속이 빈 대나무는 가연성이 높아 안전문제가 제기됐었다. 웡 푹 코트 주민들도 외부 보수공사 기...

    2025.11.30 19:38

  • [여적]‘초코파이 재판’ 무죄가 남긴 것
    [여적]‘초코파이 재판’ 무죄가 남긴 것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은 굶주린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 징역을 살았다. 밀렵꾼인 그의 사냥용 총이 발각됐다는 이유로 5년형이 추가됐고, 4차례 탈옥을 시도한 괘씸죄가 덧씌어져 형량이 늘어난 것이다. 장발장이 감당한 가중처벌은 이게 다가 아니다. 도망친 장발장을 감옥에 넣는 일이 과업이었던 자베르 경감도 있다. 장발장이 존경받는 ‘마들렌 시장’이 된 뒤에도 자베르는 “범죄자는 영원히 악하다”는 신념을 꺾지 않은 극단적 법 수호자이자 가해자였다. 감옥에서 나온 장발장을 가는 곳마다 문전박대 받게 한 ‘노란 여권’ 역시 그에겐 전과자 증명서라는 가중처벌이었다.미리엘 신부의 사랑과 용서가 장발장을 다시 태어나게 했단 것이 <레미제라블>의 서사다. 하지만 상처 없는 사랑과 용서가 있을까. 장발장에겐 빵 한 조각이 자신의 운명을 파멸시킨 상처도 컸지만, 약자에게 가혹한 19세기 프랑스 사회의 온갖 ‘가중처벌’이 더 ...

    2025.11.27 19:13

  • [여적] HBM 칩스
    [여적] HBM 칩스

    미국의 감자 주산지 아이다호주에서 태어난 존 리처드 심플롯(1909~2008)은 ‘감자칩 왕(Potato Chip King)’이다. 14세 때 학업을 접었지만 2차 세계대전 중 미군 부대에 건조 처리한 감자를 공급하며 부를 일구기 시작했다. 1967년 햄버거 제왕 맥도널드에 프렌치프라이용 냉동 감자를 공급하면서 억만장자가 됐다.그는 1978년에 아이다호주 보이시시에서 설립된 마이크론에 거액의 초기 종잣돈을 투자했다. 당시는 일본 반도체 기업들의 공세로 미국 반도체 산업이 위기를 겪던 시기였다. 그래서일까. 워드 파킨슨·조 파킨슨 등 마이크론 공동 창업자들은 서부의 실리콘밸리 투자자 대신 고향의 사업가들에게 초기 투자금을 유치하려고 했다. 반도체 문외한인 심플롯도 일본과의 농산물 무역 분쟁을 경험한 터였다. 감자칩을 만들던 그에겐 반도체 역시 같은 칩이었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포테이토 머니’는 마이크론을 미국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제조 기반을 가진 세계 3위 D램 ...

    2025.11.26 18:20

  • [여적]복종의 의무
    [여적]복종의 의무

    법의 권한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갑’의 얼굴을 하다가도 진짜 일해야 할 때면 정권 뒤에 숨어 아무 판단도 하지 않는 ‘을’의 얼굴을 하는 조직. 똑똑한 관료일수록 조직 우선주의와 상명하복이 가장 유리한 생존 기술임을 치열하게 터득한 조직. (노한동,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중)10년차 전직 공무원의 신랄한 고발록이 전하는 한국 공직사회의 현실이다. 책 곳곳엔 가짜 노동, 쓸데없는 규칙, 책임 회피로 둘러싸인 공직의 지옥도가 담겨 있다. 특히 저자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건을 들며 “공직사회는 블랙리스트를 지시받고 실행할 때도 무기력했지만, 처벌과 조사가 끝난 후에도 통렬한 반성은 찾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이 거대한 침묵이 두려웠다고 한다. 그 자리에 자신이 있었더라도 항명하지 못했을 테고, 앞으로도 위법한 지시가 늘 있을 거라는 사실이 두려움의 실체였다.‘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2025.11.25 18:53

  • [여적] 김치 삼국지
    [여적] 김치 삼국지

    2015년 제87회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 등 4관왕을 차지한 영화 <버드맨>은 주인공(마이클 키튼)의 딸이 한국인 꽃집에 갔다가 “더러운 김치 냄새가 진동해”라고 말한 장면으로 한국 비하 논란을 일으켰다. 딸 역할을 맡은 배우는 K팝 마니아이자 당시에도 한식을 좋아했다는 에마 스톤이었다. 1980년대 미국으로 이민 갔던 배우 선우용여가 최근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김치 냄새로 멸시당한 일화를 털어놓았듯이 교포들의 애로사항 중 하나는 ‘한국인 밥상’의 필수인 김치였다. 이민자들조차 눈치 보며 먹어야 했던 김치는 이제 어엿한 ‘수출 상품’이 됐다. 김치 수출액은 지난해 1억6357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 10월까지 수출액도 지난해 동기보다 2% 늘었다. 반대로 김치를 보는 외국인 시선이 바뀌었지만, 한국은 김치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커졌다. 올해 김치 무역수지는 2207만달러 적자로 예상된다. 사상 최대 김치 무역적자를 기록한 지난해보다도 10%...

    2025.11.24 18:45

  • [여적]학교 급식실의 ‘건강권’
    [여적]학교 급식실의 ‘건강권’

    학교에는 학생과 선생님만 있는 게 아니다. 강사·여사님으로 불리는 ‘선생님 아닌 선생님’들이 일하는 또 다른 교실이 있다. 이들이 없다면 학교는 금세 멈춰 설 것이다. 그럼에도 ‘선생님’이라 불리지 못하는 이들의 처우는 늘 뒷전이다. 급식실 노동자들은 낮은 보수와 강도 높은 노동에 건강까지 위협받고 있다. ‘죽음의 급식실’이란 원성이 자자하다. 급식·돌봄을 담당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 20일부터 권역별 릴레이 파업에 들어갔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임금체계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불가피하게 꺼내든 카드다. 이들의 기본급은 206만6000원으로, 최저임금(209만6000원)에도 못 미친다. 급식실은 일이 힘들기로 악명이 높다. 무거운 식자재를 쉴 새 없이 나르고 뜨거운 불 앞에서 대량으로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 발암물질인 기름 매연을 들이마시며 일하다 지금까지 178명이 폐암 산재 판정을 받았고, 15명이 사망했다. 학생들이 누리는 ‘정상적인 급...

    2025.11.23 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