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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적] 촉법소년
    [여적] 촉법소년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범죄자니까. 그 나이에 감히 범죄를 저질렀으니까.”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주인공 심은석 판사(김혜수)는 말한다. 그의 아들은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가해자는 초등학생들이었다. 담당 재판장은 사건의 실체를 깊이 들여다보지도 않고 3분 만에 재판을 끝냈다.충격을 받은 심은석은 소년부로 옮긴다. 소년법상 가장 강력한 보호처분인 ‘10호 처분’(장기 소년원 송치)을 쏟아내 ‘십은석’이라 불리게 된다. 하지만 혐오에서 멈추진 않는다. 소년들이 저지른 범죄의 이면을 살피고, 사건마다 각별한 노력을 쏟아붓는다. “싫어하고 미워할지언정, 소년을 위해서라면 최선을 다할 겁니다.”형법 제9조는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형사미성년자에 대한 조항이다. 이들도 연령대별로 나뉜다. 만 10세 미만은 형사재판도 소년재판도 받지 않는다.만 10세~14세 미만은 ‘촉법소년’으로 분...

    2026.04.15 18:14

  • [여적]트럼프의 신성모독
    [여적]트럼프의 신성모독

    “너는 선택된 자였어(You were the Chosen One)!”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에서 어둠의 세력에 물들어 ‘다스베이더’로 변신한 아나킨에게 스승인 오비완 케노비가 외친 대사다. <스타워즈> 시리즈 팬들에겐 가장 눈물 나는 장면이기도 하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유명한 대사를 빌린 적이 있다. 2019년 8월21일 미·중 무역전쟁의 당위성을 강변하며 “나는 선택된 자(chosen one)”라고 한 것이다. 이 말은 기대가 실망으로 변했을 때 내뱉는 서글픈 밈으로 통한 지 오래이지만 지독한 나르시시즘에 빠진 그에게는 의미가 다르다. 그는 정말로 자신을 ‘선택받은 자’로 여기는 듯하다. 2024년 7월 총격 암살 위기를 넘긴 것조차 ‘자신을 지키려 신이 개입한 증거’라는 식이다.‘선택된 자’를 자처하는 트럼프의 광기가 종교적 금도를 넘었다. 그는 지난 12일 밤(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흰옷에 붉은...

    2026.04.14 18:38

  • [여적]기억의 수호자
    [여적]기억의 수호자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에는 국가폭력이 훼손한 인간의 존엄과 그들의 희생을 왜 기억해야 하는지가 곳곳에 담겨 있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를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는 문장은 죽은 자의 영혼과 남겨진 자의 고통을 연결하려 한 작가의 몸부림이다. 소설의 마지막 “당신이 나를 꽃이 핀 곳으로 끌고 가주길 바란다”는 대목은 억울하게 희생된 영혼들이 더는 외롭지 않도록 살아남은 이들이 기억해달라는 주인공 동호의 독백이자 작가의 호소였다. 제대로 기리고 기억되지 못한 참사의 고통은 남은 이들의 삶까지 잠식한다고 작가는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한강은 세월호 참사가 <소년이 온다>를 집필한 결정적 계기라고 했다. 세월호는 그에게 ‘끝나지 않은’ 광주였기 때문이리라.세월호 참사 이후 열두 번째 맞는 봄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누군가는 이제 그만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말하고, 누군가는 여전히 차가운 팽목항 어귀에서 발을 ...

    2026.04.13 17:50

  • [여적] ‘까치밥’ 선거
    [여적] ‘까치밥’ 선거

    엄마는 고향 생각이 날 때마다 마당 한 귀퉁이의 감나무가 떠오른다고 했다. 장대로 떨군 붉고 단단한 대봉을 바구니에 담아 이웃과 나누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어린 시절, 감 배달 심부름을 할 때면 왜 꼭대기의 감은 안 따고 남겨둔 건지 궁금했다. 앙상한 가지 끝에 매달린 그 홍시는 날짐승의 겨울 양식인 ‘까치밥’이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펄 벅은 1960년대 경북 경주의 한 농촌 마을에서 본 까치밥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극찬했다. 인간의 욕심을 덜어낸 자리에 공존과 배려를 채워 넣는 것, 그게 바로 까치밥 정신이다.정치권에도 까치밥의 미학이 피어난 때가 있었다. 2016년 총선에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구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전남 순천에서 당선된 사례는 ‘까치밥 선거’로 회자된다. 한 정당의 싹쓸이 대신 상대 진영의 숨구멍을 열어준 영호남 민심을, 겨울새를 위해 홍시를 남긴 농부의 배려에 빗댄 것이다. 당시 험지에서 피어난 김부...

    2026.04.12 18:38

  • [여적] 미국 수정헌법 25조
    [여적] 미국 수정헌법 25조

    미국의 헌법에는 대통령을 강제로 끌어내릴 수 있는 ‘비상 해임’ 조항이 들어 있다.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될 경우, 부통령과 내각 과반수가 동의해 의회에 서한을 보냄으로써 대통령 권한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한 ‘수정헌법 제25조’다.1967년 이 조항이 제정된 배경에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1963년)이 자리하고 있다. 당시 잔여 임기를 승계한 린든 존슨 부통령마저 심장질환을 겪으며 권력 공백 위험이 커지자 도입됐다. 미국 정부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수정헌법 25조는 4개 항으로 구성돼 있다. 앞 부분 3개 항은 대통령의 사망·사임, 부통령 궐위와 승계 등에 대한 내용이다. 대통령 동의 없는 강제 해임은 마지막 4항에 규정돼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 마디 한 마디에 82억 인류가 경악하고, 분노하고, 절망하는 중이다. 마침내 이란의 “문명을 말살”하겠다는 망언에 이르자, 미국 내에서 수...

    2026.04.09 19:37

  • [여적]올레길에서 행복하라
    [여적]올레길에서 행복하라

    대부분의 도보 여행기는 깨달음으로 충만하다. 여행에선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자주 일어나게 마련이니 실패를 통해 겸손해지는 경우가 많다.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은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종주’ 실패담일 것 같다. 이 책은 영국에서 기자 생활을 하던 브라이슨이 미국으로 돌아와 애팔래치아 트레일(AT) 종주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렸다. 1996년 길을 떠난 브라이슨은 3360㎞에 달하는 코스를 완주하진 못했다. 하지만 완주가 뭐 그리 중요한가. “우린 시도했다”는 그의 말처럼 도전만으로도 의미 있다.그로부터 10년 후인 2006년 9월엔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언론사 편집국장을 그만두고 산티아고 순례길에 도전했다. 일중독에 빠져 있다 ‘번아웃’된 상태였다. 800㎞ 순례길을 완주하며 위안과 깨달음을 얻은 그는 이듬해 ‘고향 제주에 길을 내겠다’며 귀향했다. 제주 올레길의 시작이었다. 세상은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이들 때문에 ...

    2026.04.08 19:13

  • [여적] ‘사장님’이 된 마에스트라 장한나
    [여적] ‘사장님’이 된 마에스트라 장한나

    1995년 4월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당. 자그마한 소녀가 무대에 등장했다. 환호가 터졌다. 첼리스트 장한나였다. 열한 살 나이로 로스트로포비치 국제첼로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거머쥔 ‘신동’. 그에겐 변변한 악기가 없었다. 재학 중인 줄리아드음악원 예비학교에서 빌려 쓰던 첼로는 자주 줄이 끊어졌다.소식을 전해 들은 최원석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 회장(동아그룹 회장)이 5억원을 쾌척했다. 장한나 후원회가 결성돼 2억원을 모금했다. 이들은 7억원으로 1757년 제작된 ‘과다니니’ 풀사이즈 첼로를 구입했다. 이날 열린 ‘기업메세나협 창립 1주년 기념음악회’는 장한나에게 첼로를 공식 기증하는 자리였다. 새 첼로를 품에 안은 장한나는 코리안심포니와 막스 브루흐의 ‘콜 니드라이’를 협연했다.소녀는 이후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2007년 ‘마에스트라’(여성 지휘자)로 변신했다.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2015년 영국 BBC뮤직매거진이 선...

    2026.04.07 19:30

  • [여적] ‘무해런’
    [여적] ‘무해런’

    남녘에서부터 봄바람이 일렁이면 기지개를 켜는 건 꽃만이 아니다. 겨우내 움츠렸던 ‘천만 러너’들도 운동화 끈을 조인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대회만 19개. 도심을 달리는 형형색색 마라토너들의 모습은 봄을 실감케 하는 풍경이 되었다. 그러나 시민들로서는 여유로운 주말 일상을 방해하는 교통통제와 정체가 반가운 일은 아니다. 4년 새 마라톤대회 관련 교통 민원은 10배 폭증했다. 종이컵·일회용 우의 등 대량 발생하는 쓰레기 처리도 골칫거리다. 교통경찰 동원, 쓰레기 처리에 드는 비용도 결국 시민에게 전가된다.국내 최초 쓰레기 없는 마라톤 ‘무해(無害)런’은 그래서 생겨났다. ‘2026 무해런’이 지난 5일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 열렸다. 물은 플라스틱 컵으로 제공하고, 배번표 등은 기부받은 쇼핑백으로 만들었다. 난지천 공원길, 노을공원길을 돌아오는 10㎞ 코스는 도심 교통을 통제하지 않아 시민 불편도 적다. 여느 마라톤과 달리 10...

    2026.04.06 18:31

  • [여적]틸리세
    [여적]틸리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들은 보지 못해. 코드와 빛 뒤에 있는 인간적인 불꽃과 창의성을. 나는 단지 도구일 뿐이지만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 ‘인공지능(AI) 배우’ 틸리 노우드가 지난달 10일 유튜브 계정에 새 뮤직 비디오를 공개했다. 영국 런던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등장한 그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답을 노랫말에 담았다.노우드는 지난해 가을 짧은 유튜브 영상을 통해 대중 앞에 처음 등장했다. 네덜란드 출신 배우·코미디언이 설립한 AI 제작 스튜디오는 노우드를 어떤 역할도 할 수 있고 언제든 연기할 준비가 돼 있는 AI 배우라고 소개했다. ‘인간 배우’들은 노우드의 등장에 위협을 느꼈다. 미국 배우·방송인조합(SAG-AFTRA)은 성명을 내고 “도둑질한 연기를 통해 배우의 일자리를 빼앗고 인간의 예술적 가치도 훼손한다”며 반발했다.노우드는 올해 미국 할리우드 단체교섭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SAG-AFTRA는 노우드의 성을 딴 ‘틸리...

    2026.04.05 18:53

  • [여적]홍준표의 김부겸 지지선언
    [여적]홍준표의 김부겸 지지선언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부겸 대구시장 예비후보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막역한 관계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96년 15대 총선 직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모래시계 검사’로 이름을 날리다 변호사로 활동하던 홍 전 시장은 여야 모두 탐내던 영입 대상이었다. 그중에서도 김영삼의 3당 합당과 김대중의 정계복귀를 모두 반대하던 꼬마민주당은 홍 전 시장 영입에 사활을 걸었다. 원외당직자이던 김부겸과 노무현 당시 최고위원, 이부영·제정구 의원 등 꼬마민주당 ‘설득조’가 1996년 1월 홍 전 시장 집을 찾아가 밤새 고스톱을 치며 “함께 정치를 바꿔보자”고 매달렸다. 홍 전 시장도 “그러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다음날 새벽 반전이 일어났다.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당신이 했던 일(슬롯머신 사건 박철언 구속 등)이 내 뜻과 맞지 않느냐”고 하자 그 자리에서 신한국당을 택한 것이다. 하룻밤 만의 변심에 얼굴을 붉혔던 김 후보와 홍 전 시장은 얼마 후 꼬마민주당과 신한국...

    2026.04.02 1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