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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적]김대중 공항
    [여적]김대중 공항

    정부·광주·전남 등 ‘광주 군 공항 이전 6자협의체’가 지난 17일 “2027년 광주 공항을 전남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하고 명칭을 김대중 공항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방안이 현실화하면 무안국제공항은 ‘김대중 공항’으로 이름이 바뀐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과 서남권 관문 공항의 위상을 결합해 세계적인 공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명칭 변경의 배경인 듯하다.‘김대중 공항’은 공공물 명칭 기준, 김대중 정신 계승, 지역주의까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질문을 꺼내들었다. 공공시설에 특정 인물 이름을 붙이는 일은 명명을 넘어 한 사회가 그 인물을 공공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정치적 결정이기 때문이다.김 전 대통령이 평생을 걸고 지켰던 민주·평화·인권 정신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래서 ‘김대중 공항’은 그가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중심이라는 자부심을 국가가 인정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홍준표 전 대구지사가 동대구역에 추진한 ‘박...

    2025.12.18 20:09

  • [여적] 유엔사의 ‘애매한’ 지위와 역할
    [여적] 유엔사의 ‘애매한’ 지위와 역할

    1950년 7월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한국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회원국이 군대를 ‘미국 주도의 통합사령부’에 배속시킬 것 등을 요구하는 안보리 제84호 결의를 채택했다. 결의에 따라 일본 도쿄의 미 극동사령부에 ‘유엔군사령부(United Nations Command)’가 창설됐다.안보리 결의로 설립되긴 했으나 유엔사는 안보리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않고 유엔 예산으로 운영되지도 않는다. 유엔사는 유엔 기관이 아니라 ‘미국 지휘를 받는 다국적군’에 가깝다. 그런 유엔사가 ‘유엔’ 이름을 쓰는 것에 비동맹·제3세계 국가들이 문제를 제기해 1975년 11월18일 유엔총회에서 유엔사 해체 권고 결의안(제3390호 A, B)이 채택됐다. 이에 대응해 미국은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를 창설한 뒤 유엔사가 갖고 있던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연합사로 넘겼다. 1994년 6월 부트로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가 ‘통합사령부’를 보조기관으로 구성한 바 없다고 재확인했다.유엔...

    2025.12.17 18:45

  • [여적] “너 때문에 다 망쳤다”
    [여적] “너 때문에 다 망쳤다”

    “너 때문에 다 망쳤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분노한 김건희가 윤석열에게 했다는 말이다. 김건희가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게 많았는데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모두 망가졌다는 취지라고 한다. 조은석 내란특검은 김건희의 비상계엄 연루 의혹을 부정했다. 그 근거 중 하나가 이 발언이다. 특검은 김건희가 계엄에 가담했다면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봤다. 김건희는 그날 계엄과 관련된 모임에 참석한 사실도 없다고 한다. 성형외과에 가는 등 행적도 계엄과는 동떨어졌다. 박지영 특검보는 “김건희를 보좌한 행정관과 성형외과, 관저 모임에 참석한 군인들도 조사했으나 김건희가 계엄에 관여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그러나 윤석열 머리 위에서 놀았던 김건희가 유독 계엄 사실만 몰랐다는 게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다. 윤석열은 2023년 10월부터 계엄을 준비했다. 평소 말이 많고 술 마시면 횡설수설하는 윤석열이 김건희에게 계엄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김...

    2025.12.16 18:36

  • [여적] 파리협정 10년
    [여적] 파리협정 10년

    인류 공동체의 첫 보편적 기후 합의인 파리협정이 지난 12일 10주년을 맞았다. 파리협정의 상징 수치와도 같은 ‘1.5도’는 이제 인류에게 ‘생존선’의 상징이다. 그 목표를 향한 열망과 실망은 다시 인류에게 묻는다. ‘10년 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파리협정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인류가 함께 노력하기로 한 국제협약이다. 2015년 12월 파리 유엔기후변화회의에서 195개 당사국 모두가 동의했다. 이 역사적 회의를 주재한 이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었다. 이듬해 11월4일 기후협정으론 최초로 구속력 있는 국제법으로 발효됐다. 하지만 각국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자발적’이란 수식어대로 국제법적 구속에서 제외됐다.파리협정 후 10년 동안 뜨거운 지구가 가속화하고 이상기후는 일상이 됐다. 그럼에도 치솟기만 하던 탄소배출 곡선이 고개를 떨구고 인류 공존 가능성도 확인한 10년이었다. 영국 에너...

    2025.12.15 18:52

  • [여적]팍스 실리카
    [여적]팍스 실리카

    평화를 뜻하는 영어 ‘피스(peace)’는 라틴어 ‘팍스(Pax)’가 어원이다. 팍스에 나라나 세력이 더해지면 ‘장기간의 안정·번영’ 체제가 된다. 기원전 27년부터 기원후 180년까지 로마의 최전성기인 ‘팍스 로마나’가 있었고, 19세기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팍스 브리타니카’ 시대를 구가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를 주도한 ‘팍스 아메리카나’를 시작했고, 1990년대 소련 붕괴로 확고해졌다. 한 세력이 압도적 힘으로 세계 질서를 주도하고 강제하는 ‘팍스의 시대’도 실상은 패권의 시대였다.역사에 영원한 제국은 없듯 팍스 아메리카나도 쇠퇴하고 있다. 여전히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이지만 미국 뜻대로 모든 게 좌지우지되는 시기가 아니다. 당장 중국의 부상과 맞서야 하는 처지가 됐다.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주도로 8개국이 참여하는 경제안보협력체 ‘팍스 실리카(Pax Silica)’가 출범했다. 모래의 주성분인 규소(실리콘)의 산화물인 실리카는...

    2025.12.14 19:31

  • [여적] 좁고 화나는 ‘미국 가는 길’
    [여적] 좁고 화나는 ‘미국 가는 길’

    십수년 전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에는 비자를 받으려는 줄이 담장을 두르고 길게 늘어섰다. 약속을 잡아도 몇시간씩 기다리기가 예사였다. 내라는 서류는 왜 그렇게 많은지… 절차도 번거로웠다. 한참을 기다리다 마주한 영사의 질문에 조심스레 답하고 나서야 비자가 나왔다. 한국이 2008년 미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VWP)에 가입하기 전까진 그랬다.한국인은 관광과 상용 목적이라면 90일간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해 비자 없이 미국에 갈 수 있다. 줄을 안 서도 되고 비자 수수료도 아낄 수 있으니 약소국의 설움은 옛이야기가 된 것일까.미국 입국 심사는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에는 입국 심사에서 곤욕을 치른 경험담이 넘쳐난다. 어디 가는지, 며칠 머무는지, 일행은 있는지 등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도 실전은 어렵다. 어설픈 영어에 공항 보안요원들이 인상을 찌푸리면, 괜한 모멸감이 느껴진다. 내 돈 쓰러 오면서 이런 대접...

    2025.12.11 19:21

  • [여적] ‘총알받이’ 평가원장
    [여적] ‘총알받이’ 평가원장

    한국에서 대학 입시만큼 휘발성이 강한 소재도 없다. 대통령 등 권력자 입장에선 대입 관리가 엄청난 ‘리스크’이고, 잘해야 본전이다. 특히 대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공정성과 엄밀성, 예측 가능성이 생명이다. 단 한 명이라도 불합리하게 이득을 보거나 손해를 입으면 안 되고, 출제·채점 과정에 털끝만 한 오류도 있어선 안 된다. 그래서 정부는 수능을 ‘외주화’하고 있다. 대기업이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것과 비슷하다. 대입 정책을 총괄하고 제도를 운용하는 부처는 교육부지만, 수능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관장한다. 10일 오승걸 원장이 사임해 또 한 명의 평가원장이 ‘총알받이’ 신세가 됐다. 평가원은 “오 원장은 수능 영어 영역 출제가 절대평가 취지에 부합하지 못해 수험생과 학부모님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고, 입시에 혼란을 일으킨 점에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사임했다”고 밝혔다. 올 수능에선 영어 영역이 지나치게 어렵게 ...

    2025.12.10 18:10

  • [여적] ‘다문화 국가’ 한국
    [여적] ‘다문화 국가’ 한국

    스리랑카 청년 이완은 경기 포천시 의료원에서 태어났다. 한국에서 취업한 부모님과 양계장 기숙사에서 자랐다. 미등록 상태였던 이완은 2021년 한국에서 15년 이상 거주한 청소년들이 벌금을 내면 비자를 주는 구제 조치에 따라 920만원을 내고 체류 자격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완이 성년이 돼 보호자 자격으로 체류해온 어머니와는 헤어져야 한다.한국에서 24년째 거주 중인 몽골 출신 마리나도 고교를 졸업하면 한국을 떠나야 할 처지였다. 인권위원회가 국내에서 장기 체류 중인 미등록 이주아동의 고교 졸업 후 강제 출국은 인권침해라며 시정을 권고한 뒤 마리나는 2021년 임시체류 자격을 받을 수 있었다. 현재 체류 자격은 유학생으로, 졸업 후 바로 취업해야만 추방을 면할 수 있다. 하지만 극한에 가까운 청년 취업 현실을 감안하면 아뜩하다.이두안은 한국 생활 18년차인 필리핀 출신 청년이다. 특성화고를 다니며 기술자격증을 취득했고, 학교 소개로 취업에 성공했으나 고졸로는...

    2025.12.09 18:10

  • [여적] 변동불거(變動不居)
    [여적] 변동불거(變動不居)

    언스트 곰브리치는 <서양미술사>에서 고대로부터 미술은 ‘끊임없이 변화’해왔지만, 이를 진보로 여기는 건 “그릇된 해석”이라고 경계했다. 대신 “미술사는 기술 숙련도의 진보가 아니라 관념과 필요의 변화에 관한 것”이라 했다. 그에 따르면 변화는 곧 적응이다. 실상 변화의 압력은 미술만 아니라 인간 삶의 매 순간 모든 것에 마치 중력처럼 달라붙어 있다.교수신문이 8일 올해의 사자성어로 ‘변동불거’(變動不居)를 선정했다. 설문에 응한 전국 대학교수 776명 중 33.9%가 1위로 꼽았다고 한다. 공자가 ‘천하의 도’라 했던 <주역>에 해설을 단 <주역 계사전>에 나오는 말로,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며 변한다’는 의미다. 교수신문은 “한국 사회가 거센 변동의 소용돌이 속에 있으며 미래가 불확실한 시대에 안정과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시대적 메시지를 상징한다”고 설...

    2025.12.08 18:50

  • [여적]간토대학살 진상규명법
    [여적]간토대학살 진상규명법

    지난 7월19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극우 참정당(參政黨)의 요코하마 집회에서 한 지지자가 외국인 차별 반대 팻말을 내건 시민에게 ‘주고엔 고짓센’을 발음해 보라며 시비를 걸었다. ‘주고엔 고짓센(15엔50전)’은 1923년 9월 일본 간토(關東)대지진 직후 일본 군경과 자경단이 일본인이 아닌 이들을 색출하는 데 쓴 말이다. 대지진의 혼란 속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유언비어가 번지자 일본 군경과 자경단은 조선인을 닥치는 대로 체포·살해했다. ‘주고엔 고짓센’에 섞인 탁음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숱한 조선인들이 끌려가 잔혹하게 학살됐다. 그 흑역사를 모르는 일본인들이 100여년 전 조선인들의 생사를 가르던 말을 함부로 쓰고 있는 것이다.간토대지진 6개월 뒤 당시 요코하마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쓴 작문들이 100년 만인 2023년 공개됐다. 일본 TBS가 취재한 영상을...

    2025.12.07 1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