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경향신문

오피니언

  • [여적]조국 비대위원장
    [여적]조국 비대위원장

    조국혁신당이 11일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성비위 사태로 위기에 처한 당을 바로 세워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된 것이다. 광복절 특사 후 11월쯤으로 잡은 조국의 정치 일선 복귀도 당겨졌다.그의 등판을 두고 갑론을박이 컸지만, 조국혁신당은 ‘조국’을 빼곤 설명할 수 없는 정당이다. 다른 인물이 비대위원장을 맡는다 해도 여론은 “조국 입장은 뭔가”를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또 성비위 사태 가해자도 조 위원장 측근이고, 이 당의 창업주이자 실질적 리더도 조 위원장이다. “당 위기는 전적으로 제 부족함 때문”이라는 조 위원장 일성은 기회도 위기도 그가 감당해야 하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위기’를 제대로 성찰하려면 성비위 사태에 대한 당내 인식 부재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강미정 전 대변인의 탈당 기자회견 후에도 이규원 사무총장은 “성희롱은 범죄가 아니다”라고 했다. 시민이 손가락질하는 엄중한 사태를 단순 해프닝 정도로 보는 내부 기류를 표출한 것이...

    2025.09.11 19:41

  • [여적] 약자의 벗, 성수의원
    [여적] 약자의 벗, 성수의원

    SM엔터, 무신사, 크래프톤… 콘텐츠·플랫폼 기업들이 속속 둥지를 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혁신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고가 부동산이 즐비하고 패션·한류 트렌드를 이끄는 젊고 활력 있는 거리로, 도시재생의 성공 모델로도 주목받는다. 그 성수동은 서울의 오래된 공업지역이었다. 정부 주도로 조성된 구로공단과 달리 소규모 제화·염료 공장과 자동차정비소·인쇄소 등이 빼곡히 몰려 있었다.1988년, 가난한 노동자들의 동네 성수동 한복판에 ‘성수의원’이 들어섰다. ‘세상이 아프면 의사도 아파야 한다’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정신에 따라 다치고 병든 노동자들을 진료하기 위해서였다. 일하다 베이고 찢긴 노동자들의 상처를 꿰매다 보면 하루가 짧았다 한다. 병원 찾을 시간이 부족한 노동자를 위해 야간에도 진료했고, 주말이면 무료진료소를 열었다. 성수의원은 노동자들에게 자신의 질병이 안전하지 못한 노동환경으로부터 온 것임을 알게 해줬다. 서울에선 구로동 구로의원과 사당동 판자촌의 사당의원...

    2025.09.10 19:52

  • [여적]마늘과 쑥
    [여적]마늘과 쑥

    ‘한 동굴 속에 살고 있던 곰과 호랑이가 환웅에게 사람이 되기를 소원하자, 환웅이 쑥 한 다발과 마늘 스무 개를 주며 이것을 먹되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의 형상을 얻을 거라고 했다. 이를 지킨 곰만 웅녀가 됐고, 환웅과 혼인하여 낳은 단군이 고조선을 세웠다.’ 고려 시대 승려 일연이 1281년 쓴 <삼국유사>에 담겨 오래도록 전승되고, 한국 사람 누구나 알고 있는 고조선 개국 신화이다.그런데 환웅이 준 것은 마늘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1946년 사서연역회가 <삼국유사> 국역본을 내면서 ‘산(蒜)’을 마늘로 번역했지만 마늘일 리 없다는 주장이다. 원산지가 중앙아시아로 추정되는 마늘이 중국으로 전해진 게 기원전 2세기라 시기상 맞지 않고, 조선 시대까지 마늘은 주로 ‘호(葫)’라고 불렸다는 근거가 뒤따른다. ‘산’은 강한 향과 맛이 나는 식물을 일컫는 만큼, 당시 한반도에 자생하던 달래나 다른 식물로 봐야 한...

    2025.09.09 18:36

  • [여적] 집값 시세 조작
    [여적] 집값 시세 조작

    한동안 잠잠하던 집값 상승 뉴스가 언론을 타기 시작한 건 지난 2월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느닷없이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을 묶은 이른바 ‘잠삼대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하면서 집값이 꿈틀댔다. 금융당국이 전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6억원으로 묶는 ‘6·27 대책’을 내놓으면서 급한 불은 꺼졌다. 소득만으로 집을 사려면 20년 이상 모아도 힘든 현실에서 은행 대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던 시장 상황을 보여준다.그럼에도 서울 선호지역 신고가 갱신 계약이 맺어지고 있다는 소식은 계속 전해졌다. 어떤 강력한 대책도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려는 시장을 이길 수 없을 거란 분석이 늘었다. 물론 우리 경제 규모나 주거 수준을 감안하면 틀린 분석은 아니지만, 잠시 쉬어가도 될 타이밍에 이처럼 속출하는 최고가 거래는 미스터리였다.어느 정도 의문을 풀어주는 실마리는 한국도시연구소의 실거래가 분석 결과에서 나왔다. 올해 상반기 계약 취소된 서울...

    2025.09.08 18:29

  • [여적]미국 ‘전쟁부’
    [여적]미국 ‘전쟁부’

    1783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국은 1789년 육군을 관할하는 전쟁부를, 1798년 해군을 관장하는 해군부를 각각 창설했다. 군 체계는 2차 세계대전 후인 1947년 10월 출범한 국가군무원이 육해공군을 통합 지휘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오래가진 못했다. 영문 약칭 ‘NME’의 발음이 ‘적(enemy)’과 비슷한 것이 문제가 됐다. 결국 1949년 8월 국방부로 개명해 현재에 이른다. 영국과 프랑스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부를 국방부로 개칭했다. 군사력을 침략적으로 비칠 수 있는 선제공격이 아니라 방어적으로 사용하겠다는 뜻도 있을 것이다. 북한도 2020년 인민무력부를 국방성으로 바꿨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국방부를 전쟁부로 개명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국방부의 공식 명칭을 전쟁부로 바꾸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한데, 행정명령을 통해 전쟁부를 국방부의 ‘2차 명칭’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국방부의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SNS) 등은 곧...

    2025.09.07 18:31

  • [여적]장수하고 싶은 ‘시진핑과 푸틴’
    [여적]장수하고 싶은 ‘시진핑과 푸틴’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죽음이 예정돼 있다. 유전·환경·생활습관 등에 따라 죽음의 시기가 저마다 다르고 의학 발전으로 수명도 늘고 있지만, 죽음 자체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순리다. 신체·정신 건강을 관리하며 삶의 질을 오래 유지하는 ‘저속 노화’와 ‘100세 시대’가 인류의 꿈이 됐다.가진 게 많으면 내려놓는 게 쉽지 않다. 권력과 부귀영화를 다 누리는 철권 통치자들은 오죽 더할까. 기원전 3세기 중국을 처음 통일한 진나라 시황제의 “불로초를 찾으라”는 특명에, 신하들은 한반도 남쪽까지 내려와 불로초를 뒤졌다고 한다. 하지만 49세에 사망해 불로장생은 이룰 수 없었다. 김일성 북한 주석도 120세까지 무병장수하겠다며 ‘만수무강연구소’를 세웠지만 1994년 82세로 생이 끝났다. 당시 기준엔 장수한 편이지만, 북한 주민들에겐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영생탑의 문구로만 남았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일 중국 전승...

    2025.09.04 18:37

  • [여적]백두혈통 ‘4대 세습’
    [여적]백두혈통 ‘4대 세습’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생전에 비행기 타는 걸 꺼렸다. 2001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초청으로 1만㎞ 떨어진 모스크바를 갈 때도 열흘 넘게 열차를 탔다. 김정일이 유일하게 비행기를 탄 건 1965년 4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반둥회의 10주년 기념행사 참석 때로 알려져 있다. 김일성종합대를 갓 졸업한 김정일이 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동행한 것이다. 김정일이 김일성의 후계자로 내정된 것은 1974년이지만, 중요한 후계 수업일 외교 무대엔 9년 먼저 등장했다.북한은 백두혈통을 이을 후계자를 점찍어 두고도 신원을 알리지 않았다. 김정일은 노동당 선전선동부에서 활동을 시작했지만 북한 매체는 내정 발표 전에는 그를 ‘당중앙’으로 지칭했다. 김정남·김정철을 제치고 3대 세습 바통을 이어받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0년 9월 매체에 공식 등장하기 전에는 ‘청년대장’으로 불렸다. 김정일이 사망하기 1년3개월 전이었다.김정은이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다자...

    2025.09.03 18:26

  • [여적] 가자 ‘제노사이드’
    [여적] 가자 ‘제노사이드’

    맨부커상을 수상한 이스라엘 작가 다비드 그로스만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수년간 금기어로 삼았던 ‘제노사이드’(집단학살) 단어를 “더는 피할 수 없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봉쇄·공격으로 기근 상태로까지 들어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상황을 제노사이드로 지칭했다. 그는 “우리 역사를 생각할 때, 인간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자처해온 우리 정체성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며 참담해했다.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를 경험한 이스라엘인들에게 제노사이드는 ‘원혼의 기억’이 서린 아픈 말이다. 그로스만의 토로는 이스라엘의 타락을 지적한 양심의 비명이었다.세계적 집단학살 전문 연구자들의 모임인 ‘국제집단학살학자협회’(IAGS)가 1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자행하는 정책과 행위가 유엔 ‘집단학살 방지·처벌에 관한 협약’의 집단학살 법적 정의에 부합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아동 5만명을 포함해 죽거나 다친 팔레스타인인이 20만명(사망 5만9000명)을 넘고, 이제 ...

    2025.09.02 19:24

  • [여적]중국·인도의 용상공무
    [여적]중국·인도의 용상공무

    인도는 1947년 영국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났고, 중국은 1949년 내전 끝에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웠다. 인도 초대 총리 네루는 저서 <인도의 발견>에서 중국과의 우애를 강조하며 두 문명이 주도하는 아시아의 미래를 꿈꿨다. 두 나라는 1954년 ‘평화공존 원칙’을 담은 판츠실 조약을 맺을 때만 해도 관계가 좋았다. 인도는 “힌디 치니 바이바이(인도와 중국은 형제)”라고 했다.양국 관계에 금이 간 것은 1951년 티베트를 병합한 중국과 인도의 국경이 맞닿게 되면서다. 급기야 1962년 10월 히말라야산맥 국경지대에서 중·인 전쟁이 벌어졌다. 이후 적대적 긴장감이 흘렀던 두 나라는 1990년대 인도가 시장을 개방하면서 주요 교역 상대국이 됐다. 세계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두 나라의 합성어인 ‘친디아(Chindia)’가 세계 경제를 주도할 것이란 말도 나왔다. 하지만 국경은 여전히 화약고였다. 2020년 갈완 계곡에서 군대가 충돌해 인도군 20명, 중국군 4명이 ...

    2025.09.01 18:43

  • [여적] 교육의 사법화
    [여적] 교육의 사법화

    내년 3월부터 초중고 학생들은 수업 중 스마트폰을 쓸 수 없다. 지금도 상당수 학교가 교육부 고시를 근거로 시행 중이지만, 아예 국회가 ‘법’으로 대못을 박았다. 이제 소위 ‘몰폰’(몰래 스마트폰 하기)이나, 스마트폰 수거에 대한 ‘인권 침해’라는 학생들의 저항은 가능하지 않게 됐다. 그만큼 교실을 파고든 스마트폰 중독의 폐해와 학습권·교권 침해를 엄중하게 본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를 법으로까지 할 일인가 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학교에서의 스마트폰 사용 제한은 그간 첨예하게 입장이 부딪치는 논쟁 대상이었다. 지난 10년간 국가인권위원회에는 학교 측의 휴대폰 수거가 ‘인권 침해’라는 진정이 300여건이나 접수됐다. 줄곧 ‘인권 침해’ 의견을 내던 인권위는 지난해 10월 돌연 입장을 바꿨다.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 입법이 시작된 계기다.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 규제는 실상 전 세계가 골머리를 앓는 문제다. ‘숏폼’ ‘SNS’의 부정적 현상들이 갈수록 심각한 ...

    2025.08.31 1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