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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발 ‘입시 혼란’
사전에 문제가 유출된 연세대 수시 자연계 논술전형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이 가래로도 막지 못할 대혼란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연세대는 수험생들이 연세대를 상대로 낸 논술전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지난 15일 인용되자 이에 불복하고 이의신청을 했지만, 20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그러나 연세대는 여전히 2심에 항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시 합격자 발표일이 3주 앞이고 연세대는 버티기에 들어갔으니, 애타는 수험생들만 본안소송 결과를 기다리며 허송세월할 판이다.연세대 수시 자연계 논술시험이 치러진 날은 지난 10월12일이었다. 연세대가 법적 공방으로 시간을 끌지 않고 시험문제 사전 유출 사실을 알아챈 즉시 바로 재시험을 치렀다면, 입시 일정에 대혼선이 빚어질 우려는 애초에 없었다.연세대 측은 지난 19일 열린 이의신청 심문에서 재시험이 불가한 이유에 대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를 들었다. 재시험을 치를 경우 1차 시험에서 이미 합격선 안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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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상 1위’ 대한민국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대표작 ‘절규’는 핏빛 노을을 배경으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인물을 담고 있다. 비명소리가 귓가를 울리는 듯 착각이 들 만큼 생생하다. “해 질 녘이었고 나는 약간의 우울함을 느꼈다. 나는 멈춰 서서 자연을 관통하는 그치지 않는 커다란 비명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뭉크가 붙인 제목은 ‘자연의 절규’였다. 1893년 작품임을 생각하면 그는 인류의 미래를 예견이라도 한 것일까. 역대급 폭염·홍수가 되풀이되고 식량·식수난에 ‘기후플레이션’까지 삶을 옥죄는 현재를 살아내는 인류는 뭉크의 이 ‘절규’가 실감날 것이다.한국이 이태 연속 ‘기후악당 국가’로 국제적 인증을 받았다. 지난 18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지난해 3위에 오른 ‘오늘의 화석상’ 1위를 수상했다. 화석상은 전세계 기후환경운동단체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CAN)가 1999년부터 기후협상 진전을 막는 나라 1~3위를 선정해 수여해왔다.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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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가사관리사 ‘호칭’
성인 남성을 부를 호칭이 마땅치 않을 때 흔히 쓰는 말은 ‘사장님’이나 ‘선생님’이다. 여성들은 대충 ‘사모님’ ‘여사님’으로 퉁치기 마련이다. 이 호칭은 여성 직원이 많은 식당에선 ‘이모’가 된다. ‘여기요’ ‘아줌마’라고 부르면 정 없고 무례하게 들릴까봐 이렇게 부른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이런 호칭이 ‘언니’ ‘이모’ 등으로 부르는 것보다는 우리말 예절에 부합한다.당사자들이 싫다는데도 이모는 아줌마를 대용하는 사회적 용어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집안에서 가사·육아일을 하는 여성 노동자를 ‘이모님’으로 부른 지는 제법 됐다. 부모 입장에선 내 아이를 진짜 이모처럼 돌봐달라는 생각도 깔렸을 테다. 알다시피 이모님은 직업을 나타내는 명칭이 아니다. 존중을 담은 마법의 단어 같지만, 성역할 고정관념과 가사노동에 대한 낮은 인식이 반영돼 있다. 이런 문제의식이 꾸준히 제기되자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 가사노동자를 ‘가사관리사’로 부르자고 제안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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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출산
결혼과 출산, 늘 붙어 다니던 두 단어 사이의 연결고리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커플이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반대로 출산을 해도 그것이 당연히 결혼했음을 의미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17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9세 청년 중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낳을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42.8%에 달했다. 2014년 30.3%가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과 비교하면 10년 새 12.5%포인트나 증가했다. 이런 생각의 변화를 반영하듯 실제 비혼 출산도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태어난 아기 23만명 중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관계에서 태어난 아기가 1만900명으로, 전체의 4.7%를 차지했다. 1981년 비혼 출산의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최대 비중이다.하지만 해외와 비교하면 한국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프랑스는 비혼 출산이 전체의 62.2%, 영국은 49%, 미국은 41.2%에 달한다. 이들 나라도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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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영관급 안보 조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군인 사랑은 유별나다. 그는 1기 때 국가안보보좌관 4명 중 2명을 예비역 장성에서 기용했고, 비서실장도 해병대 4성 장군을 앉혔다. 적어도 초기까지는 짐 매티스 국방장관 등 베테랑 얘기를 경청하는 듯했다. 군 경험이 없는 그로서는 이해할 만한 행동이었다. 트럼프는 베트남전 징집 대상이었지만 학업·장애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입영을 연기하다 결국 면제를 받았다. 자서전과 인터뷰에서 10대 때 다닌, 엄한 규율의 사립중등학교 시절을 마치 군 생활처럼 부풀려 자랑하곤 했다.트럼프가 2기 외교안보 참모진을 발표했다. 이번에도 군인 사랑은 이어졌다. 그런데 1기 때와 달리 장성은 없고 모두 영관급이다.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왈츠는 대령,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는 소령, 국가정보국장 털시 개버드는 중령 출신이다. 군 경험이 있지만 여단 이상 규모를 통솔해본 적 없다. 트럼프는 ‘정치적 올바름’에 우호적 시각을 가진 장성들을 심사해 전역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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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 머스크 리스크
일론 머스크는 2020년 “도지코인이 세계 금융시스템을 정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모두가 변덕스러운 갑부의 시덥잖은 장난이라 여겼다. 그러나 ‘트럼프의 귀환’ 후 그의 말은 더 이상 농담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머스크는 진짜 ‘도지(DOGE)’의 수장이 됐다.‘도지’는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딥 스테이트’라 지칭하는 연방정부 관료들을 대거 해고하기 위해 신설할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의 약자이다. 도지코인에서 따온 다분히 의도적인 명칭이다. 트럼프 당선 후 150%가량 치솟은 도지코인은 ‘도지 파파’로 불리는 머스크가 ‘도지’ 수장으로 임명된 날, 또 한번 폭등했다. 이제 머스크는 한 손에는 돈의 권력을, 다른 한 손에는 세계 최대 패권국인 미국의 정치권력까지 쥐었다.사실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으로 날개를 달기 전부터도 우려의 대상이었다. 단순히 정제되지 않은 발언과 행동 때문이 아니다. 외려, 그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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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러진 ‘코리안 드림’
1994년 ‘인화’는 ‘코리안 드림’을 품고 홀로 한국에 왔다. 한국인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해 미등록 노동자가 됐고, 몽골로 돌아갔지만 남편은 딴살림을 차린 후였다. 인화는 어린 아들만 데리고 한국으로 다시 왔다. 공장에 다니며 아이를 키웠다. 다섯 살이던 아이는 호준(한국 가명) 또는 호이준(몽골 가명)이라고 불렸다.한국에서 미등록 이주민의 아이는 세상에 태어난 것만으로 법을 어긴 존재가 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의거해 고등학교까진 다닐 수 있다. 하지만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로 자란다. 법무부가 2021년 구제대책을 발표했지만, 국내 출생이 아닌 호준은 대상이 아니었다. 이듬해 영유아기에 입국해 6년 이상 살아온 미등록 아동에게도 체류자격을 허용했지만, 호준은 재입국 기회를 얻기 위해 몽골로 자진출국한 뒤였다.한국 사회는 그에게 끊임없이 ‘자격’을 물었다. 2022년 단기비자로 돌아온 뒤에도 두 이름으로 살아야 했던 32세 청년이 지난 8일 산재로 목숨을 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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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골프 외교
미국 역대 대통령은 대부분 골프를 즐겼다. 그중에서도 우드로 윌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은 ‘백악관에 없으면 골프장에 있다’는 말이 나온 대통령이었다. 외국 정상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골프가 빠지지 않았다. 상대국 정상에게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세계 최강국 대통령과의 긴 시간을 독점할 수 있는 기회였다. 2014년 1월 당시 존 키 뉴질랜드 총리는 하와이에서 오바마와 골프 회동을 했는데, 후일 “5시간 동안 많은 대화를 나눴다. 골프 한 게임을 한 것이 양자회담을 10년 한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2016년 11월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고 9일 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뉴욕 트럼프타워를 찾아가 1000만원이 넘는 일본제 혼마 골프 드라이버를 전달했다. ‘골프광’ 트럼프에게는 ‘취향 저격’ 선물인 셈이다. 두 사람은 이듬해 2월 첫 미·일 정상회담 후 전용기를 함께 타고 플로리다로 가서 5차례나 골프 라운딩을 하며 ‘브로맨스’를 과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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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 끝나는 교제폭력
“그렇게 입지 마” “○○ 만나지 마” 교제폭력의 시작은 ‘강압적 통제’라고 한다. 2007년 에번 스타크 미국 럿거스대학 교수가 처음 사용한 ‘강압적 통제’는 “상대방 일상에 대한 간섭과 규제, 비난하기, 가족·지인 등에게서 고립시키는 등의 가해 행위”를 전반적으로 일컫는다.처음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통제 욕구는 살인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대부분 “헤어지자”는 말이 살인의 방아쇠가 됐다. 다른 이유도 많다. 가해자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행복하게 지내는 것 같아서” “잠자는데 불을 켜서” “텔레비전 전원을 끄지 않아서” “휴대전화 잠금을 풀어주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피해자들을 죽였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기준으로 집계한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 살해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138명이다. 살인이 미수에 그쳐 목숨을 건진 여성은 최소 311명에 이른다. 보도되지 않은 사건까지 추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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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틀린 ‘트럼프 여론조사’
미 대선이 ‘유례없는 초박빙’이라더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완승으로 끝났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트럼프 지지율을 과소평가한 것은 연속 세 번째다. 2016년에는 85~99% 확률로 힐러리 클린턴 승리를 점쳤지만,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탄생이었다. ‘샤이 트럼프’로 불리는 백인 노동계층 유권자들을 간과한 탓이었다. 2020년에는 트럼프가 조 바이든에 8%포인트 이상 차이로 완패하리라 예상했지만 실제 표차는 이보다 훨씬 적었다.절치부심한 전문가들은 세 번째 실수를 피하기 위해 이번 대선에서는 응답자 학력이나 과거 투표 방식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식으로 트럼프 지지율이 더 잘 반영되도록 여론조사를 보정했다. 그렇게 나온 결과가 오차범위 내 초박빙이었다. 하지만, 트럼프에 대한 가중치가 너무 높은 것 같다는 노파심 때문이었는지, 선거 당일 카멀라 해리스의 승리 가능성을 더 높이는 쪽으로 앞다퉈 수정했다.여론조사가 실제 여론을 100% 그대로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