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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적]납득 못 할 다큐 감독 유죄
    [여적]납득 못 할 다큐 감독 유죄

    2021년 1월6일 대선 패배에 불복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미 의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이들은 ‘Stop the Steal(도둑질을 멈춰라)’이란 손팻말을 들고 의사당에 난입했다. 지난 1월19일 새벽 내란 수괴 윤석열의 구속에 항의하던 폭도들이 이 구호를 베껴 들고 서부지법에 난입했다. 경찰이 진압할 때까지 3시간 동안 서부지법은 무법천지였다.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 역사적 사건들을 기록해 온 정윤석 다큐멘터리 감독은 이 현장에서 법치가 파괴되는 모습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그의 영상기록은 여러 방송사에서 요긴하게 사용됐다. 그는 지난해 불법계엄 이후엔 시민들의 집회를 기록해 왔고, JTBC 다큐 <내란, 12일간의 기록>에도 그가 촬영한 영상이 사용됐다. 그런 그가 어이없게도 검찰에 의해 폭동 가담자로 몰렸다. 그가 폭도가 아님을 여러 사람들이 증언하고 신원까지 보증했는데도 막무가내였다. 검찰은 2월10일 그를 포함한 63명을 기소했다...

    2025.08.03 18:19

  • [여적]‘면접관’ 전한길
    [여적]‘면접관’ 전한길

    “위로부터의 친위 쿠데타는 제압했는데 아래로부터의 내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씨의 국민의힘 입당 논란을 지켜본 한 원로의 걱정이다.전씨는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에 앞장선 인물이다. 위헌·위법한 내란을 옹호한 전씨의 입당 논란 자체가 국민의힘이 윤석열과 절연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민의힘은 전씨를 앞세워 국회 한복판에서 ‘윤 어게인’을 부르짖으며 제2의 내란을 꿈꾸고 있다. 당 중진 의원들은 전씨 초청 행사를 잇따라 열었고, 전씨는 이 자리에서 “윤석열 절연과 부정선거론 회피가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 원인”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입당 이유를 “국민이 원하는 당대표를 선출하기 위해”라고 했다. ‘윤 어게인 부정선거 음모론자’를, 국민의힘 대표로 선출하기 위해 입당했다는 것이다. 그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은 지도부와 친윤 기득권 세력들이었다. 민주주의·헌정질서를 지켜야 할 공당이라면 극단적·반사회적 주장을 펴온 이런 인물을 끌어...

    2025.07.31 20:18

  • [여적]김건희 ‘목걸이 미스테리’
    [여적]김건희 ‘목걸이 미스테리’

    김건희가 2022년 스페인 방문 당시 착용한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로 세상이 시끄럽다. 구설에 오른 반클리프 아펠은 세계적인 보석 브랜드다. 주문 장부엔 유명 인사들의 이름이 즐비하다고 한다. 가격도 보통 사람들을 “억” 소리 나게 만들 만큼 초고가다. 김씨가 착용한 문제의 목걸이만 해도 6000만원이 족히 넘는다.특검은 이 목걸이를 통일교 측이 건진법사를 통해 김씨에게 건넨 뇌물로 의심하고 있다. 김씨 측은 처음엔 “지인에게 빌린 것”이라고 했다가 수사가 시작되자 모조품, 속칭 ‘짝퉁’이라고 말을 뒤집었다. 지난 25일 특검팀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실물은 모조품이었다. 그런데 뭔가 찜찜하다. 일단 목걸이가 발견된 장소가 김씨 오빠의 장모집인데, 모조품을 사돈집에 보관한 이유부터 의문투성이다. 오빠가 누구인지를 떠올려보면 의심은 더 커진다. 김씨가 충북 구인사를 방문했을 때 입은 5만4000원짜리 치마, 첫 해외 순방길에 나선 김씨의 발찌가 스타트업 제품이라는 정...

    2025.07.30 18:15

  • [여적] 마스가(MASGA)
    [여적] 마스가(MASGA)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 회장이 조선소를 짓는 자금을 구하러 1971년 영국 최대 은행 바클레이스를 찾았다. 기술력도 없는 가난한 나라의 기업에 누가 선뜻 돈을 내놓겠는가. 정 회장은 퇴짜를 맞고 이 은행에 영향력이 있는 선박 컨설턴트 회사의 롱보텀 회장을 수소문해 찾아갔다. 그 역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 회장은 호주머니에서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를 꺼내 보이며 “세계 최초 철갑선을 만든 나라”의 잠재력을 설명했다. ‘거북선 설득’에 그는 추천서를 써줬고 조선소 건설의 물꼬가 트였다.대한민국 산업의 역사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드라마였다. 제철소·조선소 짓고, 자동차와 첨단 반도체를 만들겠다고 할 때마다 “미친 짓” “과대망상증” 같은 조롱을 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산업들이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중국의 기술 굴기에 우리 산업경쟁력은 위협받고 있다. 특히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시작된 ‘관세전쟁’으...

    2025.07.29 18:14

  • [여적]SPC 공장 간 이 대통령
    [여적]SPC 공장 간 이 대통령

    1988년 5공 청문회에서 통일민주당 소속 초선 노무현 의원이 유찬우 풍산금속 회장을 매섭게 질타했다.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는 권부에는 5년 동안 34억5000만원을 가져다 주면서 내 공장에서 내 돈 벌어주려고 일하다가 죽은 노동자에 대해서는 4000만원, 8000만원 가지고 그렇게 싸워야 합니까. 그것이 인도적입니까. 그것이 기업이 할 일입니까.” 분노를 꾹꾹 눌러가며 말하는, 이성과 감성이 한 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 특유의 화법이었다.그런 노 전 대통령에게 영향을 받은 이들 가운데 사법연수원 2년 차이던 이재명 대통령도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이 의원 배지 달기 한 해 전인 1987년, 인권변호사 노무현이 사법연수원에 강연을 왔다. 이 대통령이 속한 노동법학회가 초청한 거였다. 노 변호사는 “변호사는 굶어 죽지 않는다”며 줏대 있게 살 것을 권했다. 노 변호사의 이 말이 진로를 고민하던 이 대통령에게 커다란 자극이 되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그분께 듣는 인...

    2025.07.28 18:10

  • [여적] 헐크 호건
    [여적] 헐크 호건

    프로레슬링은 한때 국민의 심장을 뛰게 한 스포츠였다. 1960년대 국내에 소개된 후 1970년대 흑백TV 시절 공전의 인기를 구가했다. 경기 날이면 동네 아이들은 TV가 있는 집에 모여 김일의 박치기에 환호했고, 천규덕의 당수에 열광했다. 어른들까지 숨 죽이며 피 흘리는 승부를 지켜보던 프로레슬링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온 가족이 즐기는 ‘드라마’였다. 그러나 그 열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프로레슬링은 쇼”라는 한 선수의 폭로성 발언이 터지며 팬들은 배신감을 느꼈고, 프로레슬링은 외면당했다.잊혀지나 싶던 프로레슬링은 1980년대 한 미국인의 등장 후 부활했다. 바로 헐크 호건이었다. ‘쇼’라고 폄하되던 프로레슬링을 가족친화적 엔터테인먼트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이었다. 말굽 모양의 수염과 원색의 의상, 경기복을 찢으며 등장하는 퍼포먼스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고, 전 세계에 프로레슬링 신드롬을 일으켰다. ‘24인치 비단뱀’으로 불린 근육질의 팔뚝으로 날리는 보디슬램은 팬들의 가슴...

    2025.07.27 18:10

  • [여적]56년 만의 미투, “내가 이겼습니다”
    [여적]56년 만의 미투, “내가 이겼습니다”

    1964년 5월6일, 최말자씨는 길을 알려달라며 갑자기 달려든 치한에게 붙잡혀 넘어졌다. 몇번이고 일어나 도망가려 했지만 제압당한 최씨는 그의 혀를 깨물었다. 그것이 깜깜한 밤길에서 18세 소녀가 할 수 있었던 저항의 전부였다. 하지만 피해자인 최씨는 가해자의 성폭력에 맞서다 그의 혀를 절단했다는 이유로 ‘가해자’로 전락했다. 당시 검찰은 피해자의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고 중상해죄로 기소했고, 최씨는 6개월 이상 구치소에 갇힌 채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 반면 가해자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재판부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선고를 내렸다. 최씨는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 가해자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검찰의 억지 횡포는 최씨의 운명을 가혹하게 옭아맸다.최씨는 사건 발생 56년 만인 2020년, 재심을 청구했다. 당시 세계적으로 확산된 미투(Me too) 운동을 보며 피해자로 보호받지 못한 자신의 정당방위에 용기를 낸 것이다. 그 길도 순탄치...

    2025.07.24 18:42

  • [여적] ‘막말 유튜버’ 인사 수장
    [여적] ‘막말 유튜버’ 인사 수장

    인사(人事)는 사람을 다룬다. 사람이 세상을 움직여가기에 인사는 국가 경영의 초석이 된다. 동시에 정치에서 인사는 조선 사대부 당쟁이 인사권을 쥔 이조전랑을 두고 이뤄졌듯 ‘권력’의 포석을 놓는 중차대한 일이다. 인사를 흔히 ‘만사(萬事)’라고 하는 이유다. 그래서 인사는 공평무사·균형·신뢰가 근본이 된다.최동석 신임 인사혁신처장이 과거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독설과 망언들로 세상이 시끄럽다. 지나치게 정치적 진영논리에 침윤된 데다 “인사는 코드 인사”같이 상식과 동떨어진 생각이 우려를 키운다. 편견·선입견에 가득 찬 이가 75만명 공무원 인사를 관장한다면 그 공정성·객관성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최 처장은 지난달 유튜브 영상에서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 배제 7대 원칙’에 대해 “아주 멍청한 기준으로 나라를 말아먹었다”고 비난했다. “XX 같은 짓”이란 욕설도 섞었다. 2020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2025.07.23 18:19

  • [여적]02-800-7070
    [여적]02-800-7070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54분,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발신번호가 ‘02-800-7070’인 전화를 받아 2분48초간 통화했다. 그 직후 이 장관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전화해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의 경찰 이첩과 브리핑을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이 장관은 전날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한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고 언론에 브리핑하겠다는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의 보고를 받고 결재한 터였는데, 하루 만에 돌연 번복한 것이다. 수사 외압의 시작이었다.이 장관이 ‘02-800-7070’ 번호의 전화를 받기 54분 전인 7월31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에선 대통령 윤석열이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석열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역정을 냈다는 말이 나왔다. 이른바 ‘VIP 격노설’이다. ‘02-800-7070’ 번호의 발신자도 윤...

    2025.07.22 18:10

  • [여적] 산청의 눈물
    [여적] 산청의 눈물

    지난 16일부터 쏟아진 극한 호우로 전국이 쑥대밭이 됐다. 산 높고 물 맑은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경남 산청군의 산사태 피해가 유독 컸다.산청은 지난봄 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곳이다. 나무가 불에 타 죽으면서 뿌리가 흙을 잡아두지 못해 지반이 약해졌다. 산불 피해 지역은 일반 산림 지역보다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최대 200배 높다고 한다. 그런 땅에 5일 새 793.5㎜의 비가 퍼부었다. 지난해 산청에 내린 전체 강수량 1513㎜의 절반을 넘는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렇게 애타게 기다릴 땐 비 한 방울 없었다. 산청은 지난 3월 극심한 봄 가뭄과 돌풍에 장장 213시간 동안 산불이 이어져 진화대원·인솔 공무원 등 4명이 숨지고 수백억원의 재산 피해를 보았다.인재도 겹쳤다. 웬일인지 산청군엔 산사태 위기경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인력 부족으로 미리 모든 산림을 점검하지도 못했다. 사망자가 발생한 곳은 산사태 취약지역도, 안전점검 대상도 ...

    2025.07.21 1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