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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적] 쓰레기 오비추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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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 오비추어리

    “오호통재라, 아깝고 불쌍하다. 너를 얻어 손 가운데 지닌 지 우금 이십칠 년이라. 어이 인정이 그렇지 아니하리요.” 1832년 ‘유씨 부인’이 쓴 ‘조침문(弔針文)’의 일부이다. 오랫동안 쓴 바늘이 부러지자 안타까움을 담은 글이다. 바늘 하나를 이렇게 아꼈을진대 그 바늘로 고쳐입은 옷들은 어땠을지 짐작해볼 수 있다.경향신문이 창간 78주년을 맞아 ‘쓰레기 오비추어리’ 기획 기사를 연재했다. 우리가 옷을 얼마나 많이 사고 버리는지 주목해 대량 생산·소비 시대를 성찰한 보도이다. 누구나 짐작은 했지만 미처 몰랐던 사실들을 현장 르포와 수치로 드러냈다. 해외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한 초저가 물품 구매가 쉬워지면서 더 빨라진 의류 생산·소비·폐기 속도는 물자 이동 규모를 키우고 탄소 배출을 늘린다. 일단 많이 산 뒤 단기간에 쓰레기로 내놓는 소비 양태가 많아졌다. 일부 옷들은 가격표가 붙은 채 버려진다. 기업들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재고를...
  •  [여적] ‘완전한 승리’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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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한 승리’의 덫

    하마스 수장인 야히야 신와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늘은 전 세계에 좋은 날”이라고 밝혔다. 가자지구 주민인 모하메드도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모하메드의 의견이 일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휴전에 대한 기대감이었다.신와르는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인 1200여명을 학살하고 수백명을 인질로 끌고 간 하마스의 ‘알아크사 홍수’ 작전 설계자다. 이스라엘 사살 목표 1순위였던 그의 죽음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낼 명분이 될 것이라고, 전 세계가 기대했다.희망은 빠르게 식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신와르의 죽음을 알리는 연설에서 “우리의 과제는 끝나지 않았다”면서 “이것은 끝을 향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즐겨 쓰는 용어인 ‘완전한 승리’를 위해 여기서 멈추지 않겠다는 뜻이다. 실제 이스라엘군은 신와르의 죽음 후 가자지구와 레바논을 향한 공격 강도를 높이고 있다.네타냐후는 그가 강조하는...
  •  [여적] 진보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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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 교육감

    교육감과 교육부 장관은 선출직과 임명직이라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장관은 당장 내일이라도 대통령이 경질할 수 있지만, 교육감은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다. 직급은 장관이 높아도 권한과 역할은 교육감이 결코 밀리지 않는다. 교육 백년대계 얼개를 짜는 일은 장관 몫이지만, 학생과 학부모 피부에 닿는 정책은 교육감이 대부분 입안하고 집행한다.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정근식 후보가 당선돼 17일 공식 취임했다. 정 신임 교육감은 50.24% 지지를 얻어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조희연 전 교육감 득표율(38.10%)을 앞질렀다. 정 교육감 취임으로 2014년 이후 4번 연속 진보 교육감이 수도 서울의 초·중등 교육을 이끌게 됐다.정 교육감은 윤석열 대통령이나 이주호 교육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과는 정치 성향과 교육 철학이 다르다. 정 교육감은 무상급식·혁신학교·학생인권조례 등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으로부터 시작된 진보 교육의 핵심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했다. 현 정권...
  •  [여적] 한강 책 100만부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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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책 100만부 돌파

    54세 한강 작가가 올해 노벨 문학상을 거머쥐리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한때 고은 시인 집 앞에서 수상자 발표날마다 취재진이 북새통을 이뤘던 걸 떠올리면, 머쓱하기도 하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야 했던 나영이 이민 가는 이유로 “한국에서는 노벨상을 못 타잖아”라고 했던가. 그 아픔을 일거에 씻어준 게 한 작가의 엄청난 수상 소식이었다. 노벨 문학상을 받지 못한 나라라는 콤플렉스에 시달려왔던 우리의 오랜 숙원이 풀린 셈이다.책방에선 한 작가의 책이 동났다. 출판사들은 밤새워 책을 찍어내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노벨상 수상 발표 후 엿새 만에 주요 작품이 100만부 넘게 팔려나갔다고 한다. 소셜미디어에서는 20~30대를 중심으로 독서하는 모습을 멋있게 여기는 ‘텍스트 힙’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한 작가가 책방지기인 독립서점도 관심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작은 책방이 그렇듯 이곳도 적자를 면치 못한다. 그럼에도 운영하는 이유에 대...
  •  [여적]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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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국가 간 부의 차이를 연구해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다론 아제모을루·사이먼 존슨 교수, 시카고대 제임스 로빈슨 교수 3인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국가 번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정치·경제 등 제도의 중요성을 입증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고전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자유무역을 번영의 열쇠로 설명했다면, 이들은 제도가 부를 창출한다고 본다.아제모을루와 로빈슨 두 교수는 국내에선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책의 결론은 간명하다. 국가의 성패는 모두를 끌어안는 ‘포용적 정치·경제 제도’를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포용적 제도’란 사유재산 보장과 법치주의, 민주주의, 공정한 장을 제공함을 말한다. 반대로 국가 실패의 뿌리에는 지배계층만을 위한 ‘착취적 제도’가 있다고 했다.이 책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인생 책’으로 꼽기도 했다. 당시 “분배가 공정하지 않은 사회는 지...
  •  [여적]‘전쟁인데 무슨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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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인데 무슨 잔치?’

    2017년 10월5일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군사 행동 가능성을 시사하는 ‘폭풍 전의 고요’를 언급했다. 그해 초부터 예열된 한반도 전쟁 위기가 최고조로 치달았다. 사흘 뒤 뉴욕타임스에 소설가 한강의 기고문이 실렸다. 한강은 ‘미국이 전쟁을 이야기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는 제목의 글에서 “갈수록 악화되는 말의 전쟁이 실제 전쟁이 될까 두렵다”고 했다. 그는 “누구도 한반도에서 또 다른 대리전이 일어나는 것을 절대 원치 않는다”며 “승리로 귀결되는 어떠한 전쟁 시나리오도 없다”고 했다.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메시지는 미국 내에서 반향을 일으켰다.한강은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담은 소설 <소년이 온다>를 준비하면서 2차 세계대전, 스페인 내전, 보스니아 내전, 아메리칸 인디언 학살 등을 조사했다고 한다. 한강은 “국적·인종·종교·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인간 이하’로 여길 때 참극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지...
  •  [여적]‘정의로운 전환’과 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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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로운 전환’과 실업

    영국의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인 잉글랜드 노팅엄셔의 랫클리프온소어 발전소가 지난달 30일 문을 닫았다. 1882년 세계 최초로 석탄발전소를 건설한 영국에서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먼저 석탄 발전을 포기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2036년까지 전국의 석탄화력발전소 58기 가운데 28기를 단계적으로 폐쇄키로 했다. 내년 충남 태안 1·2호기를 시작으로 석탄발전소가 줄지어 폐쇄된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발전소 노동자들이다. 지역경제 타격도 불가피하다.이를 막자는 것이 ‘정의로운 전환’ 정책이다. 기후위기를 막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지역을 지원하고, 일자리를 잃는 이들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모두에게 ‘정의로운’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미국 노동운동가 토니 마조치가 고안했다. 그는 1970~1980년대 독성물질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으려는 정부 정책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을 위한 ‘슈퍼기금’을 제안했다. 이 개념이 확대돼 2015년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
  •  [여적] 노벨상 휩쓴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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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상 휩쓴 AI

    구글이 인수한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2016년 대결은 인류에게 큰 충격을 던졌다. 가로·세로 19줄에서 나오는 경우의 수가 10의 170제곱에 달해 아무리 첨단 컴퓨터라도 매수 최적의 수를 찾는 건 시기상조라고 봤었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의 3연패 뒤 4국에서 거둔 1승은 인류가 AI에게 거둔 첫 승이자 유일한 승리가 됐다. 국내외 언론은 “인류의 존엄을 되찾았다”고 흥분했고, 승착이 된 78번째 수는 ‘신의 한 수’로 불렸다.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교수와 ‘알파고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가 이름을 올렸다. 허사비스 CEO는 공동수상자인 존 점퍼 딥마인드 디렉터와 함께 ‘알파폴드2’라는 AI를 통해 2억개 이상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방법을 찾았다. 베이커 교수도 AI로 단백질 구조를 설계했다. 이들 공로로 50년 묵은 과학적 난제를 풀고 신약 개발의 새 지평을 연 것이다...
  •  [여적] 윤극영 ‘반달’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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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극영 ‘반달’ 100년

    백기완 선생(1933~2021)이 2010년 어느 날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규탄하는 서울시청 대한문 앞 집회에서 피끓는 목소리로 발언한 뒤 노래를 한 곡 불렀다. 동요 ‘반달’이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으로 시작한 노래를 사람들이 따라 불렀다. 하지만 노래의 2절까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백 선생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라고 노래를 맺은 뒤의 여운을 잊을 수 없다.‘반달’은 동요작가 윤극영 선생(1903~1988)이 1926년 내놓은 동요집 <반달>에 수록된 표제곡이다. 윤 선생은 이 동요집에서 ‘반달’을 1924년 10월12일 완성했다고 밝혔다. 곧 ‘반달’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된다. 지난 세기 동안 이 땅에서 이 동요만큼 많이 불린 노래가 있을까. 어린이들이 고무줄놀이, 세세세 놀이를 할 때 단골 노래였다.이 노래가 탄생했을 당시는 일제가 학교에서 우리말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하던 때였다. 하지만 일제도 이 노래가 퍼져나가는 걸 ...
  •  [여적] 학생들의 ‘휴대폰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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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의 ‘휴대폰 인권’

    대법원은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사건, 사회적 이해 충돌과 갈등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하는 사건 등의 경우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재판하지 않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한다. 전원합의체 판결이 국민 삶에 미칠 영향이 큰 만큼 대법원은 미리 사건 쟁점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관련 당사자들의 입장을 들어보는 공개변론을 생중계로 진행한다. 판결의 설득력과 정당성은 대법관에 의해 하달되는 것이 아니라, 투명하게 공개된 정보를 근거로 진행되는 논의 과정 자체에서 나오기 때문이다.대법원에 전원합의체가 있다면 국가인권위원회에는 전원위원회가 있다. 두 기관의 성격은 다르지만, 인권위 결정이 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근본 가치 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은 다르지 않다. 그런데 지난 7일 인권위 전원위원회가 지난 10년 동안 일관되게 내려온 판단을 하루아침에 뒤집고, ‘교내 휴대전화 일괄 수거를 명시한 학칙은 인권침해가 아니다’라는 결정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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