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경향신문

오피니언

사설

  • “헌법 존중이 국가 존립 전제” 문형배·이미선 퇴임사, 한덕수 새겨야
    “헌법 존중이 국가 존립 전제” 문형배·이미선 퇴임사, 한덕수 새겨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14일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두 사람 재임 말기는 12·3 내란으로 헌정질서가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유린당한 국난의 시기였다. 윤석열 파면 결정,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이완규·함성훈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효력 정지 결정을 끝으로 법복을 벗은 이들의 소회 또한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산불 피해 과소 추계’, 진화는 물론 피해대응에도 문제 드러낸 산림청
    ‘산불 피해 과소 추계’, 진화는 물론 피해대응에도 문제 드러낸 산림청

    지난달 경북 5개 시군을 휩쓴 산불의 실제 피해 면적이 산림청이 당초 추산한 수치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산림청은 경북 산불 피해 면적을 중간 집계한 결과 피해면적이 9만928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산불 진화 이후 ‘산불 영향구역’이 4만8000여㏊라고 해왔는데, 차이가 크다. 산불 초동 대응 단계부터 산림청의 피해 예측이 허술했던 것은 아닌지 점검이 불가피하다.

  • 찌그러진 ‘빅텐트·차출론’, 수권정당 길 잃은 국민의힘
    찌그러진 ‘빅텐트·차출론’, 수권정당 길 잃은 국민의힘

    국민의힘의 6·3 조기 대선 후보 경선은 이 당이 정권 창출을 목표로 하는 대의민주주의 정당이 맞는지 의심케 한다. 비상계엄 망동으로 파면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을 청산하기는커녕 다수 후보들이 ‘윤심’에 목매더니, 당 국회의원 절반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업둥이’로 들이자며 자당 후보들을 망신줬다. 그 통에 중도 확장력을 주목받던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은 경선 대열에서 이탈했다. 국민의힘이 17일 대선준비위원회를 꾸리면서 다짐한 “만전지계(萬全之計·안전하고 완전한 계책)”가 당 주자들을 쭉정이로 만드는 것이었는지 실소가 나온다.

여적

[여적] 홍준표·권성동의 ‘입틀막’
홍준표·권성동의 ‘입틀막’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이 경구는 ‘시민의 알권리’와 ‘권력 감시’를 위한 언론 자유가 민주주의의 핵심임을 일깨운다. 그래서 권력자가 언론을 대하는 태도는 민주주의를 대하는 태도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 퇴행도 언론 자유 위축으로 드러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입틀막’이 민주주의 억압의 총체였고, 그 결과가 12·3 내란이었다.윤석열은 비판 언론과 취재를 노골적으로 위협했다. ‘바이든-날리면’ 발언 논란 후 이를 처음 보도한 MBC를 대통령 전용기에 못 타게 했다. “MBC는 잘 들어”라며, 황장무 전 대통령실 수석은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했고, CBS 기자는 윤석열의 주말 골프 현장을 취재하다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입건됐다. 비상계엄 땐 경향신문·한겨레·MBC·JTBC의 단전·단수 지시도 소방청에 내려졌다.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앞세운 공영방송 ...

칼럼

경향신문 주요 필진

최신 기명 칼럼

2025.04.20
  • [문화와 삶]오직 오늘의 딸기
    [문화와 삶]오직 오늘의 딸기

    나는 밥 먹을 준비를 할 때만 집을 나선다. 상추며 깻잎이며 대파며 양파며 당근이며 오이며 하는 것들을 서리해 오기 위해서다. 마을을 설렁설렁 한 바퀴 돌면 어느새 양손이 가득하다. 씨를 뿌리지도, 물을 주지도, 잡초 한 번을 매지도 않은 수확물을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텃밭을 돌보고 있던 이웃이 나를 보고 말한다. “채소를 직접 가져다 먹는 거야? 기특해라.” 그렇다. 나는 이 마을의 유명한 서리꾼이다.엄마는 환갑이 넘어 친구들과 함께 산골 마을로 단체 귀촌했다. 목장으로 쓰이던 허허벌판을 단체로 매입해 하나둘 집을 지어 지도에 없던 마을을 만들었다. 마을의 이름과 규칙을 짓고, 건강 교실을 만들고, 공동 텃밭도 가꾼다. 나는 이 마을에서 제일 게으르다. 내가 잠든 동안 마을에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동이 틀 즈음 다 같이 밭을 매고, 시기에 따라 꽃과 모종과 나무를 심고, 해가 질 때쯤 흙이 축축해지도록 물을 준다. 그 모든 궂은일에 나를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

    2025.04.09 21:32

  • [정동칼럼]증세 대선 후보를 원한다
    [정동칼럼]증세 대선 후보를 원한다

    6월이면 새 정부가 들어선다. 새 정부는 단지 계엄 이전 복귀를 의미하지 않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탄핵한 직접적 근거는 계엄 선포에 의한 헌법 유린이지만, 그 이면에는 지난 3년간 국가운영을 망친 실정이 자리 잡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대통령 탄핵을 외친 시민들이 사회대개혁을 함께 요구했던 이유이다.사회대개혁의 여러 분야 중에서 시민들이 가장 절실히 바라는 건 민생일 것이다. 사회 첫발부터 불안정 노동에 직면한 청년, 극한 경쟁에 내몰린 자영업자, 전월세에 허리가 휘는 주거 서민, 돈도 없고 돌봄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빈곤 노인, 그리고 노년 부양 부담이 훨씬 클 미래 아이까지, 새 정부가 챙겨야 할 민생들이 모두 만만하지 않다.새 정부는 민생 정책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희망을 가지기 어렵다. 새 대통령이 민생에 앞장서겠다고 말하겠지만, 나라 곳간이 사실상 비어 있기 때문이다. 그제 발표된 국가결산에 의하면, 작년 중앙정부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05...

    2025.04.09 21:32

  • [임의진의 시골편지]고양이 나라
    [임의진의 시골편지]고양이 나라

    재작년인가 ‘이매진도서관’ 식구들이 시사만화가 박순찬 화백을 한번 뵙고 싶다고 요청. 이전에 사석에서 인연도 있어 강연회에 모셨다. 고양이 캐릭터 ‘냥도리’가 등장하는 만화를 화면 가득 보면서 정치 풍자의 해학을 즐겼다. 강연 후엔 백지에 냥도리 사인도 나눔했지. 나도 한 장 받았는데 어디 뒀더라? 자취 집 데이트 신청이 과거엔 “라면 먹고 갈래?”였는데 요샌 “고양이 보고 갈래?”로 바뀌었단다. 애묘인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고양이가 대세다.지난주 헌재 재판정 풍경을 생중계로 구경하면서 ‘은하철도 999’의 원작자 미야자와 겐지의 우화소설 <고양이 사무소-어느 작은 관공서에 관한 환상>을 떠올렸다. 내 묘한 기억력은 가끔 소설이나 영화의 장면이 현실과 뒤죽박죽. 소설은 고양이 나라의 역사와 지리를 관장하는 관공서 얘기다. 글씨를 잘 쓰고 시를 잘 읽는 고양이들을 뽑아 일을 맡긴다. 사무장은 약간 노망이 들긴 했으나 실로 멋진 눈을 가진 검은 고양이. 그리고 ...

    2025.04.09 21:30

  • [경향의 눈]내란으로 무너진 일상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경향의 눈]내란으로 무너진 일상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로버트 브라우닝의 ‘피파의 노래’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세상의 아름다움과 평안함, 충일감을 찬미한 시다. 소설 <빨강머리 앤>의 주인공 앤 셜리가 은사에게 보낸 편지 말미에 일부를 인용해 친숙하다. “시절은 봄/ 봄날 아침/ 아침 일곱 시.// 언덕 중턱엔 이슬방울 진주 되어 맺히고/ 종달새는 높이 날고/ 달팽이는 가시나무 위를 기네.// 하느님은 하늘에 계시고/ 세상은 평안하도다.” 사물이 있어야 할 때, 있어야 할 장소에 존재하는 평범한 상태가 실은 우주의 섭리가 드러나는 비범한 상태임을 이 시는 보여준다. ‘언덕에 맺힌 이슬방울’ ‘높이 나는 종달새’ ‘가시나무 위를 기는 달팽이’와 같은 일상적인 일을 우주적인 사건으로 고양하는 건 마음의 움직임이다. 그건 평소 당연한 일로 여기고 무심히 지나친 일상적인 것의 의미를 새삼 곱씹게 하는 어떤 특별한 경험의 소산이기 쉽다.‘시인과 촌장’의 ‘풍경’은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

    2025.04.09 21:30

  • [겨를]내 나이 묻지 마세요
    [겨를]내 나이 묻지 마세요

    “왜들 그리 남의 나이를 궁금해하나 모르겠어.” 어머니께서 잔뜩 기분이 상해서 하시는 말씀이다. 이제 90대 중반을 지나 100세를 향해 가는 어머니는 어디를 가도 최고령자이고, 가는 곳마다 당신의 나이가 화제가 되는 것이 못마땅하다.조금만 친해지면 형님, 동생이고 처음 보는 이에게도 이모, 삼촌, 어머님, 아버님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지만 정작 나이 확인은 복잡하다. 음력, 양력 생일이 다르다. 누구는 ‘빠른 ○○년’이라 하고 또 누구는 호적이 잘못됐다고 한다.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입학 시기를 정하고 만 나이 기준을 법으로 도입했지만, 나이에 따른 서열문화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는다.적지 않은 관계에서 나이는 권력이다. 하지만 정작 초고령에 접어들면 나이 권력은 상실된다. 90대 초반의 어머니 친구는 동네 친구를 새로 사귀었다. 그런데 자신의 나이가 많은 걸 알면 친구가 싫어할 것 같아 88세로 나이를 속였다고 한다. 나부터도 나이 많은 사람을 대하기가 어렵고...

    2025.04.09 21:30

  • [황경상의 하이퍼 파라미터]사람 옆에 사람이 있다는 것
    [황경상의 하이퍼 파라미터]사람 옆에 사람이 있다는 것

    “우리나라가 간첩, 빨갱이 천국이 되겠구나.”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던 개표 결과가 김대중 대통령 당선으로 기울자, 새벽녘까지 지켜보던 나는 덜컥 겁이 났다. 고등학교 1학년 때였고, 내 고향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았다. 이렇다 할 현대사나 정치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던 데다 나고 자란 곳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나는, 그 이상의 생각을 하지 못했다.다음날 아침 무거운 마음으로 등교했다. 평소 좋아한 과학 선생님이 분위기를 살피더니 말했다. “호남에서도 대통령이 나와야지.” 딱히 설득이나 강변도 없었다. 그저 별일 아니라는 투였다. 머리가 쨍하고 울렸다. 말보다 그 태도가 내겐 충격이었다. 체 게바라 얼굴이 커다랗게 박힌 시사주간지를 들고 다니던 그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굳이 선생님께 ‘그 사람이 대체 누구냐’고 물어보고 주간지를 사보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사뭇 다른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우리 자신은 수많은 사람을 통해 만들어진다. 개인의 정체성은 사회적 산물...

    2025.04.09 21:29

  • [예술과 오늘]하지 말 일을 ‘하지 않는’ 것
    [예술과 오늘]하지 말 일을 ‘하지 않는’ 것

    스스로를 ‘보통 사람’으로 칭하며 “나 이 사람 믿어주세요”라는 말을 달고 산 대통령이 있었다. 5년 동안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 도통 기억이 없지만, 보통 사람 입장에서 확실한 것은, 그가 ‘보통 사람’이라고 ‘믿을’ 만한 어떠한 일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보통 사람은 침대 밑이나 책갈피 사이에 몇만원 정도 숨겨놓지, 그토록 큰 비자금을 만들 수 없다. 또 하나, 보통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은 ‘누가 보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그는 보통 사람 기준에 한참 미달이다. 욕망을 향해 달렸을 뿐 삶의 지향, 즉 기본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제네바 출신 명문 귀족인 과학자가 있었다. ‘생명의 발생과 원인’을 탐구하던 그는, 끝내 “세상이 창조된 이후 가장 현명하다는 사람들이 바라고 연구하던” 비밀 하나를 발견한다. 바로 무생물에 생명을 입히는 일이었다. 우주의 신비를 풀어낸 과학자는 시체 조각들을 덧대어 “어두운 세상에 폭포처럼 빛이 쏟...

    2025.04.09 21:29

  • [오건영의 경제읽기]더욱 강해진 트럼프 관세
    [오건영의 경제읽기]더욱 강해진 트럼프 관세

    지난 2일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과 교역 관계에 있는 185개국을 대상으로 보편 및 상호 관세 적용을 발표했다. 이에 냉전 시대 이후 전 세계 경제의 성장을 추동하던 자유무역이 쇠퇴하고 보호무역과 블록화 경제로 이행될 것이라는 수사까지 나오며 글로벌 금융시장은 상당한 변동성을 보였다. 아직 경제 지표는 양호하게 발표되고 있지만 소비 심리 및 인플레이션 기대를 나타내는 지표들은 빠르게 악화하는 등 관세 충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1기 트럼프 행정부 당시 미·중 무역전쟁과 같은 관세의 충격에도 강한 성장세를 이어왔던 세계 경제가 왜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는 이렇게 크게 흔들리는 것일까?우선 1기 트럼프 행정부 때와는 관세 정책 집행의 규모, 속도, 방식 등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1기 당시에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대변될 정도로 미국은 중국을 대상으로 한 관세에 집중했고, 다른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전방위적 관세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1...

    2025.04.09 21:29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공감의 뇌과학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공감의 뇌과학

    “살민 살아진다.”근래 인기를 끈 드라마에서 많은 사람을 울린 대사다. 사고로 순식간에 자식을 잃고 절망에 빠진 아직은 어린 부모에게, 나이 든 이들이 한 말이다. 하지만 지금 무거운 슬픔에 짓눌린 부부에게 이 말이 제대로 들릴 리 없다. 어떻게 이 슬픔을 안고 살아갈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일까. 그렇게 영혼이 빠진 듯 숨만 쉬던 중 부부의 눈에 문득 무언가가 들어온다. 따듯한 밥상, 먼지 없는 마루, 채워진 쌀독, 남겨진 다른 자식들의 말갛게 씻긴 얼굴 같은. 그건 그들이 그 기간을 살아낼 수 있도록 돌봐준 사람들의 흔적이었다. 그들은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다르게 공감해준 것뿐이었다.인간은 공감할 수 있는 존재다. 심지어 뇌과학자들은 인간은 ‘공감하는 뇌’를 타고난 존재라고까지 말한다. 신경학자 에밀리 캐스파도 그렇다고 여겼다. 하지만 르완다 내전의 전범들과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가해자들을 인터뷰하며, 그는 끔찍한 모순을 느낀다. 어떻게 ...

    2025.04.09 21:24

  • [기고]대학로에 가면 장애예술인이 있다
    [기고]대학로에 가면 장애예술인이 있다

    어른들은 청년들을 향해 ‘너 요즘 뭐 하니?’라고 묻는다. 청년이 ‘시를 쓰고 있어요’라고 답하면 어른들은 속으로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시라는 것이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나의 청소년기에 어른들은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라고 고민거리라는 듯 혼잣말을 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전제로 나의 미래를 걱정해주었다.그래서 나는 항상 장애인들이 뭔가를 할 수 있고 실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세상에 말하고 싶었다. 방송작가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는 장애인들이 하고 있는 일 가운데 예술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에 드러내고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장애인, 즉 장애예술인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데 앞장섰다.1990년대 민주화 열기 속에서 장애인의 권리 찾기가 가속화되며 장애인 복지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고, 1988년 서울 올림픽 그리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동반 개최된 장애인올림픽 덕분에 장애인체육은 집중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유독 예술을 하는 장애인은 ...

    2025.04.09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