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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의 민주주의 시간
진보 없는 민주주의
거대 양당의 독과점 정치는 견디기 힘들다. 한쪽은 반국가로부터 국가를, 다른 쪽은 반민주로부터 민주를 지키자 한다. 사실 윤석열을 지키고, 이재명을 지키자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 양당제라고 하는데, 진보도 보수도 아닌 것 같다. 그들을 위해 세상이 있는 듯 행동하는데 진보니 보수니 하는 말에 의미가 실릴 리 없다.지금처럼 제3당의 독립적 기반이 약해진 때가 또 있었나 싶다. 4000여명의 지방의원 가운데 양당 소속이 98%나 되는데 자치나 분권, 다원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 공허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당이 너무 많이 가져서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 마치 한 나라 안에 두 국가가 대립하는 것처럼 혐오와 적대로 양분된 사회를 만들었다는 게 문제다.같은 사람이 한쪽 편에서는 혐오의 대상이 되고 다른 편에서는 열광의 대상이 된다. 혐오가 곧 정체성이 된, 이상한 정당 정치다. 내란, 내전, 폭동도 이제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8년 전 탄핵 때와 달리 이번에는 사태가... -
한입 우리말
칠칠맞은 ‘칠 가이’
처음 집에 온 날, 청바지 차림은 아니지만 예쁜 갈색 강아지였다. 첫 미용을 한 날 흰 강아지가 되었다. 그사이 털갈이를 한 모양이다. 그로부터 19년이 흘렀다. 여전히 ‘그’는 건강하게 내 곁을 지키고 있다. 그의 이름은 똘이. 식사 자리에서 우연히 강아지 캐릭터 ‘칠 가이(chil guy)’ 이야기를 들었다. 갈색 곰돌이 옷을 입고 있는 똘이와 칠 가이가 겹치며 슬며시 웃음이 났다.‘또 외래어야?’란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호기심에 이것저것 찾아봤다. ‘칠 가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여유롭고 느긋한 사람을 일컫는다고 한다. 똘이는 강아지일 때는 성격이 급하고 날카로웠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나와는 달리 똘이는 세월이 흐르면서 한결 느긋해졌다. 요즘 사람 말로 칠 가이가 된 것이다.이것저것 보던 중 ‘chil chil(칠 칠) 맞게 뭐야 이게’에 눈길이 멈추었다. 쓴웃음과 함께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언젠가 후배에게... -
사설
86조 세수 펑크 속 ‘감세 경쟁’하는 정치 우려한다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상속세 완화에 정치권이 시동을 걸었다. 여야는 윤석열 정부의 잇단 감세 정책으로 발생한 대규모 ‘세수 펑크’가 보이지 않는가. 경기 침체도 제대로 대응 못할 정도로 나라 곳간이 비어가는데, 여야가 감세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건 무책임한 처사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세금 때문에 집을 팔고 떠나지 않도록 하겠다”며 상속세 완화 방침을 공식화했다. 현재 5억원인 상속세 일괄 공제·배우자 공제액을 각각 8억·10억원으로 증액하겠다는 것이다. 배우자도 생존해 있으면 18억원 아파트 한 채 상속인에게는 상속세가 면제된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지나치게 과중한 대한민국 상속세는 그 자체가 과도한 규제이며 기업과 중산층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소”라 공제한도 확대는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를 반대한 이 대표를 향해 “합리적 세제 개편을 부자감세라고 비난하며 계층 갈등을 조장”한다고 했다. 지... -
여적
‘불안한 보안관’의 시대
서부영화 기원은 19세기 미국의 ‘10센트 소설(dime novel)’이다. 25센트짜리 고급 잡지 대신 저질 종이에 찍는 10센트짜리 펄프 매거진에 주로 실려 펄프 픽션(pulp fiction)이라고도 한다. 무법천지인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악당을 물리치고 정의를 세우는 영웅담이 주된 구조인데, 보안관은 그 대표 격으로 고립되고 위험에 처한 마을의 평화를 지킨다. 서부영화를 좀 봤다면 영화 <하이눈>에서 홀로 악당들을 처치하고 떠나는 게리 쿠퍼나 전설이 된 실존 인물 와이어트 어프의 이름 정도는 기억할 것이다.J D 밴스 미국 부통령의 지난 1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 기조연설이 파장을 낳고 있다. 그는 “마을에 새 보안관(new sheriff)이 왔다”고 ‘트럼프 미국’의 귀환을 선전포고 하듯 알렸다. 밴스 부통령은 “유럽 전역에서 언론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며 가짜뉴스 규제를 “검열”이라고, 극우 정당 배제를 “민주주의 파괴”라고 맹비난했다.... -
사설
시민 학살한 5·18 현장에서 ‘윤석열 내란’ 옹호하다니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현장인 광주 금남로에서 지난 15일 ‘내란 수괴’ 윤석열의 탄핵 찬성·반대 집회가 열렸다. 5·18 당시 계엄군의 총구와 몽둥이에 수많은 시민이 희생됐던 금남로에서 위헌적인 비상계엄 동조 세력들은 “윤석열”을 연호했다. 이 집회에 맞서 탄핵 찬성 집회가 동시에 열렸지만 불상사는 없었다. 하지만 광주 시민들은 가슴을 쳐야 했다. 다른 곳도 아닌 민주화의 상징 금남로에서 친위쿠데타를 일으킨 윤석열 옹호 집회가 열렸으니, 여기저기 토한 울분처럼 45년 전의 악몽이 떠오르지 않았겠는가.이날 기독교단체 세이브코리아는 ‘국가비상기도회’란 이름으로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연단에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독재자에 맞섰던 5·18 희생정신을 기억하자”며 “계몽령을 통해 국민들을 일깨워준 윤석열 대통령을 석방하라”고 주장했다. 시민이 계엄군에 맞서 싸운 것이 광주 정신인데, 12·3 불법 계엄을 ‘계몽령’이라며 강변하니 어이가 없다.탄핵 찬성 집회... -
사설
실행된 국회 단전과 끔찍한 노상원 메모, 내란 전모 밝혀야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국회 본관 전력 일부를 차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경고용 계엄”이고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면 단전·단수 조치부터 취했을 것”이라는 대통령 윤석열의 말과 달리, 단전 조치가 실제 있었다는 것이다.더불어민주당이 16일 공개한 당시 국회 본관 폐쇄회로(CC)TV 영상과 군 이동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4일 0시54분쯤 본관 2층에 있던 특전사 군인 16명 중 7명이 4층으로 올라가 배회하다 오전 1시1분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에 내려갔고, 1시6분26초 지하 1층 분전함을 열어 일반조명·비상조명 차단기를 내렸다. 그와 동시에 지하층 조명이 5분48초간 꺼졌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오전 1시1분) 직후다. 국회에는 30여개 분전함이 층별로 있고, 본회의장 분전함은 2층에 있다. 민주당은 “계엄군은 당초 본회의장이 있는 2층에도 진입을 시도했지만 직원들에 막혀 진입하지 못했다”고 했다.계엄군의 이... -
김민아의 훅hook
다시, 김건희···이 모두가 우연인가
김건희. 12·3 내란 사태 이후 한동안 잊혀졌던 이름이 되살아났다. 비상계엄 선포 전날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내란 발생 직전 대통령 배우자가 국가 최고 정보기관 수장과 연락한 것은 누가 봐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조태용은 지난 13일 열린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이 같은 사실을 시인했다. 국회 측 대리인단이 “계엄 전날인 12월 2일 대통령 영부인으로부터 문자를 두 통 받고 그 다음날 답장을 보냈느냐”고 묻자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국정원장과 영부인이 문자를 주고받는 게 이상하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자주 있는 일도 아니고, 불과 두 달 전인데, 대통령 배우자가 보낸 문자 내용을 기억 못한다는 게 말이 되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은 ‘차마 내 입으로 밝힐 수는 없다’는 뜻으로 들린다.김건희는 남편의 계엄 선포 계획을 사전에 몰랐을 것이라... -
조태용 “홍장원 체포명단 메모 네 가지…사실과 달라”
[주간경향] “확인해보니 메모는 네 가지가 있다.”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2월 13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제8차 변론에 출석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설명한 내용의 뼈대는 사실과 다르다”며 이렇게 말했다.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이 자신이 쓴 (체포명단) 메모를 보좌관에게 줘서 정서시켰다고 하니 2개가 있는 셈인데 담당 보좌관이 홍 전 차장에게 정서한 메모를 전달했고, 12월 4일 늦은 오후에 홍 전 차장이 다시 한번 기억나는 대로 메모를 작성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며 “이에 보좌관이 갖고 있는 게 없어서 기억을 더듬어 썼는데 이것이 세 번째 메모이고, 12월 4일 오후에 보좌관이 기억을 더듬어 쓴 메모에 가필을 한 버전이 네 번째 메모”라고 말했다. 알려진 홍 전 차장의 메모에는 파란색 글씨로 적힌 이름과 직책이 나와 있는데 조 원장은 이를 보좌관이 기억을 더듬어 적은 세 번째 메모로 규정하고, 이후 누군가 ‘동그라미’를 치거나 ‘1조, 2조’, ‘축차 검... -
사설
한국 콕 집은 트럼프 상호관세, 여야정 합심해 총력 대응해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세계 무역 상대국에 예외 없이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면서 오는 4월1일까지 국가별 대응 방안을 마련해 상호관세를 적용하겠다고 했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대미 수출입 품목에 대해 대부분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비관세 장벽을 고려키로 한 데다, 한국을 ‘상호주의 교역’ 위배 사례로 콕 집어 지목해 그 영향이 우려된다.상호관세는 특정 상품에 대해 상대국과 같은 관세율을 매기는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관세는 물론, 보조금·부가가치세 등 비관세 장벽과 환율 정책까지 종합 검토해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으로 판단되는 모든 정책과 규제까지 문제 삼겠다는 것이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후보자는 “상호관세를 국가별, 일대일로 다룰 것”이라고 했다. 각국별로 협상한 뒤 4월2일 이후 상호관세 부과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한국과 미국은 대부분의 상품에 관세를 ... -
사설
‘문재인·유시민 등 500명 체포·제거’, 충격적인 노상원 메모 진상 밝혀야
12·3 불법 계엄과 관련한 내란 혐의로 구속기소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문재인 전 대통령,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다수의 야권 인사들이 체포 대상으로 적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확보한 70쪽 짜리 수첩엔 노상원이 A~D급으로 분류한 ‘수거 대상’이 적혀 있고,이들을 체포한 뒤 감금·제거할 계획을 의미하는 표현들도 포함돼 있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하고 충격적이어서 입을 다물기 어려울 정도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로 수첩 내용과 불법 계엄의 연관성을 규명해야 한다.MBC와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노상원 수첩에는 “500여명 수집” “수거 대상 처리 방안” “사살” 등 문구가 있으며 “여의도 30~50명 수거” “언론 쪽 100~200” 등이란 표현도 등장한다. 체포 대상자 A급 명단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이준석 의원 등 야당 정치인들이 주로 포함되며 상당수가 방첩사의 ‘정치인 체포조’ 명단과 겹친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