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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양평고속도로·삼부토건도 묻는 ‘김건희 의혹’ 규명해야
국토교통부가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에 자체 감사 결과를 지난 11일 내놨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 제기된 지 2년이 지났지만, 타당성조사 용역 관리가 부실했다며 실무자 7명에게 책임을 묻는 선에 그쳤다. 종점 변경을 누가 지시했는지 등 핵심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 맹탕도 이런 맹탕이 없다. 감사를 진행한 국토부 감사관을 감사해야 할 판이다.국도 6호선 교통량 분산을 위해 추진된 서울~양평고속도로는 경기 하남시 감일동에서 양평군 양서면까지 27㎞ 구간을 잇는 왕복 4차선 도로 건설사업이다. 2017년 첫 계획부터 2019년 국토부 ‘광역교통 2030’까지 양평 두물머리 근처 양서면을 종점으로 상정한 이 노선은 2021년 4월 예비타당성조사, 6월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 종점이 양평군 강상면으로 돌연 변경됐다. 주지하듯 강상면 일대엔 축구장 3개 규모(2만2663㎡)의 김 여사 일가 땅이 있다.국토부 감사는 당시 동해종합기술공사와 ... -
사설
대법도 즉시항고하란 ‘윤석열 구속취소’, 검찰은 뭉갤 건가
대검찰청이 지난 11일 ‘구속기간 산정 및 구속 취소 결정 관련 지시’ 업무연락을 전국 검찰청에 내려보냈다. 윤석열 내란사건 1심 재판부는 ‘날’을 기준으로 구속기간을 산정해온 관행을 깨고 ‘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해 검찰이 기한 내 기소하지 않았다며 윤석열의 구속 취소를 결정했다. 그럼에도 대검은 즉시항고도, 보통항고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후 구속기간 산정 기준을 ‘날’로 해야 할지, ‘시간’으로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일선 검사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대검이 지침이랍시고 내놓은 것이다.대검은 ‘날’을 기준으로 구속기간을 산정하되, 법원이 ‘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해 구속 취소를 결정해도 항고하지 말고 석방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해도 하자가 없게 가급적 구속기한을 다 채우지 말고 기소하라는 취지로 주문했다. 이 지침대로라면 검찰 기준은 법원이 언제든 위법으로 규정할 수 있는 기준, 가급적 지키지 않는 게 안전한 기준인 셈이다. 세상에 이런 기준... -
여적
치매 100만명
지난 1월 대법원은 70대 아내를 목졸라 숨지게 한 80대 남성에 대해 징역 3년의 원심을 확정했다. 그 자신도 약을 먹었지만 목숨은 건졌다. 2020년 7월부터 치매 진단을 받은 아내를 4년째 홀로 돌보며 지내다 벌어진 비극이었다. 지난해 1월엔 대구에서 50대 남성이 치매 앓는 80대 아버지를 15년간 간병해오다 숨지게 한 뒤 “아버지와 함께 묻히고 싶다”는 짧은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보건복지부가 12일 공개한 치매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치매 환자 수가 내년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됐다. 2016년 조사보다 노인 치매 유병률(9.25%)은 낮아졌지만,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늘어 치매 환자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44년이면 200만명을 넘을 거라고 한다.‘긴 병에 효자 없다’고 했다. 만만찮은 간병 부담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사랑하는 가족에게 그런 짐을 지우게 되는 환자의 절박함과 미안함도 담겨 있다. 치매는 특히 장기간 간병이 불가피해 가족... -
공감
목욕재계
최근 몇년간 내게 일어난 일 중 가장 좋은 것은 언니들과 가까워진 것이다. 감탄, 존경, 질투, 거부감, 즐거움, 애착, 두려움, 기대, 실망, 불편함, 거리감, 이해할 수 없음, 답답함, 슬픔, 안쓰러움, 편안함… 다양한 감정을 거치면서 나는 세대가 다른 여자들과 친구가 되는 법을 알아갔다. 그들이 나의 어머니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그들을 어떤 역할도 지우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들이 자애로운 어머니 역할을 강요하는 사회적 압박으로부터 버텨준 덕분에 한없이 인내하고 이해하는 어머니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 한 여성에게 얼마나 부당한 일인지 알았다.언니들과의 관계는 숨겨진 보물섬을 찾아가는 비밀지도를 만난 것과 같았다. 배움은 언니들에게서가 아니라 언니들과 나 사이에서 얻어졌다. 언니들과 만나고 있을 때보다 언니들과 만나지 않고 있을 때 더 많이 배웠다. 엄마와는 왜 이런 관계를 맺는 것이 그토록 어려웠던 것일까?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반드시... -
경제직필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려면
최근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명목임금 인상으로 근로소득자의 실질임금은 하락하고, 소득세 부담이 증가하면서 내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세 부담의 증가, 현금급여와 국채의 실질가치 감소 등을 통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을 감소시킨다. 특히 근로소득자의 경우 명목임금이 물가상승률을 100% 반영해 실질임금이 유지되더라도 명목임금은 높아진 소득 구간의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조세 부담이 증가한다.국세청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3년까지 1인당 평균급여와 소비자물가지수는 각각 1.9배와 1.5배 늘었지만, 근로소득세는 6.1배 증가했다. 명목임금을 기준으로 초과누진세를 적용하는 소득세율체계에서 근로소득자가 전보다 높은 과표구간의 세율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2019년 이후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도 명목임금이 증가했지만, 물가상승을 따라잡지 못해 저소득 가구를 중심으로 세 부담이 높아지면서 처분가능소득이 감소했다.정부가 세법을 개정하... -
김월회의 아로새김
처참해진 말의 질서
말의 질서가 갈수록 처참해지고 있다. 위헌 계엄을 발동하고는 계몽령을 내렸다고 천연덕스레 말함으로써 계몽이란 말을 우롱했다. 내란 조장과 폭력 선동을 국민저항권 행사라고 호도함으로써 국민저항권이란 말을 더럽혔다.당장의 현상만이 아니다. 소위 보수를 자처하는 측이 집권할 때에는 정의니 법치 같은 말이 호되게 모욕당했다. 사뭇 정의롭지 못하고 탈법에 불법을 일삼은 자들이 오히려 국민을 향해 법치를 요구하고 정의를 부르댔기 때문이다. 때로는 법치나 정의 같은 말은 사회적 루저나 되뇌는 것이라 하며 법치와 정의란 말을 대놓고 모독했다.일반적으로 보수는 말의 가치와 권위, 질서를 지키는 쪽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보수를 자처하는 언론과 정치인, 목사, 교수 등이 적극적으로 말의 가치를 희롱하고 권위를 허물며 질서를 유린한다. 보수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보수라고 자처하는 꼴인데, 그들은 왜 그렇게 집요하게 말을 처참하게 만들까?말에는 통합의 힘과 ... -
시론
누가 국제인권법연구회를 모함하나
필자는 올해로 20년째 판사로 근무 중이다. 현존 판사 모임 중 가장 유명한 두 개인 민사판례연구회(민판연)와 국제인권법연구회(인권법)에 모두 가입돼 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인권법이 우리법연구회(우리법)의 후신으로 지목되어 탄핵 절차에 대한 공격에 동원되고 있다. 요지는 이렇다. ① 인권법 회원이 ‘재판이 곧 정치’라고 하거나 야당에 유리한 판결을 한 사례에 비추어 인권법 회원들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 ② 이로써 다수 국민이 인권법을 정치결사체로 생각하게 됐으니 인권법은 사법 불신의 원인이다. ③ 공수처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탄핵소추단에 우리법·인권법 출신이 포함됐으므로 탄핵심판은 공정성을 의심받을 만하다.그렇다면 인권법은 염불(국제인권법 연구)보다 잿밥(정치)에 맘을 둔 정치집단인가? 판사의 명예를 걸고 단언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2006년에 가입한 이래 자부심을 간직해온 민판연과 비교해서 말한다. 민판연은 폐쇄성과 엘리트적 성격 탓에 ‘사법부 하나회’로 의심받거... -
기고
구속기간 계산 방식에 대한 법원의 해석은 타당한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석방됐다. 법원은 검찰이 구속기간을 초과한 상태에서 공소를 제기한 잘못이 있다며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이 정치적 영향을 놓고 논의하고 있지만, 필자는 법원이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오로지 구속기간 계산 방식의 타당성에만 집중해 논의하고자 한다.형사소송법 제201조의2 제7항은 법원이 구속영장 청구서를 접수한 “날”부터 반환한 “날”까지의 기간은 10일의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법원은 이를 “영장 서류가 실제 법원에 있었던 시간”으로 제한해서 해석했다. 예를 들어, 검사가 1일 오후 4시에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내고, 법원이 2일 피의자심문을 진행한 후 3일 오전 3시에 서류를 반환한 경우를 보자. 기존 실무에서는 서류 접수일을 포함하여 총 3일(필자의 계산에 따르면 2일)을 구속기간에 더해주었지만, 법원은 실제 법원에 있었던 3... -
강준만의 화이부동
왜 진보는 대기업 정규직만 챙기는가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 2년 전에 나온 어느 최고급 아파트의 분양 광고 문구다. 이 광고엔 ‘천민자본주의’ ‘물질 만능주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지만, 그런 비판을 한 사람들은 언제나 평등한 세상을 원한다는 것인지 그게 궁금하다.미국의 진보적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에릭 호퍼는 “우리는 주로 자신이 우위에 설 희망이 없는 문제에서 평등을 주장한다”고 했다. “누군가가 절대적 평등을 내세우는 분야는 자신이 절실히 원하지만 가질 수 없음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에 공산주의자란 좌절한 자본주의자라는 것이 드러난다”는 것이다.오스트리아 사회학자 라우라 비스뵈크는 <내 안의 차별주의자: 보통사람들의 욕망에 숨어든 차별적 시선>이란 책에서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등을 원하지 않는다”며 “스스로의 ‘개방성’과 ‘관용’ 점수를 엄청나게 높게 주면서도, 아니 오히려 그렇다고 믿기에 더욱 상대와 나를 구분하고 경계 지... -
사설
류희림 민원 사주 의혹, 권익위가 직접 진상 밝혀야
국민권익위원회가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을 재조사하라고 방심위에 요구했다. 이 사건의 핵심 증인인 장경식 방심위 강원사무소장이 지난 5일 국회에 나와 위증했다고 실토한 뒤 닷새 만에 나온 조치였다. ‘2023년 9월 류 위원장 동생이 방송심의 민원을 넣은 사실을 류 위원장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장 소장 증언은 구체적이다. 그간 ‘가족 민원 관련 보고를 받은 적 없다’고 발뺌한 류 위원장을 뿌리째 흔든 결정타였다.그럼에도 류 위원장은 묵묵부답이다. 그는 장 소장 증언 다음날인 6일과 7일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고, 10일 방심위 전체회의에선 이 의혹에 대해 질문하는 기자들을 회의장에서 나가도록 했다. 가타부타 답 한마디 없이, 권익위까지 다시 요구한 진상 규명에 고위공직자가 시간끌기·버티기로 맞선 것이다.또 한번 방심위에 재조사를 요구한 권익위도 무책임하긴 마찬가지다. 방심위 직원들이 ‘류 위원장의 민원 사주로 불공정 심의가 의심된다’고 권익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