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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란 수괴가 오늘도 ‘부정선거 다큐’ 보며 활개치는 나라
    내란 수괴가 오늘도 ‘부정선거 다큐’ 보며 활개치는 나라

    ‘내란 수괴’ 전직 대통령 윤석열이 21일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관람했다. 6·3 대선을 열흘여 앞두고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선거를 흔들고 국론 분열을 시도한 것이다. 그게 내란 혐의에서 빠져나갈 틈이라도 될 거라 착각하는 것일 텐데, 국민의 환멸과 분노만 키울 뿐이다. 오죽하면 국민의힘에서조차 ‘제발 윤석열을 다시 구속해달라’는 통탄이 흘러나오겠는가. 언제까지 부끄러움도 모르고 활개 치는 내란 수괴를 봐야 할지 참담하다.

  • 이창수 사표 물려 ‘김건희 부실 수사’ 감찰 받게 해야
    이창수 사표 물려 ‘김건희 부실 수사’ 감찰 받게 해야

    서울중앙지검 이창수 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이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명품백 수수 사건을 부실 수사한 혐의로 탄핵소추됐다가 복귀한 지 두 달여 만이다. 법무부가 사표를 수리하면 이들은 대선 전날인 다음달 2일 퇴직할 거라고 한다. 중앙지검 지휘부가 동시에 사표를 낸 것도, 주요 보직에 있는 검사가 대선을 앞두고 사표를 낸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두 사람은 대표적인 ‘윤석열 사단’ 검사다. 야당으로 정권이 넘어갈 것 같으니 검찰을 떠나려는 걸로 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윤석열의 사병 노릇을 했다는 걸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 돼지축사 화재로 한농대 실습생 사망, 이런 비극 언제까지
    돼지축사 화재로 한농대 실습생 사망, 이런 비극 언제까지

    돼지사육 축사에서 실습 중이던 19세 대학생이 화재로 숨졌다. 꿈 많은 청년이 채 피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한 것이다. 사고는 지난 19일 오후 5시 경남 합천군의 돼지축사에서 발생했다. 소방관들이 출동해 4시간 만에 진화했지만 이곳에서 실습 중이던 한국농수산대학(한농대) 학생 김모씨가 숨지고 동료 학생 한 명이 부상을 입었다. 두 사람은 지난 3월부터 축사 인근에서 숙식하며 인공수정 등을 배우고 있었다.

여적

[여적] 옵티컬의 ‘슬픈 500일’
옵티컬의 ‘슬픈 500일’

지난해 1월8일 두 노동자가 불타버린 공장 옥상에 올랐다.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서 LCD 편광 필름을 생산하던 박정혜씨와 소현숙씨다. 두 사람은 모회사 일본 니토덴코그룹이 공장을 폐업하고 고용승계를 거부하자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발단은 2022년 10월에 난 큰불이었다. 공장이 타버리자 니토덴코는 생산물량을 자회사인 경기 평택의 한국니토옵티칼로 옮긴 후 노동자들을 내쫓았다. 희망퇴직이란 이름으로 199명이 해고됐고, 이를 거부한 7명의 노동자들만 남아 긴 싸움이 시작됐다.옥상 농성은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 화장실이 없어 배변 패드를 이용해야 하는 텐트 안에서 물과 음식을 도르래로 받았다. 급기야 지난달 27일 소씨가 건강 악화로 농성을 중단하고 땅으로 내려왔다.해고 노동자들 요구는 그저 평택공장에서 일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는 이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평택공장에 156명의 노동자를 새로 채용했다. 그러곤 공장철거 방해 가처분을 신청하고 간접강제금 ...

칼럼

경향신문 주요 필진

최신 기명 칼럼

2025.05.22
  • [미디어세상]‘노영방송’은 없다
    [미디어세상]‘노영방송’은 없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민노총 조합원들이 압도적으로 MBC를 좌지우지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이념적 좌편향 보도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민의힘과 보수언론들은 구성원들의 자율성이 높은 방송을 ‘노영방송’으로 낙인찍어 노조가 방송을 장악해 불공정 방송을 한다는 프레임을 씌워왔다. 그러면서도 정작 민주노총이나 언론노조가 어떻게 보도와 편성에 개입하는가에 대한 구체적 사례나 심지어 정황조차 제시하지 못한다. MBC 구성원 대다수가 가입하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민주노총 소속이라는 사실만 되뇔 뿐이다. ‘노영방송’이라는 실체가 없는 허깨비를 만들어놓고 허깨비라며 비난하는 꼴이다.그러나 권력이 침탈하지 못해 ‘노영방송’으로 불릴 때 MBC는 신뢰도와 영향력 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는 내부 구성원들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언론인들은 누구의 지시에 따라 쉽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다. 직업적 속성과 정체성은 고도...

    2025.05.18 19:56

  • [정동칼럼]여름이 오고 있다
    [정동칼럼]여름이 오고 있다

    2022년 8월11일을 돌아본다. 망설이는 마음을 뒤로하고 오후 8시경 어두운 정장 차림으로 일면식도 없는 이들의 마지막을 위해 홀로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신림동 반지하방에 살다가 폭우로 밀려들어온 빗물에 방이 순식간에 잠겨 도시 한복판에서 황망하게 사망한 가족의 장례식이었다. 세 명의 영정이 나란히 놓여 있던 빈소에는 정치인들의 조화와 노조 조끼를 입은 조문객들이 이 죽음의 맥락을 말해주고 있었다. 봉투에 ‘시민’이라고 적고 헌화한 후 돌아왔다.이 참사 이후 늘 그렇듯 대한민국은 잠시 떠들썩했다. 저 취약한 공간에는 면세점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중년의 가장, 그의 발달장애인 언니, 그의 노모, 그의 어린 딸이 살고 있었다. 정치인들의 마음은 늘 희생자의 눈물로만 열 수 있기라도 하는 듯 유난히 홍수 참사가 많았던 그해 여름은 반지하를 없애겠다는 정치권의 언어가 난무했다.현실은 달랐다. 2022년 여름 참사 당시 서울시 반지하 가구 수는 20만 정도로 추정...

    2025.05.18 19:56

  • [아침을 열며]급할수록 돌아가라
    [아침을 열며]급할수록 돌아가라

    어느새 1년 하고도 몇달이 흘렀는데 그날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윤석열 정부가 맹렬하게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고 있었고, 핵심은 그 규모였다. 수백명 수준으로 시작한 추정치는 하루가 다르게 부풀었고, 급기야 발표 당일 오전 한 신문에 ‘2000명 증원’이라는 단독보도가 나왔다. 그 기사를 보고 당시 담당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설마 2000명은 아니겠지. 이건 너무 무성의한 숫자잖아. 의사 증원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마치 무 자르듯 2000명으로 결정한다고? 어떤 고민의 흔적도 보이지 않게?” 하지만 나의 순진한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지난해 2월6일, 정부는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정확히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의사 수를 늘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붕괴를 막겠다는 명분이었다. 나 역시 그 목표와 방향에는 동의했다. 문제는 2000명이라는 단순하고도 명료한 수치, 그리고 이를 밀어붙이는 방식이었다. 정부는 몇몇 연구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했지만, 정...

    2025.05.18 19:54

  • [시선]‘누칼협’ 없다면 ‘동의’인가?
    [시선]‘누칼협’ 없다면 ‘동의’인가?

    “점심 맛있는 걸로 합시다. 뭐 먹을까요?” 교내 기관의 신입 직원에게 환영의 뜻으로 물었다. 그런데 “어차피 교수님 원하는 메뉴로 정하실 거면서…”라는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그의 전임자가 업무 인수인계로 남긴 나에 대한 귀띔 중 하나가 “점심 메뉴 물어보기만 하고, 결국 본인이 원하는 걸로 정한다”였다는 걸 나중에야 들었다.정황은 이랬다. 매번 뭘 먹고 싶은지 묻는 내게 직원들은 미소만 지을 뿐 별말이 없었다. 그러면 나는 근처 한식 맛집들의 뜨끈하고 얼큰한 메뉴를 돌아가며 제안했고, 그때마다 그들은 그러자고 했다. 나의 ‘부드러운’ 제안과 그들의 동의로 ‘우리’는 그렇게 점심 메뉴에 대해 ‘합의’해온 것이다. 그러니 신입 직원의 그 말이 서운했고, 그래서 변명하려는데, 순간 우리의 ‘그’ 합의가 가진 문제에 대해 ‘현타’가 왔다. “아, 일이 있었는데 깜빡했네. 먼저 가서 식당 정한 뒤 문자 주세요”로 상황을 모면했다. 그리고 얼마 후 수제버거 식당 주소가 문자로...

    2025.05.18 19:54

  • [詩想과 세상]화인 火印
    [詩想과 세상]화인 火印

    우리는 더이상 자고 있지 않았다, 우울의 시계장치 속에 누워 있었기에그리고 시곗바늘은 채찍처럼 휘었다,그리고 시곗바늘은 재빠르게 뒤로 되튀어 피가 맺힐 때까지 시간을 채찍질했다,그리고 당신은 차오르는 어스름에 대해 말했다,그리고 당신 말들의 밤에 열두 번 나는 당신이라고 말했다,그리고 밤이 열렸고 열린 채 머물렀다,그리고 나는 눈 하나를 밤의 품에 안겨주고 다른 하나는 당신 머리칼 속에 땋아주었다그리고 그 두 눈 사이에 도화선을 얽히게 했다, 열린 정맥을 ―그리고 어린 번개가 헤엄쳐 다가왔다. 파울 첼란(1920~1970)오월이 오면, 파울 첼란의 시가 떠오른다. 아우슈비츠, 검은 우유, 암호, 가스실, 유골단지 이런 단어들을 지나갈 때마다 광주의 골목 어딘가에서 소년, 소녀들이 달려와 살려달라고 등 뒤에서 소리치는 것 같다.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시인의 영혼은 언제나 “우울의 시계장치” 속에 누워 있었다. “시곗바늘은 채찍처럼 휘었...

    2025.05.18 19:53

  • [기고]입시 문제에 정면 대응하는 대통령을 기대한다
    [기고]입시 문제에 정면 대응하는 대통령을 기대한다

    6월에 선출되는 대통령은 정파 간 극단적 갈등,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국제정세 급변,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과 같은 난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막중한 현안들에 비해 교육 공약은 주목받기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모적이고도 낭비적인 학습 노동과 사교육비 문제의 근본 원인인 입시 문제 해결을 외면할 수 없다. 그간 혁신학교·자유학기제·고교학점제·디지털교육 등 입시 문제의 우회 해결 시도들이 있었지만 한계가 명확했다.현행 수능은 고교 수준의 학습량과 난이도가 평범한 일반인이 갖추어야 할 소양이라고 보기는 힘듦에도 불구하고 국·영·수가 사실상 필수과목화돼 있다. 그 결과 학생이 미래에 전공할 내용과 무관하게 문제풀이식 반복 학습과 사교육이 이루어져 학생·학부모의 고통과 사회적 자원의 낭비가 크다. 특히 문·이과를 통합하는 2022 교육과정 도입으로 준필수 공통과목이 사회와 과학까지 확대되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이에 경쟁이 극심한 현실을 인정하...

    2025.05.18 19:50

  • [지금, 여기]“마금희, 이 양반이 어뷰징을 걸었네”
    [지금, 여기]“마금희, 이 양반이 어뷰징을 걸었네”

    곽재식의 단편소설 <칼리스토 법정의 역전극>에서 상대편 변호사 마금희는 변론 도중 재판 내용과 동떨어진 자료들을 이것저것 언급하며 그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횡설수설을 반복한다. 우주 최강의 승률을 자랑하는 변호사라더니 이 무슨 엉뚱한 행동인가 싶지만, 심지어 “그렇게 나 자신에게 되뇌네, 기억이 나지 않아. 잊고 싶어” 노래까지 부르며 변론을 마무리하는 동안 인공지능이 예측한 ‘우리 편’의 승소 확률은 뚝뚝 떨어진다.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다. 새로운 증거를 내놓은 것도 아니고 변론이 그럴듯했던 것도 아닌데 왜 우리의 승소 확률이 낮아진 것일까. 눈치 빠른 우리 주인공이 내뱉은 한마디. “마금희, 이 양반이 어뷰징을 걸었네.”목성의 위성 칼리스토에 자리 잡은 이 법정에서는 로봇 판사가 재판을 주재한다. 로봇 판사라면 마금희의 막강한 영향력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한 판결을 내려줄 것이라 기대하며 이곳 법정을 선택한 참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판결문을 학습한 인공지능은 ...

    2025.05.18 19:49

  •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사법부는 안정과 절제의 표상이어야 한다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사법부는 안정과 절제의 표상이어야 한다

    이재명 ‘선거법’ 파기환송 판결대법관들 상호 설득의 시간 없어이재명에게만 차별적으로 ‘신속’상식적으로 의심 살 일은 피해야과거 판사 노릇 하던 시절, 내가 속해 있던 재판부의 부장판사가 인사발령을 앞두고도 여러 사건에서 당사자가 원하면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지정한 일이 있었다. 의아해서 물었다. 인사발령이 나면 바로 변론을 재개해야 할 텐데 왜 그리하시는가 하고. 대답은 이랬다. “판사는 늘 ‘똑같이’ 하는 법이다.” 어떤 판사는 판결을 내릴 피고인에게서 돈을 받아먹었다는 소문이 들려와서 분개하고 있을 때 선배 판사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이럴 때 너의 결백을 증명하려고 평소의 기준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면 안 된다. 똑같이 하라.” 부장판사 한 분은 내가 사건을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자 이렇게 가르쳤다. “어려운 사건일수록 원칙대로 하라. 재판에서 묘수는 악수다.”이재명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위반죄 피고사건에서 유례없이 빠른 파기환송 판결이 나...

    2025.05.18 19:49

  • [조현철의 나락 한 알]그 많던 광장의 의제는 다 어디로 갔을까
    [조현철의 나락 한 알]그 많던 광장의 의제는 다 어디로 갔을까

    지난 8일 로마가톨릭 교회의 수장으로 선출된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교황명을 ‘레오 14세’로 정했다. ‘레오’라는 이름을 들은 사람들은 바로 레오 13세(재위 1878~1903)를 떠올렸고, 본인도 추기경들과 만난 자리에서 레오 13세를 염두에 두었다고 밝혔다. 전임 교황 프란치스코는 가난과 평화, 피조물 보호의 상징인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자기 이름으로 정하고 재임 기간 내내 ‘프란치스코’로 살려고 애썼다. 가난한 이들, 갈 곳 없는 이들을 찾았고 말 못하는 비인간 존재를 대변했다. 이런 맥락에서 레오 14세의 교황직 수행 준거는 레오 13세가 될 것이다.1891년 레오 13세는 ‘노동헌장’으로도 불리는 회칙 ‘레룸 노바룸’(새로운 사태)을 반포했다. 이 회칙은 사회문제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견해를 최초로 밝힌, ‘가톨릭 사회교리’의 근원이 된 문헌이다. ‘노동자들의 상황에 관하여’라는 부제가 암시하듯이 회칙 주제는 ‘자본과 노동’이며 ‘새로운 사태’는 ...

    2025.05.18 19:48

  • [반복과 누적]시는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식
    [반복과 누적]시는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식

    “음악적 갈망보다 문학적 욕심으로 시작되었어요.” 새 앨범 <집중호우 사이>(사진)를 발표한 정태춘의 고백이다. 그의 말처럼 음반에는 12편의 시(詩)가 처연해서 더욱 아름다운 선율에 실려 흐른다.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의 정의 그대로다. “시는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식입니다. 빈 바구니예요. 당신의 인생을 거기 집어넣고 그로부터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거죠.” 마치 정태춘과 박은옥이 걸어온 세계를 대변하는 것처럼 읽힌다.노래와 연주와 가사가 동등한 위치에서 작동하는 음악이 있다. 시적인 노랫말과 최소한의 소리만으로 정물적 고요함을 길어 올린 음악이 있다. 여기에는 도도한 외침도, 강렬하게 내리치는 악기도 없다. 정태춘은 탄식 같은 읊조림으로 그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노래한다. 이제 고백의 시간이다. 첫 곡 ‘기러기’를 감상하면서 울컥하는 심정을 감추려 애썼다. 버스 안에서 하마터면 눈물 흘릴 뻔했다. 과연 그렇다. 때로는 속삭임이 거대한 웅변보다 더 오래...

    2025.05.18 1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