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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새만금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해야 한다
시에서 새만큼 비유되는 동물이 있을까. 시인 정지용은 ‘유리창’에서 요절한 자식을 그리며,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라고 읊는다. 육신을 벗은 영혼을 영원한 천국으로 실어나르는 새는 신의 심부름꾼과도 같다. 또한 그들은 인간의 열망처럼 무한한 자유를 향해 비상을 한다. 그러면서도 날아간 흔적이 없다. 욕망을 초월한 자의 모습이다. 과연 우린 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들은 가벼운 몸으로 수백 수천 리를 날아간다. 태어날 때부터 몸에는 자동항법장치를 내재하고, 대기구조, 풍향과 풍속, 자기장, 별의 위치를 이용한다. 새들을 모방한 비행기는 자유자재한 그들의 비행술에 비하면 초보에 불과하다. 인간보다 더 오랜 생명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자연을 더 깊이 이해하는 그들이야말로 지구의 원주민이다. 그런데도 인간은 그들을 유해한 동물로 취급하고 박해한다. 세계적으로 항공기와 조류충돌의 약 99%는 공항반경 13㎞ 안에서 발생한다. 무안공항은 반경 1㎞ 이내에 습지보호... -
요리에 과학 한 스푼
어묵탕이 더 감칠맛 나는 이유
길을 걷다가 진한 음식 향기에 이끌려 고개를 돌려보니 분식집 앞 꼬치 어묵들이 뜨거운 육수에 몸을 담그고 있습니다. 아마도 다시마와 멸치로 육수를 깊게 우린 듯 먹어보지 않아도 감칠맛이 느껴질 정도로 깊은 향을 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무를 비롯해 각종 채소가 더해지면서 시원한 맛도 내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저는 참지 못하고 어느새 어묵 꼬치 몇 개를 시원한 국물과 함께 해치워버렸습니다.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어묵은 기원전 3세기경 중국의 진시황 시절에 처음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진시황은 생선 요리를 좋아했으나 가시는 몹시 싫어해서, 요리를 먹다가 가시가 나오면 요리사를 바로 처형했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입니다. 그래서 개발된 메뉴가 바로 생선살만 발라내어 둥글게 반죽한 어묵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탕의 형태로 끓여내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이 어묵을 어환(魚丸)이라 부릅니다.이 요리가 일본으로 전래되어 초기에는 굽거나 찌는 형태의 가마보코로 발전하다가, 기름 생산이 급격히... -
조희연의 시대사색
‘역지사지형 전투주의’가 필요하다
1월19일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죄로 구속 기소되면서,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탄핵 정국은 이제 1차 전환 국면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탄핵을 촉진하는 힘겨운 투쟁을 국민들이 나서서 수행해왔다. 그런데 2차 탄핵 국면과 그 이후를 위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고, 이를 나는 ‘역지사지형 전투주의’라고 표현한다.전투주의를 세분화해 본다면, 반대 세력이나 쿠데타 세력들과 직선적으로 투쟁하는 ‘돌진적 전투주의’가 한편에 있다면, 상대 진영의 정서와 인식을 함께 살피면서 대응 방식을 다양화하는 ‘역지사지형 전투주의’가 또 다른 편에 있다. 즉 투쟁 의지를 분명히 유지하되, ‘적의 시선을 마음에 품고’ 더욱 복합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후자이다. 시민들의 투쟁과 사회운동은 옳은 것을 위해 투신하는 자세로 행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돌진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진 변화의 에너지를 정치가 받아안을 때는, 때로는 완급조절도 하고 자기 희생적 모습도 보이... -
루페로 보는 시선
모두가 작품이 될 필요는 없다
설이 오기 전에 도쿄로 짧은 여행을 떠났다. 세 군데의 전시장을 방문하기로 계획을 세워놓고 마지막으로 류이치 사카모토의 회고전 ‘소리를 보다, 시간을 듣다’를 보기 위해 도쿄도 현대미술관을 찾았다. 전시장까지는 역에서 도보로 20분 거리. 주변에 아기자기한 카페나 잡화점이 많아서 발길이 닿는 대로 골목을 걸어보기로 하고 동네를 기웃거렸다.걷다보니 한 집에서 인부들이 짐을 다 빼내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오래 살던 사람이 사망했는지, 집의 짐을 모두 정리하는 것 같았다. 30년은 되어 보이는 냉장고와 세탁조와 탈수조가 따로 있는 낡은 세탁기가 집 앞에 놓였고, 2층 창문을 통해 천으로 동여맨 옷가지와 이불을 한 인부가 밀어내고 있었다. 다른 인부들은 사다리를 잡고 끈에 묶여 떨어지는 옷가지와 이불더미를 안전하게 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인간의 삶이란 얼마나 많은 짐과 흔적을 남겨놓는가. 태어나는 순간 한 존재로 인해 파생되는 물건들과 살아가면서 남기는 흔적들... -
사설
임금체불 첫 2조 돌파, 노동부는 ‘김문수 활동’ 자화자찬만
지난해 임금체불액이 사상 최대치인 2조448억원을 기록했다. 1년 새 2603억원(14.6%)이나 급증했고, 2019년부터 감소하다 2023년 1조7845억원으로 반등한 뒤 지난해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체불 피해 노동자도 28만3212명으로 전년보다 2.8% 늘었다. 윤석열 정부가 임금체불에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총력전을 펴온 결과가 이것인가.그러나 노동부는 그 원인을 경기 둔화와 임금 총액 증가 등 경제·사회적 문제로 돌리면서 ‘임금체불 청산 실적’을 홍보하는 데 집중했다. 지난해 체불임금 청산율이 81.7%로 전년(79.1%)보다 늘었고, 청산액(1조6697억원)이 역대 최대 규모였다는 것이다. 청산액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도청산액’ 1조3300억원은 노동자가 체불임금을 전액 받았는지도 모호하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체불당한 노동자가 근로감독관의 지도해결을 거쳐 500만원만 받고 진정을 취하한 때도 1000만원이 통계로 잡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동부가 ‘... -
사설
거짓말 들통나자 ‘탄핵 공작’이라니, 윤석열 파면뿐이다
대통령 윤석열이 6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6차 변론에서 작금의 상황을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계엄 당시 윤석열의 체포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을 ‘공작의 시초’로 지목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소가 웃을 일이다.윤석열은 계엄 당시 곽 전 사령관에게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사실도 거듭 부인했다. “의원을 끌어내라는 건 자기(곽 전 사령관)가 그렇게 이해했다는 거지, 제가 의원이란 단어를 쓰지 않았다”고 했다. 심지어 “상부로부터 이행이 어려운 지시 받았을 땐 ‘부당합니다’ 이전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라고 해야 한다”며 곽 전 사령관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망언도 이런 망언이 없다.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부하들을 무능력자나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우는 자가 군통수권자였으니, 지켜보는 국민들 낯이 후끈거릴 지경이다.헌재와 국회에선 이날도 윤석열을 탄핵하고도 남을 증언이 쏟아졌다. 곽 전 사령관은 윤석열과 김용현 전 국방... -
여적
트럼프의 ‘홍수 전략’
취임하자마자 전 세계를 정신 못 차리게 만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식에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상상을 뛰어넘는 극단적인 정책들을, 압도적인 양으로, 한꺼번에 쏟아내는 것이다.트럼프가 취임 후 불과 2주 동안 쏟아낸 행정명령은 무려 53개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취임 후 100일 동안 서명한 42개를 이미 뛰어넘었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100일과 비교하면 5배 수준이다. 내용 면에서도 트랜스젠더 군 복무 금지, 해외 원조 중단, 미등록 이민자 추방 등 하나하나가 모두 메가톤급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이 중에는 ‘출생시민권 폐지’처럼 대통령의 권한을 벗어나고 명백히 위헌적인 것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몰역사적인 ‘가자지구 영구 소유’ 발표도 그렇게 나왔다.복수심에 불타는 트럼프가 앞뒤 재지 않고 위법적인 행정명령을 폭탄투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 그의 언행은 철저한 계산에 따른 전략이다. 한때 트럼프의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은 과거 미 P... -
사설
최상목의 경찰 ‘친윤 인사’, 선택적 대통령 놀이 멈추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5일 박현수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을 경찰 서열 2위인 치안정감 승진자로 내정했다. 박 국장은 12·3 내란 가담 여부가 소명돼야 할 인물인 데다, 그를 포함해 경찰 고위직 승진 내정자 4명 중 3명이 ‘경찰 내 친윤 인사’이다.경찰대 10기인 박 국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직인수위 인사검증팀과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을 거쳐 경찰청 치안정보국장, 행안부 경찰국장을 지냈다. 이 과정에서 경무관·치안감으로 초고속 승진하더니 치안정감 자리까지 올랐다. 박 국장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후임이 될 거라고 한다. 그는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 전면 통제를 지시한 조지호 경찰청장, 경찰청 경비국장, 서울영등포서장은 물론 이상민 당시 행안부 장관과도 통화한 게 드러났다. 조 청장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이상민은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박 국장이 전화 통화에서 무슨 얘길 주... -
위근우의 리플레이
<중증외상센터>, 백마 탄 초인 백강혁은 어떻게 퇴행적 복음을 전파하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의 장르는 메디컬도, 히어로물도 아니다. 종교물이다. 예수가 베드로에게 그러했듯, 주인공인 천재 외과의사 백강혁(주지훈)은 수술실에서 이적을 행하며 또 다른 주인공 양재원(추영우)를 외상외과 펠로우로 끌어들이고, 가끔 혼란에 빠진 재원의 믿음을 책망한다. 베드로야, 내가 물 위를 걸어야 나를 믿겠느냐. 열두 제자가 모이듯, 박경원(정재광), 한유림(윤경호) 등 하나둘 추종자가 모이며 교세는 늘어가고, 당연히 그 반동으로 병원 내부의 박해가 시작된다. 하지만 괜찮다. 강혁은 언론 플레이로 자신의 교세를 병원 밖으로 확장하며 재원에게 말한다. “내가 외상센터의 성역, 성자, 성녀(정확히 말해 성녀는 천장미(하영) 간호사)” 삼위일체를 이루노라고. 그래서일까.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언론 리뷰도 분석보다는 차라리 간증에 가깝다. “1화만 보려고 틀었는데, 정신 차리니 끝나버렸다.”(마이데일리) “계속 다음 화를 클릭하게 된다... -
경향의 눈
언론 봉쇄한다고 명품백이 작은 파우치 되나
12·3 내란의 밤, 윤석열이 경찰을 투입해 언론사를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단수하라고 이상민(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에 지시했다. 대상은 경향신문·한겨레·MBC·JTBC 등 언론사 4곳과 여론조사 꽃, 결행 시간은 ‘자정’이었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이런 조치를 문건으로 전달받은 이상민은 포고령 발령 직후 경찰청장과 소방청장에 전화했고, 소방청장은 소방청 차장에게, 차장은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지시를 하달했다. 검찰의 윤석열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이다.비상계엄 소식에 여의도로 달려간 시민들, 신속하게 계엄을 해제한 야당 의원들이 아니었다면 윤석열은 국회를 장악한 뒤 비판 언론들을 마비시켰을 것이다. 이를 본보기 삼아 다른 언론사를 겁박했을 것이다. 무장 계엄군이 국회 본청을 헤집고 다니던 모습과 함께 한동안 박제될 기억이다.윤석열 계엄 포고문 세번째 항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헌법상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부정이다. 전두환 독재도 차마 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