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모계의 전설로 불리는 다이호(大鵬)의 사망으로 열도가 슬픔에 잠겼다. 일본 고도성장기를 대표하는 국민적 영웅이 타계하자 일본 주요 일간지들은 특집기사를 대대적으로 실으며 떠나간 그를 기렸다.
20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다이호(본명 나야 고키·사진)는 지난 19일 심장병으로 도쿄 시내 병원에서 숨졌다. 향년 72세.
다이호는 일본의 프로 스모대회에서 사상 최다인 통산 32차례 우승했다. 전승 우승 8차례(역대 최다 타이), 45연승(역대 4위) 기록도 갖고 있다.
1940년 러시아의 사할린에서 우크라이나 출신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이호는 16세에 스모에 입문해 1961년 당시 최연소인 21세3개월 만에 스모 챔피언인 요코즈나(橫綱)에 올랐고, 1971년 은퇴할 때까지 일본 스모계를 대표하면서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은퇴 후에는 일본 스모협회 이사, 스모 교육소장, 스모박물관 관장을 지냈으며 2009년에는 스모계 인사로는 처음으로 ‘문화공로자’에 선정됐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의 주요 일간지들은 다이호 사망 소식을 전하기 위해 19일 이례적으로 호외를 발행했고, 20일 조간에서도 1면과 사회면, 스포츠면 등에 대서특필했다. 방송들도 그의 현역시절 경기 모습이 담긴 영상 등을 잇따라 방영했다.
다이호는 일본 전후 부흥기인 ‘쇼와(昭和·1926∼1989년)’ 시대의 영광을 상징한다. 일본인은 당시를 ‘교진(巨人·프로야구팀 요미우리 자이언츠), 다이호, 계란부침’으로 회고한다. 야구와 스모가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였던 당시 다이호는 야구의 자이언츠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 계란부침은 당시 학생 도시락에 어김없이 들어가던 반찬이었다. 도쿄신문은 1면 톱기사에서 다이호에 대해 “쇼와의 고도성장기를 대표하는 국민적 영웅”이라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