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종말’이라는 도발적인 주장으로 세계 미학계를 ‘예술 정의’ 논쟁에 빠뜨린 미국의 유명 철학자 겸 예술비평가 아서 단토가 별세했다. 향년 83세.
단토의 딸인 징거 단토는 26일(현지시간) 아버지가 미국 뉴욕 맨하튼의 자택에서 심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단토는 앤디 워홀을 비롯한 아방가르드 예술가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옹호한 비평가이자 미국 철학학회 회장을 역임한 영향력 있는 철학가였다. 그는 1952년부터 1992년까지 컬럼비아대 철학과 교수로 활동하면서 ‘무엇이 예술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바탕으로 예술의 과거와 현재에 관한 수백 편의 글을 썼다.
유명세를 탄 것은 1964년 뉴욕의 스테이블 갤러리에서 워홀이 전시한 ‘브릴로 상자’를 본 후 당대 예술을 ‘예술의 종말’ 시대로 규정하면서다.
단토는 브릴로 상자(‘브릴로’는 세제 상표를 뜻함)들을 그대로 전시장에 옮겨 쌓아 놓은 워홀의 이 작품이 수만 달러를 웃도는 데 비해 실제 슈퍼마켓 쓰레기 더미에 있는 브릴로 상자는 쓸모없는 물건으로 분류되는 현상에 주목했다.
이에 대해 그는 “하나의 대상이 예술작품으로 여겨지는 것은 그것이 해석의 지배를 받게 된다는 점을 의미한다”며 예술의 종말을 언급했다. 아울러 이제 예술은 특정 양식이 다른 양식보다 미적으로 낫다는 판단이 무의미해지고 예술가 스스로 미술을 시각적인 문제가 아닌 ‘나는 누구인가’, ‘나는 세계와 어떻게 존재하는가’와 같은 철학적인 문제로 인식하게 됐다고 평했다. 또 그는 ‘예술의 종말’이 예술 자체의 종말이 아니라 기존 예술사를 지배해왔던 거대 서사와 내러티브의 종말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