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최초 ‘외국인 사령탑’ 에릭손 별세

박효재 기자

스웨덴 출신 세계적 ‘축구 명장’

베컴·스콜스 등 황금세대 지휘

잉글랜드 최초 ‘외국인 사령탑’ 에릭손 별세

스웨덴 출신의 축구 명장 스벤 예란 에릭손이 7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에릭손은 올해 초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고 지난 26일 투병 끝에 생을 마감했다.

에릭손은 선수로서는 평범한 커리어를 보냈지만, 지도자로서 세계 축구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27세에 은퇴 후 고향 팀 데게르포르스 IF에서 코치로 시작해 29세에 감독으로 데뷔했다. 1982년 IFK 예테보리를 UEFA컵 우승으로 이끌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 전성기를 맞이한 에릭손은 로베르토 만치니, 파벨 네드베드, 알레산드로 네스타 등 레전드 선수들을 지도했다. 1999~2000시즌 라치오를 이끌고 24년 만에 세리에 A 우승을 차지하며 ‘올해의 감독’에 선정되었다.

특히 2001년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감독으로 부임해 큰 화제를 모았다. 6년간 재임하며 2002 한·일 월드컵, 유로 2004,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연속 8강 진출을 이끌었다. 2001년 영원한 숙적이던 독일을 상대로 5-1 대승을 거둔 경기는 잉글랜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에릭손의 잉글랜드 사령탑 시절 성적을 두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데이비드 베컴, 폴 스콜스, 리오 퍼디낸드 등 화려한 ‘황금세대’ 선수들을 보유했음에도 4강 이상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그의 퇴임 이후에도 잉글랜드가 부진을 거듭하면서 그의 역량이 재평가되기도 했다.

이후 에릭손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 멕시코 대표팀, 코트디부아르 대표팀 등을 거쳤고, 중국 슈퍼리그와 필리핀 대표팀까지 아시아 무대를 경험했다.

한국 축구와도 인연이 있어 2002년 월드컵 전 평가전, 2019년 아시안컵에서 한국팀과 맞붙었다.

에릭손의 별세 소식에 축구계 인사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FIFA 회장 잔니 인판티노, 잉글랜드 현 주장 해리 케인, 베컴, 웨인 루니 등이 애도를 표했다. 영국 축구협회는 다음달 핀란드와의 경기에서 그를 기리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에릭손은 2019년 필리핀 대표팀을 끝으로 감독 생활을 마치고, 올해 초 건강 문제로 축구계에서 완전히 은퇴했다. 그의 마지막 공식 석상은 3월23일 EPL 리버풀과 아약스(네덜란드) 레전드팀의 친선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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