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일본 대중문화 1차 개방 발표읽음

서의동기자

우려속 빗장 풀어보니 ‘찻잔속 태풍’

‘소녀시대’ ‘애프터 스쿨’ 등 여성 아이돌 그룹의 공연에 ‘삼촌팬’들이 몰리는 현상은 몇해 전이라면 모를까 요즘은 화젯거리 축에도 끼지 못한다. 이들 중에서는 청계천이나 명동상가에서 은밀히 유통되는 일본 음반이나 비디오를 숨죽이며 탐닉하다 ‘해금(解禁)’을 맞이한 일본문화 개방 1세대들이 적지 않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에서는 ‘스피드’에 이어 ‘모닝구 무스메’ 등 여성 아이돌 그룹이 붐을 일으켰다. 지금의 ‘삼촌팬’은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문화흡수력이 높았던 10, 20대 때 일본 여성 아이돌 그룹의 활약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 무렵 정부가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나서면서 이들은 공개적으로 일본문화를 즐길 수 있게 됐고, 최근 들어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국내의 여성 아이돌 그룹에서 어릴 적 향수를 느끼며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 세대에 대한 일본 대중문화의 영향은 비교적 뿌리가 깊어 80년대부터 나이트 클럽에서 일본의 발라드나 댄스뮤직을 접했고, 음악감상회 등을 통해 일본의 ‘엑스재팬’과 ‘안전지대’의 뮤직비디오에 심취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어제의 오늘]1998년 일본 대중문화 1차 개방 발표

김대중 정부는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일본문화 개방정책을 추진하기로 하고, 98년 10월20일 1차 개방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50년간 다양한 방식으로 국내에 스며든 일본의 대중문화에 대해 더이상 ‘빗장’을 걸어봐야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대중 정부 들어 조성된 한·일 간의 화해협력 무드의 영향도 있었다. 신낙균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은 “일본문화를 즉시 개방부문과 즉시 개방 이후 부문으로 나눠 우선 영화 및 비디오, 만화부문을 개방한다”고 밝혔다.

일본문화 개방 첫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하나비>가 최초로 국내 극장에 걸렸고, 이어 칸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 <카게무샤>가 개봉됐으나 예상밖으로 고전했다. 그러나 99년 9월 2차 개방 이후 개봉된 <러브레터>가 전국에서 120만 관객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우며 안착했다.

대중음악 시장은 가장 민감한 분야였고, 일본음악이 국내 음악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영향은 없는 편이다. 하지만 마니아층은 탄탄하게 형성돼 있다. 2006년 11월 열렸던 일본의 5인조 남성 아이돌그룹 ‘아라시’의 첫 내한 콘서트의 경우 8만8000원짜리 공연 티켓이 예매 1시간 만에 동이 났고, 지난해 6월 올림픽 공원에서 열린 ‘모닝구 무스메’ 콘서트에는 삼촌팬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며 열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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