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찾아 유학과 이민을 왔지만 쉽지만은 않았어요. 어려운 고비 때마다 마음 속에 흐르는 노래 가락에서 위로를 받고 힘을 얻었습니다.”
54세 막내에서 80살 왕언니까지. 총 30명의 ‘멋쟁이 할머니’들로 구성된 로스앤젤레스 경기여고 동문합창단이 꿈에 그리던 고국무대에 선다. 오는 27일 방송되는 ‘KBS 전국민 합창 대축제-더 하모니’. 5분간의 무대에 서기 위해 11시간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 1960~70년대 도미해 역경을 딛고 ‘아메리칸 드림’을 일군 사람들이다. 대부분 한국에서 받은 교육을 밑천 삼아 의사, 교수, 간호사, 변호사, 특수학교 교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직 종사자로 뿌리를 내렸다. 어느새 20~60년 세월이 흘렀다.
그들에겐 나이가 들면 들수록 커지는 열망이 있었다. 언젠가 내가 태어난 땅에서 목청껏 노래 한번 불러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던 차에 KBS에서 ‘전국민 합창대축제’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해외 거주 국민의 자격으로 참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예선부터 결선까지 한달 여를 국내에 머물면서 연습할 수 있는 팀이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참가가 어려워졌다.
“실망은 됐지만 이상하게 포기가 안되더라구요. 단원들 모두 다른 길이 있을 거다. 그 길을 찾아보자고 의기투합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공연 동영상과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래에 대한 열정과 꿈 그리고 그들이 살아온 사연을 방송국에 보냈다. 결국 이들의 정성은 제작진의 마음을 움직였다. 경연에는 참가할 수 없지만 특별출연 형식으로 무대에 설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너무 기뻤습니다. 노래로 고국의 친구와 친척, 이웃과 만난다는 사실이 꿈만 같았습니다.”
단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때부터 연습시간을 세배로 늘렸다.
“목표가 생기니까 하루 하루 노래 연습하는 시간이 행복합니다.”
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김영주씨(56)는 ‘합창대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팀의 실력이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10년 전 동문들의 친교 모임으로 시작된 LA 경기여고 동문합창단은 교민사회에선 손꼽히는 합창단이다. 한인의 날 행사에는 빠짐없이 초대되는 ‘스타’ 할머니들이다. 지난해에는 광복절을 기념해 합창제를 열고 수익금을 탈북자돕기와 여성쉼터에 기부하기도 했다.
할머니들은 방송을 꼭 보라고 신신당부했다. “우리의 노래는 그냥 부르는 노래가 아니에요. 고국을 향한, 사무친 그리움의 편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