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란(39)씨는 울산에서 20년째 미용실을 운영하는 ‘원장님’이다. 그러던 김씨에게 미용실을 찾는 손님들이 불러주는 또 다른 호칭이 생겼다. 바로 ‘박사님’이다. 김씨는 ‘우울·스트레스·자아존중감 완화를 위한 뷰티큐어 매뉴얼 연구’라는 논문으로 지난 2월 영산대학교 미용예술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울산 지역에서 미용예술학 박사는 김씨가 처음이다.
김씨가 미용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터다. 미용실을 운영하던 어머니 박혜자씨(60)의 도움이 컸다. 김씨는 미용기능사 자격증을 딴 후 10년이 넘도록 미용실을 운영하며 틈틈이 공부해 방송대학을 졸업했다. 하지만 배움에 대한 갈망으로 여전히 목이 말랐다. 2009년에는 한남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했다. “울산과 대전을 매일 오가는 고된 일정이었습니다. 미용실을 비워 놓아야 할 때가 많다보니 생활비를 걱정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일단 시작한 이상 존경받는 미용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김씨는 대학원을 다니면서 기능장 시험을 통과했고, 국가대표 선발을 위한 지방경기대회에 출전해 2년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고등학생과 중학생인 두 딸도 미용 공부를 하며 김씨의 뒤를 이어 3대째 미용실을 맡을 꿈을 키우고 있다. “피는 못 속인다고 두 딸 모두 미용기능사 자격증을 일찌감치 취득했다”고 김씨는 자랑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미용실은 단순히 고객의 머리만을 자르는 공간이라고 생각해 고객의 심리치료와 안정에 기여한 점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었다”며 “미용실이 고객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사랑방 역할을 해 온 만큼 미용치료를 의미하는 ‘뷰티큐어’가 미용계의 새로운 분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지윤기자 colo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