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산하·김한민 형제 “동물 대하는 방식 안 바꾸면 인간도 절멸 운명 못 피해”

글·사진 박병률 기자

동물행동생태학 박사 형·국제 환경보호단체 활동가 동생 ‘의기투합’

“새 전염병 75% 동물서…미지의 ‘질병X’도 인수 공통감염병 가능성

국가 차원 기후위기 선포하고 ‘공장식 축산 폐지’ 등 조치 뒤따라야”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왼쪽)과 국제환경단체인 ‘시 셰퍼드’ 활동가인 김한민 작가 형제가 23일 서울 종로구 북소사이어티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천산갑과 김한민 작가를 합성한 그림을 내보이고 있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왼쪽)과 국제환경단체인 ‘시 셰퍼드’ 활동가인 김한민 작가 형제가 23일 서울 종로구 북소사이어티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천산갑과 김한민 작가를 합성한 그림을 내보이고 있다.

“동물을 대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또 다른 바이러스를 만나게 될지 모릅니다. 누군가 말하기까지 기다렸는데 아무도 이 말을 안 하네요.”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43)과 김한민 작가(40) 형제는 23일 서울 종로구 북소사이어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동물들의 시국선언’ 행사를 추진하게 된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초기에는 근본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오다 빠르게 사라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동생 김한민 작가는 국제 환경보호 단체 ‘시 셰퍼드’의 활동가이기도 하다.

생명다양성재단과 창작집단 ‘이야기와 동물과 시’(이하 이동시)는 30명의 작가, 예술가, 시인, 활동가들이 동물의 입장에서 인간에게 10가지 경고성 유언을 남기는 퍼포먼스인 ‘절멸-질병X시대, 동물들의 시국선언’ 행사를 주도했다.

당초 지난 20일 참가자들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인해 개별로 퍼포먼스를 한 뒤 합성 편집하여 20일부터 대중에게 공개(https://www.instagram.com/edongshi)하고 있다.

동물행동생태학 박사인 김산하 사무국장은 “마스크 쓰기와 손씻기 등 방역과 비대면 경제, 재난지원금, 경제활성화는 근본 대응책이 될 수 없다”며 “유엔 보고서를 보면 새롭게 창궐하는 전염병의 75%가 동물에서 유래했고, 앞으로 도래할 미지의 ‘질병X’도 인수공통 감염병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질병X란 세계보건기구(WHO)가 추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한 8가지 바이러스 중 미지의 마지막 바이러스로, 앞으로 출현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종 질병을 총칭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하버드대 연구진은 코로나19의 원인을 벌채 등 동물 서식지 파괴와 야생동물 거래로 규정했다”며 “두 요인에 대한 규제를 10년간 실시하는 데 드는 비용 220억달러(약 26조원)는 팬데믹으로 인한 추정 피해액인 최대 20조달러(약 2경4000조원)의 0.1%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쯤 되면 질병X는 동물X의 문제로 생각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코로나19는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시작해 중간 숙주동물을 거쳐 인간에게 전염됐다는 것이 과학계의 정설이다.

김한민 작가는 “코로나19의 중간숙주로 알려진 천산갑은 중국에서 귀한 식재료로 인식되면서 밀렵을 당해 멸종위기에 처했고, 멧돼지는 돼지열병의 숙주로 지목되면서 엽사의 총에 대거 죽임을 당했다”며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면서 잘못된 길로 들어가는 것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올해 유난히 길었던 장마는 기후변화가 근본 원인이고, 기후변화는 아마존 산림 남벌과 화석연료 중심의 탄소경제에서 비롯된 만큼 산업 전반을 바꾸어가야 해결될 문제”라며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나라는 미세먼지, 쓰레기 대란 등을 겪으면서도 근본적 성찰에 대해 더 무감각해졌다”고 지적했다.

형제는 무질서한 국회를 ‘동물국회’라고 부르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동물과 생태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국가 차원에서 기후위기를 선포하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산림·습지·해양 등 야생동물 서식지 보호, 공장식 축산 폐지 등이 뒤따라야 한다”며 “인간 중심적인 사고로 동물을 다루면 동물이 먼저 ‘절멸’하겠지만, 이어 인간도 ‘절멸’의 운명을 비켜가기 힘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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