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장혜영 의원 만난 청소년 기후활동가들…“국감장에 ‘펭수’ 부른다는 의원들, 우리는 외면”

이재덕 기자·최유진 PD

“행동하지 않으면 기후역적” 여의도에 ‘행운의 편지’ 전달

…“그 무서운 편지를 보낸 분들이 여러분이군요”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라’며 21대 국회에 편지를 보낸 청소년기후행동의 김도현(왼쪽), 윤현정 활동가(가운데)가 지난 11월14일 관련 법안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장혜영 의원에게 편지 모형을 전달하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라’며 21대 국회에 편지를 보낸 청소년기후행동의 김도현(왼쪽), 윤현정 활동가(가운데)가 지난 11월14일 관련 법안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장혜영 의원에게 편지 모형을 전달하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석탄발전 중단 등 요구 담긴 편지
장 의원, 9월27일 인증샷 공개
의원 3명에 보내며 ‘스타트’

국감 참고인 채택 무산 아쉬움
“힘·권한 가진 국회가 나서주세요”
“국회가 두려움 느낄 수 있도록
저도 활동에 열심히 동참할게요”

“이 편지는 스웨덴에서 최초로 시작돼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따라 지구를 여덟 바퀴 돌았으며, 35일 안에 당신 곁을 반드시 떠나야 합니다.” 편지의 지시를 따르면 행운이 찾아오고, 그렇지 않으면 저주가 내린다는 ‘행운의 편지’가 지금 여의도 국회를 돌고 있다. “(책임과 권한이 있는 당신이 행동하지 않으면) 당신의 이름은 ‘기후역적’으로 역사 교과서에 남을 겁니다. ‘석탄 산업의 경쟁력과 수익성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코앞의 이익만을 챙기려다 환경과 경제를 망친 자’라는 설명이 따라붙을 겁니다.”

행운의 편지엔 ‘석탄화력발전을 중단하고 법제화할 것’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강화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할 것’ 등의 요구사항이 담겼다. 편지를 받으면 요구사항을 이행하겠다는 내용의 ‘인증샷’을 찍고, 다른 의원 3명에게 행운의 편지를 전달해야 한다. 초선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 9월27일 인증샷을 공개하며 스타트를 끊었다. 그가 지목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참여했다. 지난 8일까지 임무를 완수한 인원은 32명이다. 많지 않지만 법안 발의에 필요한 10명을 훌쩍 넘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숫자이기도 하다.

편지를 보낸 청소년기후행동의 윤현정(16), 김도현(17) 활동가가 지난 11월14일 장혜영 의원실을 찾았다. 장 의원은 “그 무서운 편지를 보낸 분들이 여러분이군요”라며 이들을 맞았다. 김 활동가는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면 개인적인 실천을 넘어 힘과 권한을 가진 국회가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해 찾아왔다”고 했다. 21대 국회는 ‘기후역적’의 저주를 피할 수 있을까.

사실 이들이 만날 기회는 그 전에도 두어번 있었다. 윤현정 활동가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의 참고인 신청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기후변화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일부 산자위 위원들은 ‘너무 어리다’며 거부했고, 일부 기재위 위원들은 ‘청소년을 국감장에 세우면, 형평성에 따라 우리 쪽이 신청한 참고인도 부르겠다’며 맞섰다. 기재위 소속으로 이들을 부른 이가 장 의원이었다. 그는 “기후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청소년 당사자가 부총리나 장관에게 질문을 던지면 기후위기를 ‘지금 여기의 문제’로 느낄 것이라고 생각해 참고인으로 부르려 했지만 무산됐다”고 말했다. 윤 활동가는 “국감장에 ‘펭수’를 데려오겠다고 그렇게 애쓴 국회의원들이 정작 사람인 우리는 거부하더라. 펭귄보다 못한 대접을 받은 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국감’을 바랐던 이들은 이번 국감에 아쉬움이 컸다. 관련 질문을 준비한 의원은 소수에 불과했고 관료들의 답변은 부적절하거나 불충분했다. 김 활동가는 “다들 우리만큼의 절박함은 없는 것 같았다”고 했다.

장 의원이 말했다. “기후위기 심각성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의원회관만 해도 기후위기 토론회 포스터가 다닥다닥 붙어 있을 정도거든요. 하지만 아는 것과 별개로 진정성 측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워요. 많은 의원들이 기후위기 피해의 ‘당사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인상 깊게 본 청소년 활동가 인터뷰 중에 이런 게 있었어요. ‘그레타 툰베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청소년 한 분이 ‘너무 힘들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국회에 있는 다른 의원들 붙잡고 같은 질문을 던지면 아마 ‘대단하다’라고 답할 거예요. 기후위기가 자신이 당면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길 건너에서 바라보는 것이죠.”

그는 이어 “망가진 미래를 훨씬 더 오래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자기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결정으로부터 배제되고 소외돼 있다”며 “그 우울감을 견뎌내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결국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과연 정치는 변할 수 있을까. 장 의원은 “국회 상황이 아주 나쁘지만은 않다”고 했다. “청년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회에서 기후위기 문제를 다룰 사람들은 아마도 우리일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있어요. 저도 탄소세 법안을 준비하고 있고요. 기후위기에 대응할 법안을 위해 이 의원들을 ‘콕 집어’ 초대하고 논의 테이블을 만드는 거죠. 함께할 동료 리스트를 잘 만들어가는 게 관건이에요. 결국 정치는 사람이 하는 거니까요.”

청소년 활동가들은 지난해와 올해 ‘결석시위’를 진행했다. ‘정부가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도 청구했다. 이번엔 국회가 타깃이다. 윤 활동가는 “국회가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법안을 만들기 전까지는 계속 국회를 목표로 활동하려 한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국회가 두려움을 느끼도록 청소년기후행동의 적극적인 활동에 저도 열심히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2018년 기후변화 행동그룹인 선라이즈 무브먼트(Sunrise Movement)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집무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당시 뉴욕주 하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당선자가 함께했다. 우리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장 의원이 답했다. “물론이죠.”


Today`s HOT
이라크 정유공장 화재 이드 알 아드하 앞둔 인도 50주년 맞은 루빅큐브 레바논 공습 산불 진화하는 소방기
가자지구 국경 근처 이스라엘 군인들 독일 연방의회에서 연설하는 젤렌스키
맵다 매워~ 고추먹기대회 G7에 기후재정 촉구하는 필리핀 시위대
노젓는 홍콩 용선 축제 참가자들 이강인의 한 방! 중국에 1-0 승리 칠레 폭우에 대피하는 주민들 플라스틱 쓰레기 수출 막아달라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