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 “요절한 아들의 꿈 응원 못해 회한···가족과 대화 많이 하세요”

오경민 기자

18일 개봉 다큐영화 ‘송해 1927’

주인공 송해 기자간담회

방송인 송해씨가 9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송해 1927>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날개 엔터테인먼트 제공

방송인 송해씨가 9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송해 1927>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날개 엔터테인먼트 제공

코미디언 특유의 재치·순발력
‘전국노래자랑’에서 즐거움 선사

가수 꿈 꾼 아들과 대화 단절
복원한 생전 아들 노래 듣고 눈물

방송인 송해씨(94·본명 송복희)가 다큐멘터리 주인공으로 스크린에 오른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송해 1927>은 우리가 아는 KBS <전국노래자랑> 간판 MC이자 최고령 연예인 송해의 ‘A면’과 1927년 황해도 재령군에서 태어나 월남한 뒤 세 자녀를 둔 인간 송해의 ‘B면’을 담았다.

영화는 무대에서 내려온 송해의 뒷모습으로 시작된다. 사진을 찍고, 악수를 하려는 팬들이 그를 둘러싸고 놓아주질 않는다.

오랜 인기의 비결은 ‘소통’이다. 1988년 당시 <전국노래자랑> 담당 PD 안인기씨는 송해를 MC로 발탁했다. 노인부터 아이까지, 모두와 격의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진행자가 필요했다. 송해는 체격이 크지 않고 친근한 얼굴을 가졌다. 코미디언 특유의 재치와 순발력도 겸비했다. 노래를 들을 줄 알고, 할 줄도 알았다. 그는 전국을 다니며 사람들과 만났다. 그가 한마디를 하면 객석에서는 웃음이 번졌다.

그다음 장면은 거울 앞에 선 송해의 모습을 비춘다. 안경을 벗은 맨 얼굴의 송해가 거울 속에 있다. 조금은 낯선, 굳은 표정이다. 그는 평생 꼿꼿했다. 손으로 원고지에 옮겨 적은 대본을 몇 번이고 줄을 쳐가며 읽는다.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혼자 살고 있다. 힘을 주어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는다.

과거 동료들은 방송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그의 모습이 어쩐지 쓸쓸했다고 말한다. 혈혈단신으로 황해도에서 월남한 그는,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 통일전망대가 생겼을 때 그 앞에서 밤새 소주를 들이켰다고 한다. 그럼에도 송해는 방송에서 항상 밝게만 얘기했다. “제 꿈은 제 고향 황해도 재령군에서 <전국노래자랑>을 하는 겁니다.”

<송해 1927>에서 송해씨가 죽은 아들의 노래를 듣는 장면.

<송해 1927>에서 송해씨가 죽은 아들의 노래를 듣는 장면.

평생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살갑게 대화해온 그는 정작 가족과는 깊이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가수를 꿈꾸던 그의 큰아들 송창진씨는 1986년 교통사고를 당해 스물두 살의 나이로 숨졌다. 송해는 노래를 하겠다는 아들의 꿈을 응원하지 않았다. 어릴 적 아버지가 무서워 예술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꺼내지 못했으면서, 그 자신 역시 자식이 연예인이 되지 않았으면 했다. 아들과의 대화는 단절됐다.

제작진은 송해의 막내딸을 통해 구한 송창진씨의 자작곡 테이프를 디지털로 복원해 송해에게 들려준다. “스쳐지나가는 세월 속에….” 아들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송해는 눈물을 흘린다. 감독이 가장 힘을 주어 연출한 장면이다. 9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송해 1927> 언론시사회 겸 기자회견에서 그는 “내 뒤통수를 때리는 듯한 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송해는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가족들과 못다 한 대화를 나누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버지 몰래 해서 그런지 (녹음 속 아들의 목소리가) 자신이 없고 마냥 떨렸다. 가사가 돌이켜 파악하면 파악할수록 마음이 약한 것처럼 들렸다. 그땐 미처 몰랐다”고 했다. 회견을 마무리하며 그는 말했다.

“노랫말을 지가 쓰고, 노래를 지가 하고, 서툰 편곡이지만 해보자 해가면서 (했는데, 아버지가 돼서) 그걸 파악 못하고 그걸로 인해서 전부는 아니겠습니다만은 답답했던 부자지간의 관계였습니다. … 잠시나마 살아온 생을 생각하면 못다 한 일이 많습니다. 가정의 평온이 중요합니다. 가족끼리 많이 대화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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