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 별세···35년 만에 아들 곁으로읽음

박용근·박홍두·박순봉 기자
이한열열사와 모친 배은심여사가 1986년 촬영한 생전 모습. 이한열기념사업회 제공

이한열열사와 모친 배은심여사가 1986년 촬영한 생전 모습. 이한열기념사업회 제공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고(故)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여사가 9일 오전 5시28분 광주 조선대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2세.

배 여사는 지난 3일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8일 퇴원했으나 다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진 뒤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그는 아들이 떠난 지 35년 만에 아들 곁으로 갔다.

배 여사의 인생은 아들이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뒤 송두리채 바뀌었다. 배 여사는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에 참여했다. 전태일 열사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1929~2011)와 박종철 열사 아버지 고 박정기씨(1928~2018) 등과 민주화를 위한 시위와 집회가 열리는 현장을 지켰다.

유가협 회장 시절인 1998년부터 422일 동안 국회 앞 천막 농성을 벌여 민주화운동보상법과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이끌어냈다. 2009년에는 용산참사 범대책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아 피해자 가족들과 아픔을 함께 했다. 그는 민주화와 인권 운동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6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서울 용산 남영동 인권기념관에서 2020년 6월10일 열린 제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대통령이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와 인사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 용산 남영동 인권기념관에서 2020년 6월10일 열린 제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대통령이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와 인사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정치권과 광주 시민사회는 침통해 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987년 6월, 이한열 열사가 산화한 이후 어머님께서는 무려 34년 동안 오로지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해오셨다”면서 “한 길 위해 노력하셨던 어머님의 모습을 생각하니 비통한 마음을 누를 수가 없다. 이제 남은 일은 걱정마시고 이한열 열사와 함께 편히 쉬시라”고 밝혔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이날 SNS에 “계룡산 자락에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아니 우리시대 모두의 어머니셨던 배은심 여사님의 부음을 마주한다”며 “이른 아침, 산사를 휘감는 겨울바람이 슬픔을 더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 후보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배은심 여사께서는 아들의 뜻을 이어받아 지난 35년간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누구보다 헌신해오셨다. ‘다시는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희생하고 고통받는 가족들이 생기지 않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는 여사님의 그 뜻, 이제 저희가 이어가 민주주의 회복과 발전으로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정의당 이동영 선대위 선임대변인은 “고인의 삶을 추모하며 우리 사회의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권리를 지키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향한 발걸음을 계속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31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배은심여사가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 2018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31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배은심여사가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경향신문 자료사진

광주·전남 시민사회는 애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박재만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대표는 “배 여사님의 존재와 활동은 민주화운동 단체에 큰 힘이 됐다”며 “민주열사들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되는 것을 그렇게 바라셨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가셔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명자 오월어머니집 관장도 “퇴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오늘 찾아가기로 약속을 잡아놨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늘 못 잊어 하던 아들 옆에서 편안한 안식을 누리길 바란다”고 추모했다. 김순 광주·전남 추모연대 집행위원장은“이렇게 어머니(배 여사)를 보낼 수 없다. 보내고 싶지 않다”며 “어머니는 민주유공자법을 만들기 위해 지난달 말까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하셨다. 한 달에 3분의 1을 그 앞에서 서 계셨던 분”이라고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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