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식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코로나 위기 가정·자영업자 위한 특단 대책을”읽음

김향미 기자

경제·정서적 문제 갈수록 심각…중산층 무너져 빈곤층으로

작년 모금액 7292억…‘사회백신 프로젝트’ 120억 규모 운영

조흥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 모금회 회관에서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얘기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조흥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 모금회 회관에서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얘기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코로나19로 경제적·정서적 문제가 촉발한 위기가정이 늘고 있을 겁니다. 중산층에 속했던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아주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죠.”

조흥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69)은 지난 15일 서울 중구 모금회 회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올해 모금회의 목표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 3년차로 접어들면서 사회안전망이 필요한 취약계층이 늘어났을 것이란 진단이다. 조 회장은 “과거에 우리나라 국민의 70~80%가량은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엔 그 비율이 50%가 되지 않는다”며 “기초생활보장제 수급자 등 절대적 빈곤층 6~7%를 제외한 소득 하위 7~20% 사이에 있는 차상위, 차차상위계층 등이 굉장히 빈곤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은 국가가 당연히 챙겨야 하지만 지금은 그 밖에 있는 이들에 대한 지원도 필요한 때”라고도 했다.

모금회는 올해 코로나19 일상회복 지원, 위기가정 긴급지원, 사회적 약자 돌봄 지원, 교육·자립 지원 등 4대 나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돌봄·교육·정신건강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긴급 돌봄 서비스, 디지털 교육, 문화예술 및 심리 프로그램 등을 지원한 ‘사회백신 프로젝트’의 연장선이다. 조 회장은 특히 “국민 70%는 ‘코로나 블루(우울감)’를 겪고 있다고 한다. 장애인·노인·청년 등에 대한 마음건강 프로그램을 포함한 사회백신 프로젝트에 120억원 규모로 지원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모금회는 지난해 연간 모금액을 토대로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한다. 코로나19 시국에도 시민들의 온정은 그대로였다. 모금회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진행한 ‘희망 2022 나눔 캠페인’에서 목표액 3700억원보다 579억원 많은 4279억원이 모였다고 밝혔다. 사랑의온도탑 115.6도. 지난해 연간 모금액은 7292억원으로 역대 최다액을 기록한 전년(8462억원)보다는 줄었지만,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6541억원)보다는 큰 규모로 집계됐다. 조 회장은 “보통 개인 기부를 가장 많이 하는 (소득 9분위 가운데) 중중·중하위 계층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소액 기부자가 줄어든 측면은 있지만, 개별 기부자의 기부액은 올라갔다”며 “한국 사회는 이웃에 대한 관심이 많고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돕는 저력이 있어서 연말연시 캠페인에서도 목표액보다 높은 금액이 모였다”고 했다.

사회복지학자인 조 회장은 1997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만들 당시 설계자 중 한 사람으로, 2007년까지 모금회의 위원으로 일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오래 재직했고, 현재는 명예교수로 있다. 2018년부터 3년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을 지냈다. 그 후 지난해 5월 모금회 회장에 취임했다. 3년 임기 중 약 9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서 조 회장은 “모금회가 ‘복지의 범주’를 넓혀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과도기인 지금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게 빨라지면서 일자리 문제가 가장 심각하고, 노인들은 변화에 따라가지 못해 불평등도가 커지고 있다”며 “일자리가 없으면 소득이 없고, 소득이 없으면 위기가정이 나온다. 이런 악순환을 어느 단계에서 끊고 안전망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조 회장은 “민간 복지기관도 메타버스와 같은 새로운 기술·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이로써 젊은층의 기부를 독려할 방법을 찾을 수 있고, 한편으로는 새롭게 등장하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계획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폭염과 한파에 더 취약한 이들을 위한 에너지·주거 복지를 비롯해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환경복지 분야에 모금액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문화예술인을 지원하는 것 또한 모금회가 해야 할 일로 봤다.

저출생과 고령화, 코로나19, 양극화로 인한 취약계층의 범위는 넓어지고 아동학대와 학교폭력, 디지털 성범죄, 자연재해 등 여러 사회문제에 노출된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조 회장은 이러한 ‘격변기’에 국가와 민간 복지기관이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조 회장은 “대선 후보들의 복지 공약이 서로 차별성이 없다”고 했다. 실제 주요 대선 후보들의 복지 공약은 아동·노인·장애인 등에 수당과 서비스를 확대 제공하는 것으로, 정책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조 회장은 “복지 확대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다만 여전히 한국 사회는 선진국에 비하면 복지가 경직돼 있고, 절대적 빈곤층을 돕는 공적 부조가 약하다”고 했다. 그는 “최근에야 기초생활보장제 부양의무자 기준이 사라져서 그나마 조금 늘었을 텐데, 정부가 지원하는 절대적 빈곤층의 비율을 지금보다 4%포인트는 더 높여야 한다. 그러면 당장 40%에 달하는 노인빈곤율부터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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