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라이브’ 만든 홍준서 씨 “일상 회복 시작, 내가 멈출 때라 생각했다”

민서영 기자

실시간 확진자 정보 ‘코로나 라이브’ 2년 만에 문 닫는 대학생 홍준서씨

코로나19 확진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코로나 라이브’ 사이트를 개발·운영한 대학생 홍준서씨. 홍준서씨 제공

코로나19 확진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코로나 라이브’ 사이트를 개발·운영한 대학생 홍준서씨. 홍준서씨 제공

대학 1학년 때 시작, 거리 두기 해제 한 달 만에 ‘서비스 종료’
서버 비용 외 후원금은 코로나 단체와 취약계층 지원에 기부
“앞으로도 일반 사용자에게 ‘가치있는’ 서비스 만들어보고파”

빨간 숫자와 파란 숫자, 위아래를 향한 화살표, 들쑥날쑥한 막대그래프. 코로나19 확진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코로나 라이브’ 사이트는 이렇게 생겼다.

확진자, 사망자, 입원환자, 위중증자 등의 많은 숫자들이 시시각각 바뀌며 실시간 집계치를 알려준다. 그런 숫자들이 ‘서비스 종료’를 알리는 공지와 함께 멈춰섰다. 국내 코로나19 발생 첫해인 2020년 8월 시작된 코로나 라이브는 지난 16일 “거리 두기가 해제된 지 한 달이 지나는 5월16일부로 종료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안정세에 접어들고 일상회복기로 접어들자 서비스를 종료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코로나 라이브’. 2020년 8월부터 운영돼온 이 서비스는 지난 16일 종료됐다. 코로나 라이브 홈페이지 갈무리

코로나19 확진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코로나 라이브’. 2020년 8월부터 운영돼온 이 서비스는 지난 16일 종료됐다. 코로나 라이브 홈페이지 갈무리

코로나 라이브는 대학생 홍준서씨(22)가 2년 가까이 홀로 운영해온 사이트다.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홍씨에게 소회를 묻자 “후련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서버 비용 충당 후 남은 후원금은 코로나 관련 단체와 취약계층 지원에 기부했다.

홍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기부증서(사진)에는 ‘41,360,901원’이라는, 코로나 라이브의 확진자 숫자만큼이나 1원 단위까지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사이트 아래에 ‘후원하기’ 버튼이 있었는데 ‘충당하고 남은 금액은 기부를 하겠다’는 문구를 올렸어요. 저는 서버 비용만 충당돼도 감사하다고 생각해서 후원금 기부는 꼭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고등학생 시절 만든 간단한 게임이 시작이었다. 개발에 눈을 뜬 후 처음 만든 게임을 친구가 즐기는 게 신기하고 뿌듯했다고 한다. 개발자가 돼야겠다는 꿈을 품고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한 홍씨는 1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했다. “개발 공부를 더 해서 실력을 올려야겠다”는 게 이유였다.

휴학을 하자, 코로나가 터졌다. 평소 “사용자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홍씨는 2020년 2월 확진자의 실시간 동선 정보를 외국어 번역과 함께 제공하는 ‘코로나 맵 라이브’ 서비스를 열었다. 개발 공부가 하고 싶었던 홍씨에게, 첫 웹사이트 운영은 모든 것이 곧바로 실전이었다. 개발부터 번역, 웹 디자인까지 하나하나 시도해간 홍씨는 “그때 경험을 코로나 라이브에서 많이 써먹었다”고 회상했다.

그해 8월, 확진자가 급증하며 더 이상 동선 정보가 제공되지 않자 이번엔 ‘확진자 수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사이트’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재난문자로만 시작했다가 지자체 발표와 뉴스까지, 참고하는 데이터가 늘어났다. ‘어떤 통계를 제공해야 할까’란 고민에 뉴스와 해외 사례도 모니터링했다. 코로나 라이브가 더 정확해질수록, 홍씨의 시간은 더 많이 쌓였다.

“참고하고 있는 지자체 사이트가 아마 200개는 넘는 것 같은데 최소 한두 개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 (사이트 형식이) 바뀌는 게 있어요. 그렇게 에러가 나면 저한테 알림이 와서 (코드를) 또 확인해야 되고. 웹사이트 디자인이나 기능도 사용자들로부터 ‘이런 기능을 추가해달라’ 제보 오는 게 있어서 추가하다보면, 거의 자는 시간 빼고 (하루에) 10시간 넘게 작업했던 것 같아요.”

사용자가 몰려 서버가 12시간 동안 멈춰서 문의가 쇄도한 것도, ‘왜 확진자를 조작하냐’는 악성 메일을 받은 것도 모두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처음엔 ‘나한테 왜 이러지’ 했는데 ‘이런 일도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험할 수 없던 것들을 많이 겪었던 것 같아요.”

따뜻한 응원도 받았다. 자영업자들과 결혼을 앞둔 신부로부터 ‘이 사이트를 매일 확인하면서 도움 받고 있다’ ‘이거 보면서 많이 안심하고 있다’는 메일이 왔다. 홍씨는 “집에서 (작업을) 하니까 이 사이트가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 실감이 안 났는데 메일을 받다보니 굉장히 뿌듯했다”고 했다.

‘코로나 라이브’ 만든 홍준서 씨 “일상 회복 시작, 내가 멈출 때라 생각했다”

홍씨는 지금이 코로나 라이브를 종료하기에 ‘적절한 때’ 같다고 밝혔다. “코로나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니까, 언젠가는 멈춰야 하는데 지금이 제일 적절한 것 같아요.” 코로나19가 재유행하게 되면 다시 운영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없다”고 했다. 오미크론 유행으로 확진자 수보다 위중증·사망자 수가 더 중요해진 현실도 고려됐다.

코로나 라이브는 종료됐지만 여전히 홍씨의 꿈은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어떤 종류의 서비스든 홍씨의 원칙은 하나, 사용자가 느끼는 ‘가치’다. “코로나 라이브도 제가 계획을 한 것도 아니고 바로 집중적으로 시작한 거였잖아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계속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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