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공정위원장에 ‘연수원 동기’ 송옥렬 서울대 로스쿨 교수 지명…시민단체 “재벌 논리 옹호하는 부적합 인사”

이창준 기자

재계 내부거래 규제에 비판적

정부 규제 완화 속도 낼 전망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에 지명된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통령실 제공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에 지명된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사법연수원 동기(23기)인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3·사진)를 지명했다. 송 후보자는 공정거래법이 아닌 상법을 전공한 법조인 출신 법학자로 과거 공정위의 재벌 규제 정책을 비판하는 등 행보를 보여 새 정부가 내건 기업 규제 완화 정책의 선봉장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과거 송 교수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신임 공정위원장 후보로 이날 송 교수를 지명했다고 이날 밝혔다. 1988년 서울대 법대에 수석 입학한 송 후보자는 재학 시절 사법시험(32회)에 합격해 당시 사법연수원 동기생이었던 윤 대통령과 연수원 시절을 함께 보냈다. 송 교수는 연수 기간 중 행정고시(36회)와 외무고시(27회)에 모두 합격한 소위 ‘고시 3관왕’ 출신이기도 하다.

송 후보자는 서울대 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해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법학 석·박사 학위를 땄다. 귀국 후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하다가 2003년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임용됐다.

상법 분야 권위자로 알려진 송 후보자는 과거 공정위의 재벌 기업 규제 정책을 비판하는 등 기업 규제 완화론자로 평가된다. 때문에 그가 공정위원장에 임명되면 공정위가 새 정부의 기조에 맞춰 기업 규제 완화에 본격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송 후보자는 과거 공정위가 재계 내부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것을 두고 “경쟁제한 행위를 사후적으로 규제할 수 있음에도 모든 내부 거래를 규제하는 과다 규제”라며 “공정위가 총수의 사익추구 억제라는 추상적인 명분에 집착한 나머지 균형을 잃지 않았나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송 후보자에게 공정위 개혁과 규제 혁신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역시 송 후보자가 공정위원장에 적합하지 않은 인사라고 지적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송 후보자는) 경제 집중 억제나 사익 편취 규제 등 공정위원장으로서 갖춰야 할 공정거래법 관련 사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없었던 데다 시장친화적이고 재벌의 논리를 옹호하는 쪽에 가까웠다”며 “윤 정부의 슬로건이 ‘공정’인 것을 고려하면 맞는 인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미현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도 “공정위는 (규제 완화 기조의) 정부에 맞서 이를 심판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공정위가 여타 정부와 같은 기조를 보인다면 공정위 본령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공정위원장에도 사적 인연이 있는 법조인 출신을 앉히자 그간 인사스타일에 과도하게 집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송 후보자가 한 식사 자리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송 후보자는 과거 2014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1학년 학생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한 여학생에게 같은 자리에 있던 다른 남학생을 가리키며 “너 얘한테 안기고 싶지 않느냐”며 “나는 안기고 싶은데”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인사청문회준비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후보자는 2014년 회식 자리에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참석한 분들께 불편을 드린 사실에 대해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당시 발언은 동석한 학생의 외모를 칭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후보자가 학생들을 만나 공식 사과했고 학교에서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지만 별다른 처분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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