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배움이 쌓여 큰 흐름…이게 바로 시민력”

송현숙 후마니타스연구소장·논설위원

‘어른에게도 놀이터…’ 펴낸

주은경 노회찬정치학교 기획위원

30여년간 시민교육기획자로 살아온 경험담을 담은 책 <어른에게도 놀이터가 필요하다>의 저자 주은경 전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 원장이 지난 1일 경향신문사 앞 덕수궁 돌담길에서 포즈를 취했다.<br />책의 표지는 자신이 기획한 ‘시민드로잉’에 수강생으로 참여하며 직접 그린 그림이다. 강윤중 기자

30여년간 시민교육기획자로 살아온 경험담을 담은 책 <어른에게도 놀이터가 필요하다>의 저자 주은경 전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 원장이 지난 1일 경향신문사 앞 덕수궁 돌담길에서 포즈를 취했다.
책의 표지는 자신이 기획한 ‘시민드로잉’에 수강생으로 참여하며 직접 그린 그림이다. 강윤중 기자

시민교육의 방향은 즐거움이 핵심
작은 변화를 만드는 기쁨을 느껴야
그다음 것을 향해 나아갈 수 있어

슬픔·분노·기쁨 표현하는 능력이
우리 사회 전체의 힘을 키워낼 것

“주은경 선생님 만나 봤어요?” “주 원장을 만나보세요.” 올해 초 경향신문사 내에서 시민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후마니타스연구소장으로 발령받고 조언을 구하던 필자에게 많은 이들이 주은경 전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 원장(노회찬정치학교 기획위원·노회찬재단 이사)을 만나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의 이름은 곧 시민교육이 걸어온 발자취 자체였다.

2년 전 정년퇴직하고 지리산 자락에서 일상을 경작하고 있는 그가 최근 30여년 시민교육 기획의 경험담을 담은 책 <어른에게도 놀이터가 필요하다>를 냈다.

“모두가 기획자인 시대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스스로 삶을 기획하는 사람들이 사회를 기획하게 된다고 믿어요. 도서관, 작은책방 또는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 같은 여러 공부 공간에 참여하는 이들의 작은 배움의 경험들이 쌓여서 ‘배움의 문화운동’ 같은 큰 흐름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힘이 바로 시민력이고요.”

지난 1일 오후 주은경 전 원장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시민교육의 의미와 독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점을 묻는 첫 질문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교육학자의 꿈을 안고 진학했지만(고려대 교육학과 79학번), 입학 직후 광주를 만나며 삶의 경로가 바뀌었다. 1980년대 인천에서 노동자 교육활동을 했고, 15년간은 다큐멘터리 작가로 <추적 60분> <역사스페셜> 등을 집필했다. 1999년부턴 성공회대 노동대학 첫 5년의 기반을 닦았고, 2008년부터는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에서 민주주의학교, 인문학교, 시민예술학교를 기획·운영했다.

책 속 추천사대로 “시민교육이라는 영역을 개척하고 그 안에 다양한 장르를 디자인해 온” 1세대 시민교육기획자가 보는 시민교육의 방향은 어떤 것일까. 그가 도달한 결론은 ‘즐거워야 한다’였다.

“사람들이 교육이란 말을 싫어해요. ‘교육을 지겹다고 생각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바꿔내지?’ 고민하다가 즐거움과 충만감을 생각했고, 어쩌면 놀이 같은 교육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다다랐어요.”

그가 생각하는 놀이란 즐거움과 충만감을 주는 모든 활동이다. 그렇게, 함께 모여서 춤추고, 연극하고, 그림 그리고, 어려운 책을 같이 읽고, 대안적인 노년 문화를 생각하는 프로그램들이 잇달아 탄생했다. 이 같은 ‘어른들의 놀이’는 강좌 후에도 자발적인 소모임으로 이어져 든든히 뿌리내리고 있다.

“과거 우리 사회엔 분노와 변화에 대한 열망이 컸고, 투쟁이 큰 방향이었지만, 이젠 시대가 바뀌었어요. 큰 뭔가를 하려다 좌절하고 떠나기보다는, 작은 변화들을 만들어 가는 기쁨을 느껴야 그다음 것을 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보거든요. 느슨한 관계 속에서 응원과 지지를 주고받으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거죠.”

나이 들면서도 돈이나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내가 좋아하는 걸 실행하면서 관계를 맺는 두 가지 능력”이라고 말한다. “몸이 아프더라도, 돈이 없더라도 이런 능력이 있으면 살아가는 데 굉장히 자신감이 생기거든요.”

주 전 원장은 퇴직 후 지리산 실상사 근처에서 온·오프라인 독서모임, 낭독모임, 그림 그리기, 둘레길 걷기, 실상사 자원활동 등을 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더 즐겁게 노는 중이다.

“저는 우리나라의 시민성, 시민들의 저력이 결코 어떤 나라보다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굉장히 역동적인 에너지가 있죠. 사회가 답답할수록 지치지 말아야 합니다. 더 많은 일상의 공간에서, 슬픔, 분노, 기쁨을 함께 나누며 표현하고 놀았으면 좋겠어요.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이 사회 전체의 힘을 키워내고,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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